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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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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마니아를 찾아서 (11) 프라모델 마니아 박수원씨

깎고 다듬고 붙이고 칠하는 나만의 작은 세상
1994년 우연히 접한 후 15년간 300여점 제작

  • 기사입력 : 2009-03-1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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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수원씨가 작업실에서 프라모델에 색을 칠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창원 팽봉기정형외과의원 방사선 기사인 박수원(35·창원시 동읍)씨의 취미는 프라모델이다. 15년간 그가 만든 프라모델 작품은 300여 점, 이미 여러 작품이 전문 잡지에 소개됐고, 새로운 시제품의 원작 작업을 의뢰받을 정도로 그 실력을 인정 받고 있는 프로 모델러다.

    그가 프라모델을 위해 작업실로 개조한 방, 진열대에 놓인 미니 사이즈의 건담, 비행기, 탱크, 만화 캐릭터에서 소년적인 느낌이 물씬 난다.

    작업대의 풍경은 좀 다르다. 각종 물감, 도색 도구, 안전장비 등에서는 프로의 흔적이 느껴진다. 어린 시절 남자아이라면 한번쯤 만들어 봤을 프라모델.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부품을 잘라 붙이고 끼우는 작업에 과연 이토록 많은 장비가 필요하긴 한 걸까.

    “프라모델은 생각보다 아주 복잡한 작업이에요. 조립이 간단한 것도 있지만, 어떤 프라모델은 그 구성이 복잡해서 완성시키는 데 수개월이 걸리기도 해요. 플라스틱을 더하고 깎고 다듬고, 색을 새로 입히는 과정은 상당한 인내를 필요로 하죠. 실물과 똑같이 만들기 위해 웨더링(오염되고 상한 부분을 그대로 표현하는 작업) 작업도 해야 하고요. 보통 한 작품을 만드는 데 1~2달가량이 걸리죠.”

    그가 프라모델의 매력에 빠진 것은 1994년부터다. 대학입시를 치르고, 우연히 프라모델을 접하게 된 그, 중학교 때까지 미술(조소)을 했던 그는 손으로 만드는 하나의 작품, 프라모델의 세계에 금세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것은 단순한 조립이 아니라 창작이에요. 작품과 관련된 공부를 하고, 역사를 재현한다는 상상을 하면서 만들죠. 그러기 위해 역사 공부도 하고, 모델 공부도 열심히 했어요.”

    프라모델은 로봇, 탱크나 비행기 등 밀리터리류, 권총 등 그 종류가 수천 가지에 이르는데, 박씨가 주로 만드는 것은 밀리터리류 중에서 비행기다. 비행기를 좋아해서인가 싶었더니, 의외로 비행기 공포증이 있다고 했다.

    “폐쇄공포증이 있어서 비행기 타는 걸 싫어해요.(웃음) 그래도 비행기를 만들 때는 조종사가 된 기분으로 만들죠.”

    그의 손 안에서 만들어진 비행기 프라모델이 벌써 250여 점이다. 만드는 작품마다 엔진, 규격, 용도 등 본체에 대한 지식부터 그 역사, 흔적 등을 습득하다 보니 ‘비행기 박사’라 불러도 손색 없을 정도의 지식을 갖췄다.

    “내가 만드는 비행기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실수를 하지 않거든요. 프라모델 작업의 가장 중요한 것은 고증이에요. 예를 들어 미국에서만 사용하는 공군기인데 우리나라 공군기로 표현하면 실패한 작품이 되는 거죠.”

    그 정보를 얻기 위해 뒤늦은 외국어 공부에도 매진했다. 10년 전만 해도 국내 전투기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외국 서적을 읽어야 했기 때문이다. 이제 영어와 일본어 책은 쉽게 읽을 정도의 수준이 됐다.

    “작품을 완성했을 때의 성취감은 물론, 작업을 하면서 알아가는 재미가 있어서 자꾸 새로운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같은 프라모델일지라도 만드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각자 다른 매력을 가진 작품이 되기 때문에, 나름의 가치도 있고요.”

    국내에서 프라모델의 세계는 소규모다. 그래서 그들의 작업을 제대로 이해하는 이도 드물다.

    “프라모델은 작업 과정은 물론, 결과물의 디자인만 봐도 굉장히 격이 있는 작업이에요. 그런데 사회적 인식은 ‘장난감’ 정도로만 치부하죠. 그런 점이 무척 아쉬워요. 부모님도 처음에는 탐탁잖게 여기시다가 작품이 하나둘 모이는 걸 보고는 인정해 주셨죠.”

    “나만의 작품으로 전시장을 만들고 싶은 게 꿈”이라는 그의 창고에는 아직 포장도 뜯지 않은 키트박스가 200여 점이다. 언제 저걸 다 만들 거냐고 묻자 “평생 만들 건데 뭐가 걱정이냐”며 웃는다.

    박씨는 현재 자신의 개인홈페이지(http://parksuwon.egloos.com)를 통해 작업 과정을 강의하고, 프라모델 동호회 ‘창원모델링구락부’의 회장직을 맡아 모델러들의 소통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글=조고운기자·사진=성민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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