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30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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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칼럼] 이발소에서

‘워낭소리’처럼 힘든 생활이지만
믿음이 있다면 행복하고 편안해

  • 기사입력 : 2009-03-1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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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수께끼 하나 드려 볼까요? 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은? 제가 생각하는 정답은 ‘면도칼을 든 이발사 아저씨’입니다.

    그런데 의외의 대답입니까? 제 머리 깎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요. 저도 한 달에 한 번쯤은 꼭 동네 이발소를 들르게 됩니다. 그럴 때면 ‘아유, 왜 이리 머리는 잘도 자라나?’ 그런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이상하리만치 편안한 마음도 듭니다. 가끔씩 이발을 하다 보면 깊은 생각에 잠기기 때문이기도 하고, 왜 그리 잠도 잘 오는지 궁금해 하기도 합니다. 그리곤 문득, ‘아! 이발사와 나 사이에 보이지 않는 믿음이 있기에 마음이 편안해지는구나! 하는 생각도 하지요.

    사실 면도칼을 들고 온통 얼굴 피부를 삭삭거리는 소리가 나게 면도해 주시는 아저씨의 손놀림은 예술입니다. 목 주위, 귀 주위, 눈 주위를 스치는 차가운 칼의 느낌 속에서도 ‘이 아저씨는 실수를 안 해’ 하는, 그리고 ‘날 결코 다치게 하지 않아’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며칠 전 세간에 그토록 회자되던 ‘워낭소리’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그 할머니와 소는 고생 엄청 하셨겠데요. 하하. 물론 할아버지도 고생 엄청 하셨지요. 그래도 전 그 할머니도, 소도, 할아버지도 행복하셨을 거라고 생각해 봤답니다. 그 할머니의 엄청난 투정 속에도, 소의 힘든 발걸음에도, 할아버지의 숨찬 일생 속에도 보이지 않는 믿음과 신뢰의 끈이 있었기에 행복하고 오히려 편안했을 거라고 짐작하는 것은 저의 그냥 감상일까요?

    세상이 힘들다 하지만 믿음이 있는 세상은 꼭 힘든 것만은 아니지 않을까요? 이 글을 쓰면서 저 스스로에게 물어봅니다. ‘나는 누군가에게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믿음 한 자락이라도 주는 삶을 살고 있는가?’라고 말입니다.

    면도칼이 목 주위를 스치고 지나가는데도 움찔하지 않고 편안함을 느끼는 더 큰 세상을 꿈꾸어 봅니다.

    그리고 언제나 그 모든 꿈은 ‘지금 여기에서 나로부터’ 시작되기를 다짐해 봅니다.

    김정훈 신부(천주교 마산교구 청소년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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