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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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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꾸미 알맛 끝내줘요

제철 별미/ 진해 주꾸미

  • 기사입력 : 2009-04-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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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꾸미 데침. 암컷의 대가리 속의 난소는 밥알을 씹듯 담백하고 고소하다.



    주꾸미 볶음. 백김치에 김을 얹어 함께 싸 먹으면 제맛이다.


    살속에 찹쌀 같은 하얀 알이 알알이

    살짝 데쳐 초장 찍어 먹으면 감칠맛

    백김치 얹은 매콤한 볶음요리도 일품

    벚꽃비가 흩날린다. 온 세상을 울렁거리게 했던 분홍빛 향연은 또다시 꼬박 1년을 기다려야 만날 수 있으리. 돌아서는 봄이 야속해지는 4월 초순, 춤추는 벚꽃잎을 따라 진해시 용원을 찾았다. 봄맛이 절정에 오른 주꾸미로 봄의 끝자락을 잡아 보고 싶어서다.

    만개 후 떨어지는 벚꽃처럼, 주꾸미도 지금 이맘때를 넘기면 제맛을 보기 힘들다. 제맛이라 함은, 암놈의 몸속에 촘촘히 박혀 있는 ‘알 맛’이다. 산란기를 앞두고 살이 통통하게 올라 쫄깃하고 영양분도 가득한 주꾸미, 그 맛이 얼마나 기가 막히는지 ‘가을 낙지, 봄 주꾸미’란 말도 있다.

    봄볕에 바다 물결도 느슨해진 오후, 진해 용원어시장에는 직판장에서 갓 들여온 주꾸미가 봄바다의 풋풋한 갯내음을 머금은 채 꿈틀대고 있다. “지금 지나면 알 찬 주꾸미 맛도 못봅니더. 올해는 많이 잡히지도 않는데 있을 때 언능 가져 가이소.” 시장의 한 아주머니가 주꾸미 다리를 들며 말한다. 일반적으로 ‘서해안 별미’로 유명한 주꾸미지만, 용원 어시장의 주꾸미도 그 싱싱함이 서해안 못지않다. 다만 그 양이 넉넉지 않아, 아는 사람들만 찾아와서 맛보고 돌아가는 ‘비밀스런’(?) 주꾸미 명소다. 올해 값이 비싼 주꾸미는 1kg에 생물이 2만~2만5000원 선.

    “주꾸미는 데쳐 먹거나 구워 먹는 게 가장 좋습니더. 오래 삶으면 딱딱해지고 맛이 사라지거든예. 이거 싸가지고 초장집에 바로 가서 데쳐 먹으면 최고지예.”

    아주머니의 추천으로 주꾸미 1kg을 사서 시장 앞 횟집으로 향한다. 일명 초장집으로 불리는데, 시장에서 산 주꾸미를 가져가면 데쳐준다. 자리를 제공해 주고는 초장값(1인 3000원)을 받는다. 횟집 안에는 벌써 주꾸미 한 상 차려놓고 소주잔을 기울이며 봄을 즐기는 이들이 있었다. “요새는 주꾸미 들고 오는 손님이 제일 많다”는 주인 아주머니 말에, 옆 테이블에 앉은 부부가 “꽃 구경도 하고, 주꾸미 맛도 보려고 부산에서 일부러 왔다”며 웃는다.

    뽀얗게 익혀 나온 주꾸미 한 접시. 특유의 고소한 냄새가 하얀 김을 타고 올라온다. 1kg은 4명이 먹기에도 넉넉한 양이다. 먹통에 가득 찬 찹쌀 같은 알들을 보니, 침이 절로 넘어간다. 초장에 찍어 한 입 가득 베어 물어 본다. 알들이 입 안에서 톡톡 씹히더니, 알의 쌉쌀한 맛과 먹물의 부드러운 단맛이 어우러져 입안에 퍼진다. 말캉거리며 씹히는 식감도 최고다. 문어와 낙지과의 사촌이라더니, 문어의 쫄깃한 씹는 맛과 낙지의 부드러운 감칠 맛을 모두 가지고 있는 듯했다.

    용원시장 인근에는 사시사철 주꾸미의 쫄깃한 맛을 즐길 수 있는 식당도 있다. 용원동의 ‘다우리 회·주꾸미센터’. 매콤한 ‘주꾸미 볶음’, ‘웰빙주꾸미’가 주력 메뉴다. 콩나물, 파, 양파, 주꾸미 등을 양념과 볶아 나온다. 가격은 1인에 9000원. 땀을 쏙 빼는 얼큰한 맛이 매력이다. 주꾸미 볶음을 제대로 즐기는 법, 백김치에 김을 얹고 그 위에 빠알간 주꾸미를 얹어 싸 먹어 보라. 맛의 궁합이 일품이다. 남은 볶음 국물에 볶음밥을 해 먹는 것도 별미다.

    글=조고운기자 lucky@knnews.co.kr

    사진=김승권기자 sk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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