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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교육 정책에는 지속성이 중요하다 - 장성진 (창원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09-02-2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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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찍이 맹자가 설파한 군자의 행복론에는 교육에 관한 항목이 들어 있다. 부모가 다 살아 계시고 형제가 무고함이 첫째 즐거움이요, 하늘과 사람에게 부끄러움 없음이 둘째 즐거움이요, 천하의 영재를 얻어서 교육함이 셋째 즐거움이라고 하였으니, 교육을 그 자체로서 최고의 행복으로 여겼다. 간단한 듯하지만 단편적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먼저 ‘군자’에 대하여 정의하기를, 사람이 누구나 하늘로부터 타고난 선한 본성을 잘 지켜 나가면 군자가 되고, 이욕에 가리어 본성을 잃어버리면 소인이 된다고 하였다. 그러니 사람은 누구나 군자가 될 수 있다. ‘영재’는 누구인가? 그는 스승인 공자에게서 설명을 빌려 왔다. 가장 지혜로운 이도 배워야만 알 수 있으며, 가장 어리석은 이라도 배우면 안다고 하였다. 사람 재능의 범위는 배워야 아는 데서 배우면 아는 데까지이니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따라서 영재란 세상의 모든 사람이다. 결국 끊임없이 수양하는 사람이 배우려 애쓰는 이를 가르치는 일이 행복이라는 뜻이다. 그것이 진정 즐거움이 되는 이유는 공간적으로 세상 모든 사람이 도를 행하고, 시간적으로 후대에까지 길이 그 혜택을 누리는 길이기 때문이다.

    성인의 간명한 발언에는 중요한 진리가 들어 있다. 무엇보다 교육의 궁극적인 가치에 대하여 긍정적으로 바라보면서 실제로 그것을 일관되게 실천한다는 점이다. 더 중요한 것은 교육의 주체와 대상을 동일선상의 모든 인간으로 설정하고 지속성을 부여한 점이다. 갈팡질팡하면서 심한 대립을 보이는 오늘날 한국 교육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 문제를 먼저 들고 나왔으며, 꼭 개혁이라고 내세웠다. 평준화를 통한 평등성 추구냐, 차별화를 통한 수월성 제고냐 하는 문제는 정치계가 먼저 나서서 소리치고 사회 각 분야에서 뒤따라 열을 올려 갈등과 분열상을 드러내었다. 일이 있을 때마다 제도를 들먹이다가, 최근의 학업 성취도 평가 시험을 둘러싸고 그 대립이 한껏 첨예해졌다. 그러나 실제로는 주장과 실행 사이에 괴리가 있고 오해도 적지 않다. 평준화를 기치로 내건 이전 두 정권에서도 외국어고, 과학고, 국제고 등 별로 특수목적을 수행하지도 않는 특수목적고를 확산하여, 실질적으로는 입시 일류 학교를 양산함으로써 평준화를 스스로 약화시켰다. 반면 공개적인 경쟁을 통해 개인의 능력을 신장시키겠다고 선언한 이번 정권에서는 몇몇 대학의 돌출적인 입시 제도 발언 속에 제 목소리를 잃어 가고 있다.

    사실 이번에 실시된 학업성취도 평가는 새 정권의 업적으로 내세울 일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공교육 평준화의 가치를 떨어뜨렸다고 공격받을 일은 더욱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행 과정에 나타난 착오와 거짓 때문에 궁지에 몰리기를 자초하였다. 원래의 취지대로 지역별, 거주 환경별 학력차를 파악하고 기초학력 미달자에 대한 교육 환경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일은 오히려 평준화의 진전이라고 할 만하다. 그런데도 지역별 학교별로 성적 처리 오류와 조작이 빈발한 것은 목적보다 성과주의를 앞세우는 유·무언의 압력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섣불리 시험 성적을 책임자 인사에 반영하겠다는 등 압력이 있지 않았던가.

    이러한 난맥상은 잘못된 태도에서 나온 것이다. 교육 문제를 사회 여론에 대한 단기 처방으로 여겨 삼 년이 멀다 하고 바꿔댄 정책의 가벼움이 그것이고, 실상과 다른 포장 속에 수도권과 비수도권, 도시와 농어촌 사이의 환경적 격차를 덮어 버리려는 속임이 그것이다. 경쟁 없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주겠다는 주장도, 학력을 잔뜩 높여 유능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겠다는 주장도 허장성세이다. 행복의 싹은 이미 천하 영재의 심성에 자라고 있으므로 너무 급격한 바람은 오히려 해롭다. 기능은 쉽게 얻을 수도 있지만, 삶에 대한 가치관은 어릴 때 배운 것이 오래도록 보장받아야 신뢰가 생긴다. 그런 점에서 궁극적 가치를 추구하고 시간을 넘어서는 지속성을 즐거움으로 삼는다는 성현의 교육관을 되새겨 볼만하다.

    금요칼럼

    장 성 진 창원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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