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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속 봄맛이 피었습니다.

제철 별미/ 해초비빔밥
갓 올라온 8가지 해초와 고슬고슬 밥에

  • 기사입력 : 2009-02-0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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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번달 넘기면 더 이상 안 나온다이가.”

    겨울 끝자락, 시장통 아주머니들이 촉촉한 해초를 좌판에 내놓고선 ‘끝’이란 말로 유혹을 한다. ’제철 음식’의 묘미가 ‘제 맛’과 ‘제 때’에 있다는 걸,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좋은 ‘미끼’인지를 그들이 모를 리가 없다. 지나던 발길을 멈추고, “진해, 삼천포, 마산에서 가져왔다”는 톳, 모자반, 돌미역, 파래 등을 본다. “톳은 두부랑 같이 먹고, 모자반은 젓국에 무쳐 먹고, 돌미역은 초장에 찍어 무면 너무 너무 맛있제.” 아주머니의 속사포 같은 요리 설명까지 이어진다. 갑자기 ‘새파란 바다맛’이 되새김질되는 듯 혀끝이 저릿해 온다.

    그렇다. 바야흐로 해초의 계절이다. 울긋불긋 피어난 해초들과, 푸릇푸릇한 해조류들로 ‘바닷속 봄’이 절정에 다다랐다. 또한 생생한 해초를 맛보기 위해서 ‘서두름’이 필요한 때이기도 하다. 2월이 지나면 해초를 캐낼 수 없기 때문이다. 해초가 웰빙식으로 각광받으면서 곳곳에 생겨난 해초전문식당들이 일 년 열 두달 해초비빔밥을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그 맛이 열두 달 모두 같지는 않을 터.

    겨울철, 바다에서 갓 올라온 신선한 해초로 만든 비빔밥, 아마 여름의 그것과는 뭔가 달라도 다를 것 같다. 기대를 안고 찾은 진해시 이동의 ‘진상’은 2003년부터 해초비빔밥을 판매한 식당이다. 세계음식박람회에서 금메달을 수상한 ‘진상표 해초비빔밥’은 이 식당의 자부심이다.

    미네랄과 각종 영양소가 풍부한 해산물을 듬뿍 넣은 해초비빔밥의 가격은 8000원. 이 집의 해초비빔밥에 들어가는 해초는 총 8가지다. 흔히 알려진 톳, 다시마, 모자반, 김, 파래, 청각, 꼬시래기부터 곰피, 가시리, 서시리까지 주인장의 설명 없이는 알 수 없는 해초류가 들어간다. 계절마다 나는 해초류가 다르기 때문에 그 메뉴가 틀로 정해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겨울에 가장 신선한 해초를 많이 쓸 수 있다”는 게 주인장 송희(50)씨의 설명이다.

    해초비빔밥이 상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은 생각보다 길고 복잡하다. 우선 해초를 24시간을 달여 엑기스를 만든 뒤, 간장 등 재료를 넣고 간을 맞춰 ‘해초소스’를 만들어야 한다. “초고추장이나 고추장은 해초 본연의 맛과 향을 죽이기 때문에” 주인장이 직접 개발한 비빔밥 소스다. 그리고 주문을 받으면 각종 해초류의 비린내를 없애기 위해 세척하기 시작한다. 소금으로 씻어야 비린내가 가시는데, 이때 해초의 모양을 망가트리지 않고, 신선하게 씻어내는 게 요령이다. 그다음, 고소한 해초 가루를 섞은 고슬고슬한 밥을 그릇에 놓고, 해초류, 멍게젓갈, 김을 얹어낸다. 소스는 작은 주전자에 내오는데, 기본이 2큰술이고 싱거우면 더 넣어 먹으면 된다.

    “통영이 고향이라 어릴 때부터 해초류를 많이 먹었어요. 어머니가 해주시던 맛을 생각하면서 비린 맛을 빼면서, 바다 맛을 살리려고 노력했어요.”

    해초비빔밥의 가장 큰 매력은 씹는 맛이다. 어떤 것은 고들고들하고 또 어떤 것은 오독오독 씹힌다. 고소한 해초소스와 바다 향이 물씬 풍기는 신선한 해초, 그리고 고슬고슬 잘 지은 밥, 담백하고 질박한 씹는 맛에 상큼한 향이 입 안에서 ‘시원한’ 하모니를 이룬다. 비빔밥과 같이 나온 전라남도 완도에서 가져온 매생이로 만든 매생이 굴국 또한 별미다.

    글=조고운기자·사진=성민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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