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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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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교단칼럼] 전문계 교육도 교육의 한 축이다-안화수(마산공고 교사)

  • 기사입력 : 2009-05-0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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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문계 고등학교는 직업인 양성을 목적으로 한다. 그런데 오늘날 전문계 고등학교는 그 본래의 기능에서 벗어나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시대 흐름에 따라 특성화 고등학교로 교명과 학과명을 바꾸어 새롭게 변신하고 있지만 뚜렷하게 내세울 만한 특색이 없다.

    몇 년 전 정부는 실업 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으로 직업 분야 고등학교 계열 명칭을 실업계 고등학교에서 전문계 고등학교로 변경했다. 열악한 전문계 교육을 정상화시키려는 의도로 보이나, 내용은 그대로 둔 채 포장지만 그럴 듯하게 바꾼 셈이다.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상당수의 전문계 학교가 인문계 학교로 전환하기도 한다. 그러나 여전히 40% 가까운 학생들은 자신의 희망과 상관없이 전문계로 진학하고 있다. 양적으로 전문계 고등학교가 우리 교육의 한 축을 이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로부터 관심을 얻지 못하는 현실이다.

    우리나라가 현재의 경제 국가로 발전하게 된 데에는 전문계 출신의 기능인들이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전문계 고등학교의 역할이 실종된 지 오래다. 근본적으로 산업 중심 사회에서 지식 기반 사회로 전환되면서 전문계를 멀리하게 되었다고 본다.

    전문계에 지원하는 상황을 보면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중학교에서 공부를 잘하고 집안 형편이 나은 학생들은 일류 대학 진학이 비교적 쉬운 과학고, 외국어고, 자립형 사립고를 비롯한 일반계 고등학교로 진학한다. 그 나머지 학생들은 전문계로 가는데, 이들은 자신의 적성이나 장래 희망대로 진학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의 여지가 없다.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의 청소년 역시 성적에 의해 인문학교, 직업학교, 직업예비학교로 진학한다. 그런데, 이들은 평소 자신을 잘 관찰한 담임 교사의 결정을 철저히 따른다고 한다. 담임 교사와 의논은커녕 어쩔 수 없이 선택 당하게 되는 우리 학생들과는 사뭇 다르다.

    학교 환경이 취업보다 대학 진학 쪽으로 치우쳐 있다. 전문계마저 대학 진학률이 학생 모집의 홍보 수단으로 이용된다. 기초 학력이 부족한 전문계 학생들은 대학 수학(修學)에 어려움이 많을 텐데, 진학의 길을 넓혀줌으로써 대학 진학이 수월해졌다. 전문계 학교에서 정상적인 직업 교육 과정이 파행을 보이는 이유이다. 게다가 전문계고에 지원하던 예산을 전문대학에 쏟아 넣어 예산 지원의 감소로 전문계 교육의 질이 낮아진다. 더욱 안타까운 일은 전문계고를 졸업하고서 대기업에 취업하려고 해도 그들을 필요로 하는 자리가 거의 없다. 취업보다 진학하는 학생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현재의 상황을 그대로 방치하다가는 전문계 고등학교가 제도적인 교육 기관으로서의 기능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

    사회적 분위기 또한 직업 교육을 중요시하지 않는다. 선진국에서는 일반 교육보다 직업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일본은 전문계 고교 3년 과정과 전문대 2년 과정을 연결하여 5년제 전문대학을 만든다고 한다. 우리에게도 필요한 제도적 장치이다. 5년 동안 체계적으로 배우고 재학 중에 병역을 마칠 수 있으며, 교육 수요자는 학벌을 충족시킬 수 있다.

    자격증만 해도 그렇다. 대다수의 학생들은 전공과 관련된 자격증을 별 어려움 없이 취득하는데, 이 자격증으로 직장 생활을 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 자격증 제도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당장에 부족한 몇 가지 사항을 보완한다고 해서 전문계 교육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진 않는다. 문제는 전문계 고등학교 졸업생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다. 이들에게 학벌을 따지지 않고 개인의 능력만으로도 사회 생활을 하는 데 걸림돌이 없도록 해야 한다. 뿌리 깊은 사고의 변화는 사교육을 안정시키고, 대학 진학에 목숨을 거는 학생들도 줄어들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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