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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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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별미- 통영 도다리 탕수어·찜

봄도다리 ‘탕수魚’로 맛나는 변신

  • 기사입력 : 2009-03-0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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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용계 대모 ‘그레이스 리’ 6년전 통영서 개발

    한 마리 통째 요리…살 부드러운 찜맛도 일품

    3월의 눈보라도 봄의 귀환을 막지는 못했다. 오히려 때아닌 한파 덕분인지, 산과 바다에서는 불어오는 봄내음이 더욱 짙게 느껴진다. 남해안 바닷가에서는 이미 향긋한 봄맛 잔치가 시작됐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봄도다리 잔치다. 신선한 봄맛을 낚겠다며 바다로 나서는 강태공들, 향긋한 봄맛에 취하고 싶다며 해안가 식당가를 찾는 미식가들의 행렬에서 그 열기를 가늠할 수 있다. 산란기가 지나 육질이 단단해진 봄도다리는 일년 열두 달 중 3~4월에만 맛볼 수 있는 ‘귀한’ 생선이다. 물이 오를 대로 오른 봄 도다리 맛을 보지 않고 이 봄을 그냥 보낼 수는 없는 노릇. 도다리를 만나러 통영으로 가보자.

    남해안 해안가 어느 곳인들 ‘도다리 잔치’ 벌어지지 않은 곳 있겠냐만은, 그중에서도 통영은 도다리로 만든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대표 맛여행지다. 대표적인 요리로는 도다리쑥국, 도다리회가 있는데, 조금 더 이색적인 요리를 찾는다면 도다리탕수어, 도다리찜을 추천한다. 6년 전, 1970년대 단발머리 붐을 일으킨 미용계의 대모 그레이스 리가 통영에 반해 눌러앉으면서 중화요리집을 개업, “좋은 생선을 특별하게 만들고 싶다”는 욕심으로 개발한 요리다.

    통영시 무전동에 위치한 ‘중국요리 이선생’. 겉보기엔 다른 중화식당과 별 다른 게 없지만, 통영의 싱싱한 활어들을 중화요리 재료로 주로 사용하는 게 이 식당의 특색이다. 이 집에서 제철 도다리 요리를 먹기 위해서는 예약은 필수다. “활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예약받는 즉시 가게 근처 중앙시장에서 도다리를 공수해 오기 때문”이란다. 물론, 봄철에만 맛볼 수 있는 제철요리다.

    도다리탕수어(小 3만5000원·大 5만원), 도다리찜(小 3만5000원·大 5만원)의 특징은 도다리를 통째로 요리하는 것이다.

    도다리탕수어의 조리과정은 비교적 간단하다. 깨끗하게 손질한 도다리에 녹말가루를 입혀 기름에 튀겨내고, 그 위에 새콤달콤한 탕수 소스를 뿌려내면 끝이다. 적당한 온도와 튀겨내는 시간은 조리사만의 비법일 터. 바삭바삭하게 익은 도다리 한 마리가 붕어빵을 닮았다. 그만큼 고소해 보인다는 말이다. 통으로 튀겨내온 도다리탕수어는 가위로 먹기좋게 잘라서 나눠 먹으면 된다. 가위로 잘린 틈 사이로 보이는 뽀얀 도다리살에 봄이 왔음이 새삼 와닿는다. 강한 불에 단시간 익혀서 도다리 특유의 산뜻한 살맛이 죽지 않았다. 뼈까지 바삭바삭하게 익은 도다리탕수어는 대가리, 지느러미도 버릴 것 없이 다 먹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도다리찜은 눈과 귀와 코와 입으로 먹는 요리 중의 요리다. 1차 조리는 주방에서 이뤄진다. 살짝 쪄낸 도다리(스테이크로 치자면 미디움 정도로 익힌 것이다) 위에 실파와 생강을 얹고, 간장소스와 끓인 기름(파기름·포도씨기름)을 함께 가져 나온다. 2차 조리는 테이블 위에서 한다. 야채가 얹혀진 도다리 위에 간장소스를 적당량 붓고, 그 위에 따글따글하게 익은 기름을 붓는데, 이때가 포인트다. 기름을 붓는 순간 도다리가 지글지글 익으며 귀를 자극하고, 기름과 간장소스, 야채가 어우러져 퍼져나오는 향기에 코가 취한다. 또 파 위에 도다리가 익으면서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모습은 식욕을 자극한다. 이쯤하면, 이미 도다리찜에 마음을 반쯤 빼앗기게 된다. 즉석에서 익힌 속살은 부드럽고, 입안에서도 향이 은은하게 퍼진다. 특별제작한 간장소스맛에 반해서 도다리를 해치운(?) 후, 공기밥을 시켜 간장소스에 비벼먹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봄도다리는 어떻게 요리하든 그 맛이 좋다지만, 강한 중화식 소스와 조리법에도 신선하고 보드라운 봄맛이 남아있는 건 진정 봄도다리의 위력이 아닐까.

    글=조고운기자·사진=성민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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