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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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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바람 신별미] 양산 윤동균 한방쑥면·쑥수제비

쑥~ 입안 가득 봄 내음

  • 기사입력 : 2009-02-1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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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인장 윤동균씨가 쑥즙을 넣어 뽑아낸 면발을 씻고 있다.


    평양에 냉면이, 부산에 밀면이 있다면, 양산에는 ‘쑥면’이 있다.

    ‘쑥’ 하나로 경남은 물론, 부산, 울산까지 새로운 맛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곳, 양산시 웅상읍 덕계리 ‘윤동균 한방쑥면본점’을 찾았다. 이곳에는 한방쑥면, 비빔쑥면, 온쑥면, 쑥수제비 등 다양한 메뉴가 있는데, 모든 요리의 기본은 주인장 윤동균(52)씨가 직접 뜯은 쑥이다.

    “봄이 되면 매일같이 큰 자루를 들고 양산 곳곳의 산과 들을 돌아다닙니다. 청정지역에서 자란 쑥이 맛도 건강에도 좋기 때문에 힘들어도 모두 제가 직접 뜯어오죠.”

    사시사철 메뉴를 내놓아야 하기 때문에 봄이 지나면 요리에 쓰이는 쑥즙과 엑기스를 냉장보관한다. 손님들에게 ‘실시간 CCTV 주방 공개’를 실행하고 있을 정도로 청결하고 꼼꼼하게 냉장고 관리를 하기 때문에, 냉장보관된 것도 신선도와 맛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게 주인장 설명이다.

    이 집의 대표적인 요리인 ‘한방냉쑥면’, 말 그대로 쑥으로 만든 면요리다.

    탄생비화를 듣자니,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홍보업을 하다가 평범한 밀면집을 개장하게 된 윤씨가 우연찮게 발견한 ‘은행면’이 그 단초.

    “지병 때문에 은행잎을 갈아 먹다가 너무 써서 밀면 반죽에 섞어봤는데, 그 색깔과 맛이 기가 막히더라고요. 하지만 은행은 너무 단가가 비쌌고, 대중적인 쑥을 사용하자는 데 생각이 미쳤죠.”

    이후 본격적인 ‘쑥면’ 맛내기에 돌입한 윤씨. 수개월간 ‘기꺼이 마루타가 돼 준 고마운 손님들’의 비평(?)과 조언 끝에 지금 ‘한방냉쑥면’이 탄생하게 됐다.

    ‘한방냉쑥면’을 만드는 과정을 살펴본다. 기본 과정은 밀면과 비슷한데, 그보다 더 정성이 많이 들어간다.

    육수를 만드는데는 꼬박 일주일이 걸린다. 3일간 우려낸 사골육수에 당귀, 천궁, 칡, 구기자, 감초 등 7가지 한약재와 야채, 쑥 농축액을 넣고 또 3일을 끓여낸다.

    면은 주문이 들어오는 대로 만드는데, 밀가루에 쑥즙을 적당량 넣고 반죽한 뒤, 기계로 면을 뽑아낸다.

    윤씨는 “제작과 생산을 동시에 하기 때문에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요리”라고 자랑한다.

    다음, 그릇에 물김치 국물과 엑기스를 적당량 섞어 넣고, 면을 풀면 한방냉쑥면이 완성된다. 가격은 4000원, 정성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맛은 ‘은은한 봄맛’을 닮았다. 시원한 첫 맛과 은은하게 퍼지는 달큰한 끝 맛, 깊이와 맛이 절묘한 조화를 이뤄 입안에 여운을 남긴다. 녹색옷을 입은 면은 보기만 해도 상큼해진다. 아삭아삭 씹힐 것 같은데, 의외로 쫄깃쫄깃하다. 생각만큼 쑥향은 강하지 않다.

    “쑥향이 너무 강하면 먹기가 거북해진다 하더라고요.”

    다년간 손님들과 교류해 온 ‘노하우’다.

    비빔쑥면(5000원), 스페셜쟁반비빔쑥면(20000원)도 꾸준한 인기메뉴다.

    또한 지난해 9월부터 선보인 ‘한방고디쑥수제비’도 별미다. 구수한 들깨가루를 풀어낸 육수는 걸쭉하고 시원하다. 특히 쫄깃하고 부드러운 쑥수제비가 일품인데, ‘달콤한 떡‘이 있다면, 딱 이 수제비를 말하는 것일 듯싶다. 쑥 안에 있는 갈분 때문에 쫄깃함이 더한 것이라고 한다. 고디를 골라 씹는 재미도 누려보자. 가격은 5000원.

    운이 좋으면 특별한 후식을 서비스 받을 수도 있다. 때때로 식당 한쪽에 자리잡은 ‘작은무대 노래마당’에서 주인장이 열정적인 통기타와 드럼연주를 선사해주기 때문이다. 주인장이 주방을 책임지는 주방장이므로 손님이 적은 평일 오후에 식당을 찾으면 당첨 확률이 훨씬 높다.

    글=조고운기자 lucky@knnews.co.kr

    사진=김승권기자 sk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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