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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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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향에 마음 씻고 문수보살 만나보자

  • 기사입력 : 2009-04-1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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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성군 고성읍 이당리 갈모봉 산림욕장. 등산로를 따라 편백나무들이 일렬로 쭉쭉 뻗어 있다.



    문수보살의 전설이 전해지는 문수암 법당 뒤 바위틈.


    문수암에서 바라본 약사전과 약사여래대불.


    “누가 심었을까?”

    빽빽이 늘어선 편백나무의 도열에 숨이 멎을 것 같다. 편백나무에서 퍼져나오는 향취는 벌써 몸의 일부가 되어 진한 향이 묻어난다.

    고성군 고성읍 이당리 ‘갈모봉 산림욕장’.

    아직 외부에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고성읍과 삼산면 사이 갈모봉(367m) 산자락 70여ha에 1970년대부터 심어진 20~30cm 굵기의 편백나무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며 자라고 있다.

    숲속에서 울려 퍼지는 산새들의 울음소리에 맞춰 편백나무 군락 사이를 거닐면 지상낙원이 따로 없다. 골과 골 사이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봄바람은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식혀 준다.

    산림욕장에는 일부 삼나무와 해송이 자라고 있지만 대부분이 편백나무로, 고성 출신 임업인 윤영학(67)씨가 산을 일궜다고 한다.

    갈모봉 편백 산림욕장의 가장 큰 매력은 산자락을 따라 등산로 곳곳에 일직선으로 쭉 뻗은 편백나무숲 관찰로다. 산림욕장 제2 주차장에서 차량을 주차한 후 왼쪽 언덕 임도를 따라 길을 오르다 보면 쉼터 바로 인근에 관찰로가 나오는데, 경사진 언덕을 따라 일렬로 길게 쭉 뻗은 편백나무가 환상적이다. 솔~솔 불어오는 봄바람에 묻어오는 편백향은 청량함마저 안겨준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언덕을 따라 급경사를 이룬 편백숲을 오르기가 만만치 않다. 숨이 턱밑까지 차오른다. ‘헉헉’ 거리며 20여분을 오르면 산 정상 부근에서 팔각정을 만날 수 있다. 팔각정에 오르면 아래로 고성읍내와 들녘이 한눈에 들어온다. 평화롭기 그지없다.

    편백나무 숲 곳곳에 설치된 야외 데크는 나그네들의 안식처다. 다람쥐도 쉬어 가고, 길손도 쉬어 가는 쉼터인 셈이다.

    쭉쭉 뻗은 편백나무 숲터널을 지나면 아기자기한 오솔길을 만나고 또다시 임도로 이어지는 산길이 심심치가 않다. 등산로와 임도를 따라 편백나무숲을 한 바퀴 돌아 내려와도 좋고 숲을 관통한 1km 안팎의 산책로를 거닐며 편백향에 취해 보는 것도 괜찮다.

    간이 식수대가 있는 사거리에서 갈모봉 정상까지는 1.3km. 산길을 따라 걷다 보면 다도해의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푸른 바다에 점점이 박힌 섬들의 진풍경을 만날 수 있다.

    갈모봉이란 지명은 옛날 이 산 주변에 칡이 많이 우거졌던 데서 비롯됐다고 전하며 갈모봉 남쪽 자락 삼산면 상촌마을에 부잣집을 털어 가난한 이들에게 나눠줬다는 ‘갈봉’이란 의적에 얽힌 전설도 전해지고 있다.

     

    갈모봉 산림욕장의 편백향에 취해 갈 길을 잃고 한동안 멍하니 섰다가 신라시대 국선 화랑들이 몸과 마음을 수련·연마했다는 무이산(武夷山·548.5m) 기슭의 문수암(文殊菴)으로 향했다.

    문수암은 신라 신문왕 8년(688) 의상대사가 창건한 도량이다. 구불구불 산길을 따라 한참을 오르다 보면 문수암을 만날 수 있다.

    문수암의 안내 표지판에는 창건 설화가 적혀 있다. 의상대사가 남해 금산을 가던 중 무이산(옛 청량산)을 지날 때 날이 저물어 인근 민가에서 하루 묵게 되었는데 꿈에 누더기를 입은 두 걸인이 찾아와 ‘이 부근에 수도 도량으로 적합한 청량산이 있으니 금산으로 향하시기 전 꼭 한번 둘러보라며 내일 아침에 찾아와 스님을 안내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고 한다. 꿈에서 깨어난 의상대사가 집 주인에게 인근에 청량산이 있는지 물으니 약 20리쯤 떨어진 곳에 있다고 답했고 이른 아침 꿈에서 만난 두 걸인이 찾아와 의상대사를 청량산으로 안내했다고 한다. 두 걸인은 지금의 문수암 자리에 이르자 자신들은 저 석벽 사이에 문수단이 있는데 그 석벽 사이에 살고 있다고 말한 후 사라졌다고 한다. 의상이 그곳을 가만히 살펴보니 문수·보현 보살의 모습이 바위에 나타나니 문수보살의 화신임을 알고 그 자리에 절을 지었다고 전한다.

    지금도 문수암을 찾는 많은 사람들은 법당 뒤의 바위틈에 절을 올리며 문수보살을 보기 위해 애쓴다. 하지만 어쩌랴, 마음이 맑고 청아해야만 볼 수 있다고 하니….

    문수암은 고성에서 다도해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기 좋은 곳이다. 문수암 왼쪽으로 난 돌계단을 따라 뒤쪽의 바위 정상에 올라서면 다도해의 풍경이 한눈에 펼쳐진다. 겹겹이 쌓인 산들과 푸른 바다에 점점이 떠 있는 크고 작은 섬들.

    문수암 맞은편에는 다도해의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약사전(藥師殿)이 자리 잡고 있다. 거대한 금불상인 ‘약사여래대불’이 인상적이다. 약사전 외부를 한 바퀴 돌아본 후 내부를 통해 3층으로 오르면 무이산을 향해 두손을 모으고 가부좌를 한 ‘약사여래대불’을 만날 수 있다. 평안한 모습의 좌불상은 아름다운 다도해를 등지고 있어 궁금증을 자아낸다. ‘왜 바다를 등지고 있지?’ 그러나 아무도 속 시원히 답해줄 사람이 없다. 아마도 다도해의 아름다운 풍경에 반해 불심이 흐트러질까 두려워 돌아앉았는지도 모르겠다.

    뿌옇게 변한 하늘이 아무래도 오랜만에 봄비가 내릴 것만 같다. 서둘러 길을 재촉하는 발걸음이 오늘따라 가볍다.

    글·사진=이준희기자 jhle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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