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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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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덕 + 큰송이 + 삼겹살 = 색다른 삼합 ‘묘한 맛’

창원 더덕 삼겹살 구이

  • 기사입력 : 2009-01-2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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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이 말이 딱 들어맞는 음식이 있다면 목포의 ‘홍어삼합’쯤 될 것이다. 푹 삭힌 홍어에 돼지수육과 묵은 김치를 얹은 맛, 그 환상적인 궁합은 ‘삼합’이 아니면 절대 맛볼 수 없었으리라. 그런 ‘홍어삼합’에 대적하는 새로운 ‘삼합’이 창원에서 탄생했다. 더덕 전문식당 ‘꼴더덕 꼴더덕’의 ‘더덕삼합’이 바로 그 주인공. 더덕과 삼겹살, 송이버섯의 ‘뭉침’, 사실 겉만 봐서는 별 대수롭지 않다. 메뉴명도 뻔한 ‘더덕 삼겹살 구이’다. 그렇지만 ‘삼겹살과 더덕에 양념을 버무려 구워낸 쉬운 요리’라는 섣부른 판단은 말자. ‘더덕삼합’은 더덕이 주인공이요 삼겹살과 송이버섯은 들러리인, 그 기본 개념부터 다른 이색적인 요리다.

    강원도서 채취한 야생 더덕향에 고춧가루 양념 삼겹살의 매콤함 큰송이 곁들이니 ‘상큼한 끝맛’

    창원 사파동에 위치한 ‘꼴더덕 꼴더덕’, 이곳에는 ‘더덕 삼겹살 구이’, ’더덕 장어’, ‘더덕 된장찌개’ 등 더덕을 전문으로 하는 다양한 메뉴를 판매하고 있다. 이 모든 요리가 강원도 출신인 주인장 김성철씨가 강원도에서 직접 공수해 온 ‘더덕’을 사용해 개발한 것들이다. 그중에서 가장 인기몰이 중인 메뉴는 앞서 언급한 ‘더덕삼합’, 바로 ‘더덕 삼겹살 구이’다. 가격은 조금 비싸다. 1인분에 야생이 1만원, 자연산이 2만원이다. 그런데 주인장 말을 들어보면 꼭 비싼 것도 아니다.

    “삼겹살 1인분을 생각하면 안 됩니다. 이 메뉴의 주인공은 명실상부 ‘더덕’이거든요. 두 사람이 3인분만 먹어도 웬만한 보양식 먹은 것보다 나을 겁니다. 그리고 세 가지를 같이 먹기 때문에 배도 부를 걸요?.”

    그렇다. 더덕, 그것도 자연산 더덕은 본래 고가의 음식 아니던가. 그렇지만 식당을 처음 찾는 손님 중에는 설명을 해도 양이 적다며 투정을 부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주인장 김씨, 그럴 때마다 단호하게 한마디 던진다고 한다. “삼겹살 드시려면 삼겹살 식당으로 가세요.”

    그 자부심의 근원을 과연 맛에서 느낄 수 있을까. 일단은 “제대로 된 더덕맛을 보려면 강원도에서 심마니가 직접 캔 자연산 더덕 맛을 봐야 한다”는 주인장 설명에 자연산 더덕을 주문한다.

    숯불을 넣고 철판을 놓고, 그 위에 올려진 빨갛게 옷을 입은 더덕과 삼겹살, 그리고 하얀 송이버섯. 찬으로 나온 더덕무침, 더덕 샐러드, 더덕회를 몇 점씩 집어 먹으니 지글지글 익는 소리가 난다. 가장 먼저 삼겹살의 알싸하면서 고소한 향이 코를 먼저 자극한다. 느끼한 맛을 없애기 위해 고추장 대신 고춧가루와 더덕즙, 과일, 물엿으로 절였다고 했다. 더덕은 빠알간 고추장 양념에 버무려 나왔다. 흙과 소금, 식초로 더덕의 싸한 맛을 없앤 것이 비결이라고 했다. 그리고 큰 송이는 본연 그대로 굽는다. 재료 준비에는 시간이 제법 걸렸겠다. 하지만 먹는 법은 간단하다. 삼겹살에 얹혀진 양념이 보글보글 익으면, 한입 크기로 자른 뒤, 그 위에 살짝 익은 더덕과 송이버섯을 얹어 먹으면 된다. 더덕과 송이는 덜 익을수록 몸에 좋다는 게 주인장의 귀띔이다.

    첫맛은 구수한 숯불향이다. 그리고 몇 차례 씹을수록 더덕의 향긋한 향이 혀에 감긴다. 쫄깃쫄깃 씹는 맛과 더덕의 아린 맛이 섞여서 입안을 새로운 맛으로 가득 채운다. 송이버섯의 담백함은 강한 더덕 향의 절제를 돕는다. 끝 맛은 상큼하다. 돼지고기의 느끼한 맛은 전혀 나지 않는다. “더덕의 맛을 위해 돼지고기마저 더덕맛으로 바꿨다”는 주인장은 “더덕을 보다 대중화하기 위해 이 메뉴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 궁합이 맛만 좋은 게 아니란다. 삼겹살과 더덕이 더덕의 좋은 기운을 더 보강시켜 준다고 한다.

    삼합을 몇 점 더 집어 먹다 보니 목에서 시큰한 느낌이 올라온다.

    “더덕과의 첫 만남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입니다. 더덕에 있는 사포닌 성분 때문에, 어느 정도 먹으면 몸에서 안 받아 주거든요.” 주인장의 설명이다.

    오늘 내 몸이 받아주는 더덕의 양을 초과한 듯 싶어 자리를 털며 일어났다. 가게를 나서는 길, 자꾸 더덕향이 목을 오르락내리락거린다.

    글=조고운기자 lucky@knnews.co.kr

    사진=성민건기자 seungmk@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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