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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내조(內助)의 여왕? - 심인선(경남발전연구원 여성가족정책센터장)

  • 기사입력 : 2009-04-1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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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도는 지난달 보건복지여성국 여성정책과 내에 여성인권담당을 설치하였다. 이는 지난 2008년 경남세계여성인권대회를 치르면서 요청된 사항으로, 대회에서 제기된 여성인권 관련 업무를 전담하고, 경남 여성 인권의 신장과 양성평등 확산을 위한 것이라고 설치 이유를 명시하고 있다. 그간 대체로 여성 관련 정책은 중앙정부가 사업을 결정하면 지자체는 집행하였는데, 이번 여성인권담당의 설치는 경남도가 여성정책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매우 고무적이다. 인권이란 ‘인간으로서 당연히 가지는 기본적 권리’이다. 좀 복잡하게 말하면 ‘인간으로서 가지는 존엄과 가치, 그리고 자유와 권리’이다. 사실 ‘인권’에 관해 이야기하려 하면 어려워한다. 여기에 여성인권이라하면 좀 더 어렵게 느낄 뿐 아니라, 색안경도 함께 끼는 것 같다.

    우리나라의 급격한 경제성장과 사회변화는 여성에 대한 인식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오랫동안 여성은 가부장적 관점에 따라 자녀를 양육하고 남편을 보필하는 부수적 존재, 즉 내조자(內助者)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지난 10여 년 간 양성평등에 기반하여 여성의 권리와 사회참여를 강조하게 되었고, 이에 따른 법률·제도가 잘 정비되어 가고 있다는 평가이다. 이번 정부의 출범 시 여성가족부의 폐지가 논의되었는데, 여성단체·학자 등 소수를 제외하고 존폐에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않았고, 그간의 변화를 언급하며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결국 여성부는 가족정책 기능을 뗀 정부 내 가장 작은 부서로 존속하고 있다.

    여성정책을 이야기할 때면, 상반된 두 가지 시각이 존재한다. 과거에 비해 여성의 권리와 양성평등이 잘 이루어져 오히려 남성이 역차별 되고 있으므로 여성을 ‘위한’ 정책은 더 이상 필요 없는 것이 아니냐는 측과 사회적 관행과 행동양식에서 여성은 여전히 차별받고 있으므로 여성‘의’ 정책이 계속되어야 하고, 오히려 더 확대되어야 한다는 측이다. 전자를 주장하는 측에서 꼭 언급하는 통계는 여교사 비율, 사법고시의 여성 합격자 비율, 여성의 공무원 합격률 등으로, 각종 시험에서 여성 합격 비율이 높아지므로 여성이 남성에 비해 절대로 불리하지 않다는 견해를 피력한다. 또, 가정의 주도권은 이미 ‘마누라님’에게 넘어간 지 오래라고 공공연히 이야기한다.

    자, 그렇다면 다음과 같이 통계를 뒤집어 보자. 압도적으로 여성이 다수인 학교에, 관리자급인 교장·교감 선생님은 왜 남성선생님이 많을까? 공무원 중 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5급 이상 여성 공무원은 왜 손에 꼽을 만큼 밖에 되지 않을까? 여성의 연령별 취업자 곡선은 왜 남성과 같이 종모양(∩)이 아니고, 결혼과 육아기간 동안 내려오는 M자형일까? 여성 비정규직 취업자 구성비가 남성에 비해 왜 두 배 정도나 높을까? 평일 여성이 가사일에 소요하는 시간이 왜 남성의 일곱 배 이상 될까? 여성근로자의 평균임금은 왜 남성임금의 1/3 수준밖에 되지 않을까? 직장에서는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 대학까지 나온 여직원이 왜 결혼 후 아이를 낳으면 당연히 그만둘 것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여전히 성폭력·가정폭력을 염려하고, 성매매는 전쟁을 선포해도 왜 근절되지 않는 걸까? 등.

    우리나라가 제도적으로 또한 명시적으로 남성과 여성을 더 이상 차별하고 있지 않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여성과 남성의 차이를 구조적으로 합리화하여 차별하는 관행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가진 능력을 발휘하고 그것에 더하여 정당한 기회와 대가를 받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진정한 의미의 여성인권 보장은 그간 배제되어 왔던 여성의 관점이 반영되고 불리한 상황이 개선되어야 하는 것이다. 더 이상 내조자(內助者)가 아니라 주체자(主體者)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 여성인권 담당의 설치로 경남도정에 여성의 관점이 반영되어 여성이 남성과 함께정책 수혜를 잘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경남여성이 행복하여야 경남이 행복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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