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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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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내면 때깔이 자르르~

■ 제철별미
남해 멸치쌈·멸치회

  • 기사입력 : 2009-05-0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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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월, 낮은 길어지고 햇살도 포근함을 벗고 서서히 더위를 불러 모으는 시점. 앞선 며칠 간 한낮의 날씨는 얼핏 시원한 바닷바람을 생각나게 했다.

    미리 더위를 쫓아 놓으면 올 여름은 좀 수월할까 싶어 바닷바람을 찾아나선 길, 한참을 달리니 어느새 창 밖으로 새파란 남해 바다가 함께 달리고 있다.

    창선교를 지나 미조항에 못 미친 물건리의 한적한 도로는 드라이브 코스로 매력적이다. 뒤로는 주황색 뾰족 지붕이 하늘을 향해 솟아 있는 독일마을이, 앞으로는 잔잔한 바다가 펼쳐진 바다가 자리잡고 있다.

    남해 삼동면 물건리 바다 위로 쏟아지는 햇살이 쪽빛 바다와 맞닿아 부서지며 만드는 은빛 물결은 흡사 한껏 물오른 멸치의 등허리 같다.

    제철을 만난 멸치로 만든 음식을 맛보자 싶어 한 식당에 들어서자 주인 아주머니가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안녕하세요, 어디서 오셨습니까.” 무엇을 먹겠냐가 아니라 어디서 왔냐고 먼저 묻는 질문에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 멸치쌈밥과 멸치회를 부탁했다.

    독특한 인사말의 여 주인장은 물건리 어부림 횟집의 문복인(48·여)씨. 문 사장은 멸치 메뉴 마지막 손님이라며 자리를 권했다. 그는 “생멸치는 오래 두면 기름이 빠져 맛이 없기 때문에 매일 갓 잡아 올린 것만 판매한다”며 신선도와 요리에 대한 자부심을 숨기지 않았다. 또 출신을 묻는 이유는 지역별로 다른 입맛에 맞춰 음식을 내놓기 위해서라고 귀띔하는 중에 상이 차려졌다.

    멸치쌈밥은 길이와 굵기가 검지 손가락만한 멸치를 대가리, 내장을 제거한 후 통째로 조려 쌈을 싸 먹는 제철 별미 메뉴. 상 위에는 식당 아래 텃밭에서 막 뜯어 온 상추와 직접 담근 쌈장, 초고추장이 함께했다.

    어부림 횟집의 멸치쌈밥을 맛있게 먹는 방법을 전수받았다.

    우선 상추 두 장을 손바닥에 놓는다. 상추 위에 특별 제조한 쌈장을 슬쩍 바른 뒤 밥을 한 숟가락 얹고, 된장에 조린 멸치를 국물과 함께 올려 싸 먹으면 된다.

    조언을 철저히 지켜 멸치쌈밥을 제조한 후 한입에 쏙 넣은 후 한 번, 두 번 씹을 때마다 눈알이 이리저리로 또르르 굴렀다. 그 고소함이 기대 이상이었던 것.

    멸치회는 초고추장에 버무려내는 무침 요리로 멸치 대가리와 내장, 뼈를 발라내고 미나리, 양파 등 각종 야채를 더해 직접 담가 적당하게 숙성시킨 초고추장을 얹어 섞은 뒤 상에 낸다.

    멸치회의 맛은 초고추장 맛에 의해 좌우된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 집에는 각종 과일과 사과식초를 적당히 섞어 담근 후 3개월간 숙성시키는 것이 특징이다.

    중요한 것은 멸치회의 전처리 과정이다. 보통 사용하는 막걸리 대신 사과식초를 이용해 멸균 효과와 멸치의 기름기, 비린내를 해결한다.

    또 하나는 멸치회에 빠지지 말아야 할 풋마늘대인데, 응달에서 키워내 발육이 늦은 이 집 텃밭의 풋마늘대는 아직도 연해 멸치회와 잘 어울린다고 자랑했다.

    멸치회를 맛볼 차례. 야채 중에서도 새파란 풋마늘대와 멸치 살점을 찝어 한입 넣어 입맛을 다시니 새콤달콤한 초고추장에 잘 버무려진 멸치가 입속에서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 한입, 두입 먹다 보니 한자리에서 세 접시를 해치워 버렸다는 앞선 손님을 대식가라고 치부할 수 없겠구나 싶었다.

    100% 자연산 회로도 이름나 있는 이곳을 찾아 두 사람이 멸치쌈밥과 멸치회를 즐기는데 드는 비용은 약 4만원. 매일 공수되는 생멸치라는 것과 밑반찬으로 나오는 해삼, 멍게, 낙지, 소라 등 각종 자연산 해산물은 가격에 놀라기 전 감안해야 할 점이다.

    돌아오는 길, 뉘엿뉘엿 넘어가는 오후 해가 비친 바다 한가운데 콕콕 박혀 있는 멸치잡이용 나무작대기를 보고도 침이 꼴깍 넘어간다.

    글=김희진기자 likesky7@knnews.co.kr

    사진=전강용기자 jky@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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