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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3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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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마니아를 찾아서 (10) 산악바이크 마니아 김길호씨

부르릉~ 두 바퀴로 등산 ‘이발사 라이더’
20년 전 친구 권유로 시작해 매력에 푹

  • 기사입력 : 2009-02-1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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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악 바이크 마니아 김길호씨.


    시동을 건다. ‘부릉부릉’ 굉음에 심장박동수가 높아진다. 손끝에서 발끝까지 전해지는 진동, 몸 속의 아드레날린이 솟구친다. 땅을 박차고 튀어나가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돌을 넘고, 나무를 피하며 길을 헤쳐나간다. 땀이 흘러내릴수록 정신은 또렷해진다. 아찔아찔한 고비를 넘어 산 정상에 오르는 순간, 살아 있다는 쾌감에 온 몸이 전율한다. 엔듀로 마니아들이 바이크로 산을 오르는 이유는 그 ‘느낌’을 잊지 못해서일 것이다.

    그 ‘짜릿함’에 반해 20년 동안 산악 바이크를 즐기고 있는 이가 있다. ‘이발사 라이더(Rider)’인 김길호(54·양산시 덕계동)씨.

    시골 골목 한편에 자리 잡은 수더분한 덕계이발소와 그 앞을 지키고 있는 잘 생긴(?) 파란색 야마하 RW450F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이용실이 쉬는 날이면, 야마하 RW450F를 타고서 전국 산지로 위험한 질주(?)를 나선다는 그. 엔듀로 마니아 사이에서는 꽤 나이가 많은 편이다.

    “아마 대회에 출전하는 도내 라이더 중에는 제가 가장 늙었을 거예요. 재미있어서 계속하고는 있는데, 아무래도 나이는 못 속이나 봐요. 이제 보이는 것도 침침해지고 장애물 피하기도 점점 힘들어지더라고요.”

    대한모터사이클연맹(KMF) 주최 국내 엔듀로 대회에서 5년간(2002~2007년) 1위(베테랑급)를 석권하다 지난해 대회 때 3위에 머물렀던 것도 아마 나이 탓 아니겠느냐며 그가 사람 좋은 웃음을 짓는다.

    그가 오토바이를 알게 된 것은 20년 전 일이다. 1989년 어느날 “오토바이 타고 산에 놀러 가자”는 친구의 갑작스런 권유로 처음 타 본 산악 바이크. 산이 주는 아름다움과 오토바이가 주는 스릴이 맞물려 그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쾌감을 느꼈다.

    당장 산악 바이크를 탈 수 있는 자격증을 따고, 중고 오토바이도 하나 마련했다.

    “가정과 직장을 벗어나 스트레스를 풀고, 건강도 다지는 유일한 취미였죠. 취미로 타다 보니 뜻 맞는 사람들과 동호회를 만들어서 함께 랠리를 떠나기 시작했죠.”

    내로라하는 실력의 라이더로 성장하기까지, 오토바이 10여 대를 갈아탔고, 몸 여기저기 긁힌 상처가 훈장처럼 새겨졌다. 3~4명으로 시작한 동호회 ‘양산 타이거’도 어느새 20명에 달하는 회원들을 담은 ‘더타이거’로 훌쩍 성장했다.

    하지만 세상의 선입견은 생각보다 두터웠다. 사람들은 그가 오토바이를 탄다고 하면 색안경부터 끼고 바라봤다. 우선 가족의 반대부터 심했다. 그래서 그는 그 방패막이로 대한모터사이클연맹(KMF) 선수자격증을 따고, 동호회도 보다 체계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에게 이발사 외에 하나의 삶이 더 생긴 것이다.

    “우리는 주로 산에 난 임도를 타고 다니거든요. 산을 훼손하는 것도 아니고 도로를 불법으로 질주하는 것도 아닌데, 사람들은 우리가 자연을 파괴하고 무질서한 무리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발로 산을 오르듯, 우리는 오토바이로 산을 오르고 즐길 뿐인데 말이죠.”

    틈날 때마다 운동 삼아 오토바이를 타고 산에 오른다는 김씨. 산악 바이크를 즐기면서 건강 하나는 확실하게 얻었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오토바이로 산을 오르면, 팔, 다리, 허리 등 안 쓰는 근육이 없다는 것.

    “건강하게 달리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장비예요. 저속(40~60km)으로 달리긴 하지만, 돌발 위험이 많거든요. 그래도 장비를 모두 갖추면 골절 이상의 큰 부상은 잘 당하지 않기 때문에, 장비는 늘 목숨처럼 챙기죠.”

    잠깐의 시범을 보여주기 위해 오토바이 위에 앉은 그. 헬멧을 쓴 겉모습이 10대라고 해도 손색없다. 탄탄한 몸맵시는 아마도 다년간의 오토바이 경력 때문일 듯. 심장소리처럼 울려 퍼지는 오토바이의 엔진소리. 덩달아 가슴이 쿵쾅쿵쾅거린다.

    오토바이 위에 있을 때가 가장 자유롭고 즐겁다는 그는 “70살까지 오토바이를 타는 게 희망”이라고 말했다.

    글=조고운기자·사진=김승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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