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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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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더덕을 통째로 갈아 비벼봤더니…

  • 기사입력 : 2009-04-1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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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더덕 해초 비빔밥과 매실고추장

     


    진동면 차영숙씨가 미더덕을 다듬고 있다.



    미더덕전


    /미더덕 해초 비빔밥/

    씹히는 맛 살아나고 입안 가득 향이

    마산 진동 식당 주인 차영숙씨 개발

    서울국제음식산업박람회 동상 수상

    마산 진동만에 향긋한 주황꽃이 만개했다. 바다내음 가득 품은 미더덕이 제철을 맞은 것이다. 산에 나는 더덕과 모양새가 비슷해 붙여진 이름 ‘미더덕’. 입맛·코맛·눈맛으로 봄철 식탁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미더덕의 매력을 만나러 가보자.

    따스한 봄볕이 일렁이는 마산시 진동면 고현마을 포구, 선척들은 갓 건져 올린 오동통한 미더덕을 싣고 내리느라 분주하고, 작업선 안에서는 미더덕 다듬기가 한창이다. 전국 미더덕의 70%를 생산하는 고현마을은 1년 중 이맘때가 가장 바쁘다. 제철 별미인 미더덕 수확 시기가 3월부터 6월까지기 때문이다.

    수심 10~20m에서 그물을 쳐놓으면, 바닷속을 떠다니던 미더덕 난이 붙어서 식물성 플랑크톤을 먹으며 성장하는데, 그렇게 한 분기를 자란 이맘때의 미더덕이 가장 살이 많이 오르고 맛이 좋다.

    작업 중인 통 안의 미더덕을 들여다보니 그 모양새들이 다르다. 길쭉한 끈이 달린 것과 없는게 있는 것. 알고 보니 배에 꼬리가 있는 게 미더덕이고, 없는 게 오만둥이란다. “오만데 다 붙어서 오만둥이”라 불리는 주름미더덕은 껍질을 까지 않고 먹는 것으로, 미더덕과에 속하지만 참미더덕과는 다르다. 가격도 반값이다.

    미더덕 가격은 예년에 비해 많이 내렸다. 지난해 1kg에 6000~7000원선에 팔리던 것이 올해는 1kg에 4000원선에 살 수 있다. 이상고온 탓에 미더덕 살이 빨리 안 올라서 수확 일정이 늦어져서란다. 어쨌든 상큼한 봄맛을 기다리는 이들에겐 미더덕을 양껏 먹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인근에서 미더덕 맛집으로 알려진 곳은 바닷가에서 1km 정도 벗어난 진동면의 ‘가고파 식당’이다. 이곳의 별미 ‘미더덕 해초 비빔밥’은 ‘서울국제음식산업박람회 동상(2006)’을 수상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미더덕 마니아인 주인장 차영숙씨가 “먹고 싶어서 개발했다“는 이 비빔밥에는 고현 미더덕을 사용한다. “아무래도 가까우니깐 신선하고, 다른데 비해 살도 많고, 맛도 좋다”는 게 그 이유다.

    이 식당의 비빔밥의 포인트는 ‘갈아 넣은 미더덕’.

    “미더덕을 통째로 넣으니 껍질을 다시 뱉어내야 하니깐 손님들이 먹기 불편해 하더라고요. 썰어서 내자니 미더덕 안의 즙이 빠져버리고. 그래서 갈아서 넣자고 아이디어를 냈죠.”

    미더덕의 묘미는 ‘꼬더덕’ 씹히는 맛인데 그걸 갈아버리면 어떡하나 싶지만, 한 입 먹어 보면 기우임을 알 수 있다. 보기엔 밥과 해초와 야채를 넣은 평범한 비빔밥 같건만, 입 안 곳곳에서 씹히는 족족 톡톡 소리가 난다.

    통째로 갈아 넣은 미더덕은 고유의 맛도 그대로 살아있다. 비빔밥 전체에 미더덕 향이 고루 퍼져 한 입 먹을 때마다 향이 입안 그득하게 퍼진다. 함께 넣은 해초, 야채, 매실고추장 또한 상큼함을 배가시킨다. 함께 내오는 바지락 국물도 시원하다. 한 그릇당 30g의 미더덕을 올려주는 비빔밥의 가격은 6000원.

    이 집의 또다른 미더덕 별미는 ‘미더덕전(10000원)’이다. 다듬은 미더덕과 파래, 홍합을 넣어 만든 미더덕전은 코부터 자극한다. 향긋하고 고소한 향, 입 안에서 쫄깃하게 씹히는 바다맛이 일품이다. 비린 맛을 줄이기 위해 미더덕과 땡초를 갈아서 만든 물에 밀가루 양념을 한다고 했다. 미더덕을 싫어하는 아이들도 거부감 없이 맛있게 먹을 수 있을 듯싶다.

    이곳 외에도 고현마을 내 ‘이층횟집’의 미더덕 덮밥도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바다를 보면서 미더덕 별미를 즐기기에 좋다.

    한편, 오는 18~19일 진동면을 찾으면 ‘진동 불꽃낙화&미더덕축제’를 즐길 수 있다. 이곳을 찾으면 싱싱한 미더덕은 물론, 미더덕된장찌개, 미더덕찜, 미더덕튀김, 미더덕회무침 등 다양한 시식요리도 맛볼 수 있다.

    글=조고운기자 lucky@knn ews.co.kr

    사진=성민건기자 mkseong@knnews.co.kr

    ☞ 좋은 미더덕 고르는 법을 알아 놓자. 투명한 것은 안에 물이 많은 것이라 살이 없다고 보면 되고, 입부분(딱딱한 머리부위)이 쉽게 떨어지는 것이 덜 싱싱한 것이다. 집에서 먹을 때는 미더덕 속에 든 물과 속의 내장을 깨끗히 빼내고 요리해야 한다. 플랑크톤을 먹고 살기 때문에 속에 든 물은 텁텁하고 쓴 맛이 나기 때문. 미더덕을 소금물에 깨끗이 씻은 후 칼집을 내어 미더덕 속에 든 물을 빼낸다. 속에 든 물을 빼낸 미더덕은 흐르는 물에 가볍게 씻어 채반에 건져 물기를 빼내면 준비 끝이다. 미더덕은 노화 방지에도 좋고, 변비에도 효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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