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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혜경의 NIE] (73) 김수환 추기경 선종으로 보는 ‘나눔의 사랑’

‘그들’을 ‘우리’ 안으로 감싸안은 마음에 감동 물결

  • 기사입력 : 2009-02-2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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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러분은 ‘그들’ 이라는 말에서 어떤 느낌을 받나요? ‘우리’라는 말은 서로를 감싸 안아 주는 어감을 주지만 ‘그들’은 이런 따뜻한 감정과는 거리가 먼 차가운 느낌을 받게 되지 않나요? “그들도 우리처럼” 다음에 어떤 문장이 생각나나요? “같은 인간이다” “사랑을 한다” 등의 문장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을 보면 ‘우리’에게 ‘그들’이란 말은 ‘우리’와는 다른 무언가를 가리키는 말로 인식되고 있음을 알 수 있어요.

    ‘우리’와 ‘그들’을 나누는 기준은 민족이나 인종, 이념이나 종교가 될 수 있을 거예요. 얼마 전 일어났던 용산 참사의 철거민들도 우리에겐 ‘그들’이에요. 우리 속에 그들이 있고, 그들 속에 우리가 있는데 ‘우리’와 ‘그들’로 나누는 시각은 아주 위험한 거예요. 지금도 전 세계에는 이런 이분법적 시각이 ‘그들’을 증오하며, 분쟁의 점화 장치로 이용되고 있어요.

    이런 세상에 한 줄기 빛이 되어 주신 분이 계셨죠? 지난주 내내 우리의 마음을 울렸던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은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했어요. 선종 후 빈소가 마련된 명동 성당에는 추모 행렬이 끊이지 않았어요.

    김 추기경은 교회가 세상 속으로 내려가 교회의 담을 헐고 사회 속에 교회를 심어야 한다고 말하셨고, 결정적인 순간에는 약자의 편, 정의의 편에서 그들을 보듬어 안아 주신 분이에요. 종교지도자를 뛰어넘어 누구에게나 사랑과 존경을 받았으며, 다시 그 사랑을 돌려주며 가난한 사람, 버림받은 사람, 힘없는 사람을 보듬었어요. 늘 ‘봉사와 나눔’을 강조하며 평생 세상을 살피다 가시는 길까지 다 나누어 주어 진정한 사랑이 과연 무엇인지 우리에게 깨달음을 주신 분이에요.

    고 김수환 추기경의 삶이 우리 사회에 사랑의 파도를 일으키고 있어요.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에는 장기기증의 뜻을 밝힌 시민들로 전화기에 불이 날 지경이고, 김 추기경이 애정을 쏟아온 사회운동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어요. 바로 이들이 우리 사회에서 ‘그들’로 불리며 왕따를 당한 사람들이기도 해요. 장애인, 3D업종에 종사하는 외국인 노동자, 노숙자, 미혼모, 범죄자, 경제적 약자 등 이들이 다 우리 사회에선 ‘그들’로 불리는 사람들이에요.

    신문에 난 김수환 추기경 관련 기사와 사진을 이용해 어린이의 생각을 표현한 NIE 활용지./부산·경남 N I E 연구회 제공/

    바로 이들을 ‘우리’ 안으로 불러들여 안아 주셨던 그 마음이 지금 우리 국민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는 거겠지요?

    대중 스타가 아닌 종교 지도자에게 이념과 계층, 종교의 벽을 넘어 수많은 국민이 이처럼 남다른 추모의 마음을 보내는 이유는 뭘까요?

    전문가들은 자신의 안구를 기증하는 등 마지막까지 생명 존중과 사랑을 실천한 그의 삶에서 새로운 희망과 삶의 가치를 발견한 점이 추모 열기의 원인이라고 말하고 있어요.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경제 위기로 삶이 많이 어려워진 데다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해지면서 강력한 돈의 위세에 짓눌려 있던 사람들이 김 추기경에게서 돈 이전에 정신이나 도덕의 소중한 가치를 찾아낸 것”이라며 “우리 국민들이 원하던 삶의 모습이 김 추기경의 선종으로 잠재되어 있던 그리움을 밖으로 표출한 것”이라고 해요.

    또한 언제나 귀를 기울이며 ‘경청’을 하셨던 그분의 모습에서 우리 국민들은 우리가 원하는 리더의 모습을 찾았을지도 모르겠어요.

    사회 양극화로 인한 갈등, 약자에 대한 배려가 없는 지금의 현실 속에서 일방통행이 아닌 쌍방향통행의 리더십을 우리는 원하고 있어요.

    우리 사회에 ‘정의’라는 두 단어를 일깨워 주신 분, 그 ‘정의’를 이제는 여러분들이 이어받아서 더 따뜻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으면 해요.

    유혜경(부산·경남 NIE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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