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심재근의 우리땅 순례 (44) 남강 17- 집현면~명석면~미천면

산길 따라 유적 따라… 느긋한 농촌마을 여행
신라 진흥왕때 세워진 집현산 자락 응석사

  • 기사입력 : 2009-03-31 00:00:00
  •   


  • 남강


    응석사 대웅전


    명석자웅석



    광제서원


    조선조 팔각형 고분군


    봄은 생명의 계절이다. 남강은 생명을 잉태하는 물을 곳곳에 흘려 주며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

    밖으로 나가면 강도 들판도 산도 온통 초록색과 꽃들의 잔치다.

    강턱에서는 비닐하우스를 돌보는 농부의 손길이 분주하였고, 농촌 들녘에는 워낭 소리 대신 농기계 소리가 고요한 적막을 깨고 있었다.

    길에 내리면 일렁이는 봄바람에 형형색색 아름다운 꽃들이 반겨 준다. 마른 대지를 적셔주는 세찬 바람과 이슬비가 내리던 날 응석사로 가는 길목에 어미 두꺼비가 새끼 두꺼비를 업고 유유히 길을 건너고 있었다.

    두꺼비가 사라져 가는 모습을 한참 동안 지켜보며 자연이 주는 행복한 어울림에 젖었다.

    ◇ 응석사·집현산·명석자웅석= 진주시 집현면에 있는 응석사는 진주에서 국도 33번을 따라가다 대암리 인근에서 지방도로 1007번을 따라가면 좁은 콘크리트 도로가 이어진다. 절집 초입에 응석저수지가 있고 입구에 들어서서 일주문과 범종각을 지나면 마당 건너편에 대웅전이 반겨 준다. 마당에는 맷돌을 징검다리로 길게 놓았고 오래된 은행나무 한 그루가 수문장처럼 서 있다.

    집현산 자락에 있는 응석사는 신라 진흥왕 15년(554) 연기 스님이 세웠다고 전한다. 경남유형문화재 제141호인 대웅전은 앞면 3칸·옆면 2칸의 1층으로 팔작지붕이다. 상량문에는 영조 12년(1736)년과 광무 3년(1899)년에 고쳐 지은 기록이 있다.

    대웅전에는 황금 색칠을 한 경남유형문화재 제401호인 삼존여래좌상이 봉안돼 있다. 복장유물에 의하면 1643년에 조성됐으며 조선후기에 확산된 양식이다. 대웅전 기둥은 약간의 배흘림이 있으며 지붕을 받치기 위해 만든 공포가 기둥과 기둥 사이에 있는 다포식이다.

    대웅전 뒤편으로 돌아가면 산신각, 나한전, 독성각의 전각이 있다. 대웅전 뒤편 언덕에는 기념물 제96호인 무환자나무가 한 그루 있다. 자식에게 화가 미치지 않는다 해 무환자나무라고 하며 제주도에서는 도욱남 또는 더욱남으로 불리고 있다. 원산지는 대만으로 열매는 염주를 만드는 데 쓰였기 때문에 절에 심어진 것으로 보인다.

    인기척이라고는 없는 절집에 봄바람이 옷깃을 스치고 지나간다. 요사채 화단에는 봄에 피어오를 꽃을 보호하는 둥그런 비닐 보호막이 산사 스님의 세심한 모습을 대신하고 있었다.

    절집을 나와 왼쪽으로 난 넓지 않은 임도를 따라가면 집현산(해발 572.2m)으로 가는 길이다. 집현산의 등산은 응석사 주차장에서 시작하면 2시간 정도 소요된다. 그러나 임도를 따라가서 중턱 샘터 인근에 차를 세우면 정상까지 500m라는 이정표를 만난다.

    이곳에서 답사길에 동행한 아내에게 이정표를 보며 ‘오송회(주: 필자 부부가 참여하는 모임) 산행으로 안성맞춤이다’라고 했더니 빙그레 웃었다. 젊은 시절에는 좀 높은 산행을 해도 회원들이 볼멘소리를 안 했는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차 낮은 산을 선호하고 있다.

    산 아래를 내려다보니 산줄기를 따라 이어지는 푸른 소나무들이 융단을 깔아 놓은 것 같은 풍광이 펼쳐졌다. 집현산 임도는 산악자전거 동호인들의 경기장이 되기도 한다. 땀을 뻘뻘 흘리며 올라오는 모습이 건강이 넘쳐 보였다.

    임도가 끝나고 신기저수지를 지나 명석면 신기리로 내려서면 민속자료 제12호 명석자웅석이 전각 안에 있다. 남녀를 상징하는 한 쌍의 성기 모양 암석이다. 잔잔한 전설이 서려 있는 곳이다.

    자식을 많이 낳고 농사의 풍요를 빌던 대상물이 나라를 지키고 백성을 평안하게 한다는 호국의식과 맞물려 꾸준히 이어온 민간신앙이다.

    ◇ 광제산 봉수대·광제서원·가뫼골마을= 길을 따라 내려서면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진 넓은 주차장이 나온다. 광제산(해발 420m)을 오르는 등산객들을 위해서 만들어 놓았다. 주말이면 등산객들이 많이 붐비는 곳이다. 광제산 봉수대가 있는 정상까지는 2km이다.

    조선시대 통신 수단이었던 광제산 봉수대는 조선 세종 때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며, 동래에서 서울 목멱산(지금의 남산) 중앙봉수에 이르는 봉화선로를 연결하고 있다. 봉수대는 흔적만 일부 남아 있었으나 최근 복원됐다.

    정상 300m를 앞두고 약샘이 있는데 봉수지기들의 식수와 생활용수로 사용됐다. 봉수대에서 형성된 300m의 너덜지대의 모래층을 통과하는 샘물은 피부병에 효과가 있어 약샘이라고 하며 인근 마을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다.

    주차장에서 500m쯤 가면 커다란 돌에 광제서원 이정표가 있다. 은행나무가 도열하듯이 서 있는 길을 1km쯤 가면 광제서원이 있다. 고려 때 사람 홍의와 홍관을 추모하기 위해 세운 서원이다. 처음에는 선현을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기능만 담당하던 홍복사로 세웠다가, 영조 23년(1747) 홍지암으로 이름을 바꿨다. 1976년 영남 유림에서 광제서원으로 하였다.

    경내에는 6동의 건물이 있는데 경충사는 선현의 위패를 모신 곳으로 앞면 3칸·옆면 1칸 규모의 건물이다. 지붕은 옆면에서 볼 때 사람 인(人)자 모양인 맞배지붕으로 소박하면서도 단아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관리인이 있어 그나마 잘 보존되고 있고 입구에 있는 커다란 은행나무가 세월의 흐름을 말해 준다.

    광제서원을 뒤로 하고 오 리쯤 내려서면 진주시 명석면 덕곡리에 농촌 체험을 할 수 있는 가뫼골 마을이 있다. 도자기를 굽던 가마가 있던 곳이라 가뫼골로 이름 지었다는 젊은 마을대표 류재하(48·☏ 055-746-2121. 011-863-2211)씨의 마을 자랑이 대단했다.

    봄이면 매화가 활짝 피어 매화꽃을 이용한 매화주 담그기를 할 수 있고, 1만원을 내면 친환경 무공해 딸기를 실컷 따먹고 한 주머니를 선물로 가져간다고 한다.

    지천으로 널려 있는 산나물을 캐기도 하고 아이들은 사슴 농장에서 뛰어놀 수 있으며 황토방 한옥을 빌려 숙박을 할 수 있다. 류씨는 자기를 만나려면 사전에 연락을 해야 된다고 익살을 부렸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아이들과 함께하는 가족여행이라면 복잡한 곳보다는 여유와 문화가 묻어나는 농촌 체험 마을을 권하고 싶다.

    ◇ 부원군 신도비·조선조 팔각형 고분군= 합천으로 이어지는 국도 33번으로 오르면 곳곳에서 꽃들의 아름다운 모습들이 차창으로 스쳐간다. 서낭재를 넘어 안간교에서 지방도로 1007번을 따라가다 단속골을 지나면 미천면 오방리 낮은 산중턱에 조선조 팔각형 고분군이 있다.

    고분군으로 오르는 초입에 고려시대 순흥부사를 지낸 하윤린의 공적을 기린 신도비가 있다. 식목도감, 문하록사 등을 역임했고 공민왕 때에는 홍건적의 침입을 당한 군졸과 백성들을 구제했다고 한다. 1416년(태종16년)에 세운 것으로 변계량의 글이 절묘한 수법으로 조각돼 있다. 가을에는 부근 즐비한 감나무에서 감들이 익어가는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재실 뒤로 돌아 오솔길을 따라 잠시 오르면 소나무 숲 사이에 고분군들이 해발 120m의 낮은 능선을 따라 하륜의 무덤을 비롯한 6기가 있다. 4기의 무덤은 장방형으로 둘레돌(호석)을 둘렀으며, 하륜의 무덤도 팔각형의 독특한 형태를 하고 있다. 고려 후기에서 조선 전기 무덤의 변화를 알 수 있는 유적지라서 바람 따라 길 따라 찾아 봤다.

    (마산제일고등학교 학생부장, 옛그늘문화유산답사회장)

    ★맛집

    ◆황토맛집= 진주시 명석면 계원리 534. 구숙자. ☏ 055)745-6092. 011-9313-2351. 염소불고기(200g) 1만5000원. 생삼겹살(150g) 7000원. 청국장·된장찌개 6000원. 광제산 초입에 있으며 인근 밭에서 기른 채소를 내놓으며, 따뜻한 황토방을 제공하기도 한다.

    ◆흑돼지와 누렁이= 산청군 산청읍 옥산리 128. 김화자. ☏ 055)973-8289. 016-9663-0109. 흑돼지 생고기(150g) 7000원. 흑돼지 갈비(150g) 6000원. 한우등심(150g) 1만8000원. 고불정식 6000원. 100여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으며 주인의 넉넉한 모습과 훈훈한 인심에 다시 찾게 된다.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양영석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