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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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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남강댐과 화왕산, 물과 불 - 조용호 (논설실장)

  • 기사입력 : 2009-02-1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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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날 2월 9일 정월대보름날 밤, 화왕산 참사 뉴스는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머리 끝이 주뼛해지는 것 같았다. 영 모르는 곳이 아니고 수년 전 대보름날 다녀왔고, 화왕산에서 관룡사로 이어지는 등산길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 억새 태우기를 보던 날, 참 장관이었다. 순식간에 불이 붙어 온 산에 붉게 타오르더니 15분여 만에 어둠으로 사라져 버렸다. 어떻게 저렇게 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과 ‘불이 번지면 어쩌나’ 하는 위태위태한 걱정도 들었지만 워낙에 진풍경이어서 그저 놀라고 함성만 질렀다.

    ‘큰 불의 뫼’라는 화왕산(火旺山)에는 ‘불 기운이 들어와야 풍년이 들고 재앙이 물러간다’는 전설이 있다. 그래서 억새를 태우며 한 해의 안녕과 건강과 행운을 기원했다. 그런데 엄청난 재앙으로 되돌아와 버렸으니 허망하기 짝이 없다. 인생은 생로병사(生老病死), 태어나 늙고 병들어 죽는다. 그 짧은 세월 동안 무탈하고 보람있게, 제 명대로 편히 살다 고종명(考終命)해야 하고, 이를 소망하기 위해 산에 올랐다가 사고를 당했으니 도대체 인생이 무엇인가. 인생오복이 목숨(壽), 부(富), 건강·평안(康寧), 덕을 좋아하여 행하는 유호덕(攸好德)에 고종명이 아니던가. 참으로 부질없는 게 인생이다.

    바로 1년 전 숭례문이 불타 내려앉았을 때도 참담한 심정이었다. 하여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라는 ‘지못미’라는 말이 나왔다. 화왕산에서도 그러한 절규가 들린다. ‘얼마나 뜨거웠을까’ 하고 울부짖는 희생자 가족들의 오열이다. 불가에서 보는 죽음은 멸(滅)이 아니고 새 육신을 얻는 윤회(輪廻)이다.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고, 부디 극락왕생하기를 바란다.

    남강댐 물의 부산식수원 공급 사업은 2009년 초 경남 도민들을 분노케 한 사건이다. 남강댐의 상시 만수위 높이를 현재 해발 41m에서 45m로 높여 저수량을 늘리고, 부산에 매일 65만㎥의 물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진주 사천 등 서부경남 일원을 물바다로 만들 우려가 제기되어 도민적 반발에 직면하고 있다. 사천만은 지금도 상습 침수되어 어자원 고갈 등 피해가 잇따르고 있는데 또다시 방류량을 늘린다면 사해로 황폐화될 수밖에 없다. 또한 수심이 얕고 저수량이 적은 남강댐을 숭상하면 하류지역 주민들은 머리 위에 ‘물폭탄’을 이고 사는 불안한 행태가 돼 버린다.

    부산시는 경남과 부산이 이웃이어서 좋은 물은 나눠 먹는 것이 좋지 않느냐 말한다. 하지만 상황은 그렇게 호의적이지 못하다. 경남을 낮춰 보며 땅과 신항과, 댐과 물까지 빼앗아 가려는 부산시의 그동안의 행태는 오만한 패권주의이다. 신항 컨테이너 선석과 노무인력까지 독차지하고, 이제 와서 물을 달라고 하면 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인지상정, 역지사지이다. 그나마 사업이 경남의 동의도 없이 일방추진이니 분노가 가중된다.

    남강댐이 물(水)이라면 화왕산은 불(火)이다. 물과 불이 상극이지만 또한 상생이다. 주역의 64괘 중 수화기제(水火旣濟)의 괘가 가장 조화롭다. 물이 위이고, 불은 아래이다. 물은 아래로 흐르고, 불은 위로 타오르는 성질로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태양이 있으면 달이 있고, 남자가 있으면 여자가 있다. 우주 삼라만상이 음양의 조화이다. 기제는 ‘이미 다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물론 ‘다 이루어져도 태만하면 썩는다’는 교훈도 준다.

    토마토와 우유를 함께 먹으면 상생이자 환상적 조화이다. ‘토마토가 빨갛게 익으면 의사 얼굴이 파래진다’는 유럽 속담은 토마토는 빨갛게 익은 것이 좋고, 토마토를 많이 먹으면 의사가 필요 없이 건강해진다는 말이다. 거기다 우유까지 가미하니 암과 심장병 예방 등 만수무강에 지장 없다. 누가 지방이 몸에 안 좋다 했는가. 과잉섭취하면 당뇨, 고혈압 등 성인병 위험이 있지만 적절하면 좋다. 지방과 비만은 상극이지만 섭취열량의 20% 정도이면 상생이다. 그만큼 못 먹는 어려운 사람들도 많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이 인체 3대 영양소인 것을 알아야 한다. 2009년 기축년 연초, 물과 불이 고통을 주고 있다. 물과 불뿐 아니라 모든 분야가 상생으로 조화되어 한 해 횡액이 사라지길 기원한다.

    금요칼럼

    조 용 호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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