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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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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설날엔 고향 어른을 찾아뵙자

윤한신(전 마창진 합천 가회 향우회장)

  • 기사입력 : 2009-01-2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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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날은 우리 민족의 최대 명절이다. 설날은 조상 숭배와 효(孝) 사상에 기반을 두고 먼저 돌아가신 조상신과 자손이 함께하는 뜻있는 시간일 것이다.

    그러나 도시 생활과 산업사회라는 테두리 안에서 긴장감과 강박감에서 일시적으로나마 해방될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평소의 환경을 탈피하고 세속생활을 떠나서 조상과 함께 정신적으로 성스러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설날이요, 국가적으로 보나 개인적으로 보나 행복한 날이다.

    국민 대다수가 고향을 떠나 같은 날 아침 차례를 지내고 새 옷을 갈아입는다. 우리는 한국사람 한민족 일체감을 가진다. 사회적으로 국가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는 날이다.

    조선시대에는 설날과 한식, 단오, 추석을 4대 명절이라 하였으니 이미 이 시대에는 설이 오늘날과 같이 우리 민족의 중요한 명절로 확고히 자리 잡았음을 알 수 있다.

    어린 시절 설날이 다가오면 어머님이 검은 운동화 한 켤레, 설치레 학생복을 사가지고 방 윗목에 갖다 놓는다. 그러면 설이 올 때까지 매일 운동화도 신어 보고 설치레 옷도 입어 본다.

    설날이 온다는 기쁨으로 모든 일이 재미가 있고 매일 신이 난다. 그리고 어른들 말씀이 섣달 그믐날 잠을 자면 굼벵이가 된다는 속담이 있어 잠을 설치고 어른들은 밤새도록 돈내기 화투도 치곤 하였다.

    그렇게 기대했던 설날이 되면 한 가지 힘든 일이 생겨난다. 마을에서 제일 연세 많은 어른들한테 떡국을 갖다드려야 한다고 하였다. 부모님께서 “우리 집에는 가시나도 없고 머스마밖에 없으니 너희가 동네 어른들 집집마다 갖다 드려라”라고 하였다. 그러다 보면 하루 종일 시간이 가버리고 저녁에도 밤 10시까지 동네 어른들한테 세배를 하고 다 못하면 다음날 정월 초이튿날도 하루 종일 세배하러 다닌다.

    그 당시에는 제대로 놀지 못한다고 짜증스럽게 생각했으나 많은 세월을 지나고 지금 와서 보니 너무나 큰 인성 교육이 되었다. 어른들을 보면 허리 굽혀 공손히 큰절을 하다 보니 공경심과 복종심이 몸에 배게 된다. 요즘 어느 곳에 이런 인생교육, 인성교육이 있을까 싶다.

    세상은 많이 바뀌었지만 우리나라 최대 명절이 온다. 외국이나 여행도 좋지만 귀향하여 고향 어른들한테 세배도 하고 성묘도 하고 옛날 추억 얘기를 들어 보는 건 어떨까 싶다.

    윤한신(전 마창진 합천 가회 향우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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