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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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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근의 우리땅 순례 (45) 남강 18- 진주 대곡면~진성면

중생대 화석부터 조선시대 산성까지 역사 기행

  • 기사입력 : 2009-05-1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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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강교에서 바라본 남강


    용강서당


    우곡정


    경남과학교육원


    마진리 이씨고가


    전 송대산성


    여름으로 접어든다는 입하가 지나면서 차창을 내리면 진한 자연의 냄새가 가득히 밀려온다. 응석사를 안고 있는 집현산에 올랐다가 내려서는 산자락에는 아름다운 소나무가 푸른 융단을 깔아 놓은 듯 아름다웠다.

    입하가 지나면 잎사귀를 띄운 나뭇잎은 윤기를 더하고 나무들은 마지막으로 싹을 띄워 푸름으로 넘어가고자 한다.

    그리고 동네마다 한두 그루쯤 있는 이팝나무에서는 소담스러운 흰 꽃이 핀다. 흰 쌀밥 같은 꽃이 온 나뭇가지를 뒤덮으며 피는데 꽃이 한꺼번에 잘 피면 그해 풍년이 들고, 꽃이 신통치 않으면 흉년이 들 징조라고 했다. 응석사에 있는 이팝나무 꽃이 활짝 피었으니 올해는 풍년이라고 믿어야겠다.

    ◇ 용강서당·우곡정= 남강을 따라오다 지수면 압사리 인근에 이르면 강은 넓은 마음으로 들판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들판 사이로 청보리가 익어가는 마을 끝자락에 용강서당이 자리 잡고 있다.

    이 서당은 조선 명종·선조시대에 이조판서와 대제학, 경연관을 역임한 김우웅(1540∼1603) 선생의 학업을 기리기 위하여 1902년 지방 유림들이 세웠다. 선생은 20권의 문집과 동양사에 대한 속강목 36권을 저술했다. 유형문화재 제162호로 지정돼 있는 문집은 원래 판각 600여개가 경북 성주의 청주서원에 있던 것을 1922년 이곳에 있는 굉정각에 옮겨 와 보관하고 있다.

    서당은 크게 강학공간, 사당, 판각을 보관한 굉정각으로 구획되어 있다. 서당은 앞면 5칸·옆면 2칸 규모이며, 지붕은 팔작지붕으로 꾸몄다. 서당 내 곳곳은 여름을 부르는 꽃들이 수놓고 있었다.

    배롱나무가 꽃 피기를 기다리는 서당을 나와 인근 강변으로 걸음을 옮기니 농사를 준비하는 농부들의 손길이 분주했다. 예전에는 답사를 가면 지도를 보며 꼼꼼하게 길을 찾아가곤 하였는데 최근에는 내비게이션이라는 길을 찾아주는 문명의 이기로 길을 찾는 경우가 많아졌다.

    문명의 이기는 항상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지도를 보며 사람들을 만나 물어 가면서 답사를 하면 오래도록 기억 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었다. 그러나 문명의 이기인 기계를 이용해 찾아가면 쉽게 빨리 찾아갈 수는 있지만 남아 있는 것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용강서당에서 강 건너에 있는 마진리 이씨 고가를 찾아가려다 길을 잃고 말았다. 인근 밭에서 일을 하고 있는 농부에게 길을 물어 들판에 자운영꽃이 아직 남아 있는 시골길을 따라 사봉면 사곡리에 있는 우곡정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우곡정은 고려말 대사헌을 지낸 정온 선생을 기리고자 태조 2년(1393)에 지은 정자다. 선생은 두 임금을 섬길 수 없다는 충절로 이곳에서 은둔 생활을 했다. 태조가 사위 이제를 보내 벼슬을 내리고자 하였으나 장님이라 핑계를 대고 사양했다고 한다. 장님 여부를 확인한다고 솔잎으로 눈을 찌르니 선혈이 낭자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건물은 앞면 3칸·옆면 2칸 규모로, 지붕은 팔작지붕이다. 대문 밖 앞뜰에는 느티나무가 있는, 낚시하던 연못을 예전의 모습대로 복원했으나 세월의 흐름을 비켜가지는 못했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나무에 앉아 정온 선생의 충절을 되새겨 보았다.

    ◇ 가진리 새 발자국 화석·경남과학교육원= 남해고속도로 확장 공사가 한창인 진성교차로에서 지방도로 1007번을 따라 작은 고개를 넘으면 진성면 가진리에 경남과학교육원이 있다. 이 건물 신축 공사를 할 때 발견돼 1998년 12월 천연기념물 제395호로 지정되어 있는 진주가진리새발자국과 공룡발자국화석산지가 1층에 잘 보존되어 있었다.

    5개 구역에서 발굴한,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힘든 1억년 전 중생대 백악기의 도요물떼새 발자국 2500개, 공룡 발자국 80개, 익룡 발자국 20개, 새 발자국 화석 365개를 발굴해 전시하고 있다. 야외에도 일부 화석들이 전시돼 있어 자유롭게 관찰할 수 있다.

    경남과학교육원은 인간과 자연이 함께하는 체험 중심의 과학 탐구의 장을 열어 경남 과학 교육의 산실이 되고 있다. 경남과학교육원 입구에 귀중한 문화유산에 대한 이정표가 있었으면 좋겠다. 꽃들과 신록이 담장을 장식하고 있는 경남과학교육원을 나와 넓은 들판 사이로 이어진 길을 따라가면 넓은 남강을 가로지르는 월강교가 있다.

    ◇ 마진리 이씨고가= 월강교를 건너면 강변에 숭모문 현판이 걸려 있는 솟을대문이 있다. 안쪽에는 재실로 보이는 건물이 팔작지붕을 하고 있었다. 건물 앞 느티나무 밑에 쉬어갈 수 있는 마루를 만들어 놓은 주인의 배려가 따뜻하다. 이곳에 앉아 일망무제로 이어지는 남강의 풍광이 매우 아름답다.

    강변 바람이 밀어주는 방향을 따라 포장된 길을 따라 낮은 고개를 넘으면 왼쪽에 있는 고즈넉한 작은 마을이 대곡면 마진리 마호마을이다. 마을 입구에 있는 ‘마호마을’ 이정표는 이씨고가에 거주하고 있는 재령이씨 종손 이영(70)씨가 썼다고 하는데 서체가 특이하다.

    강변 넓은 밭에서 특산물인 마를 재배하고 있는 이병창(69·010-5467-7637) 이장은 마의 여러 가지 효능에 대해 설명해줬다. 좁은 길을 따라 들어서니 철을 모르는 개나리가 담장을 따라 노랗게 피어 있었다.

    경남 문화재자료 제162호로 지정된 마진리 이씨고가는 조선 숙종 40년(1714)에 이덕관이 사랑채인 마호당을 짓기 시작해, 숙종 44년(1718)에 안채, 중사랑채, 사당, 솟을대문 등을 완공했다.

    솟을대문을 밀치고 들어가니 13대를 이어온 종가였으나, 중사랑채와 사당은 허물어져 없어지고 사랑채 대문만 남아 있었다. 1865년 사랑채를 다시 짓고, 안채를 고쳐 짓는 등 여러 차례 보수했다. 사랑채인 마호당은 앞면 3칸 중 2칸이 대청마루인데 위쪽으로 들어 올려 열 수 있는 문과 난간을 설치하여 누마루 형식의 마루 기능을 잘 살리고 있다. 몇 차례 답사했으나 주인을 만나지는 못했다. 집안 곳곳에는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 있었지만 관리의 손길을 기다리는 곳이 여러 곳 있었다.

    ◇ 전 송대산성= 정적이 감도는 마호마을을 나와 강을 따라 전(傳) 송대산성을 찾아 나섰다. 마진마을에서 제방 위로 난 좁은 길을 따라 가니 남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 남강을 보내고 산비탈로 이어진 임도를 따라 가니 중턱에서 갈림길이다. 작은 이정표를 따라 잡목이 울창하게 우거진 숲을 따라가 8부 능선에서 숲길을 따라나섰다.

    죽방산(일명 송대산·해발 312m) 정상 부근에 묘지가 몇 기가 보이고 아래로 허물어진 성터가 길게 이어져 있었다. 이 산성은 남강의 중류에 인접하여 솟아 있는데, 산성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강변이 훤히 조망됐다. 용강서당에서 길을 잃어버려 농부들에게 물어보았던 곳이 있었다. 조망이 훤히 뚫린 산성에서 보니 산성의 설치 목적은 남강을 이용한 통로의 확보 또는 차단을 위한 일종의 감시용 초소 역할을 했을 것이라 여겨진다. 성은 석축 또는 토석 혼축으로 축조되었던 것 같은데, 성벽은 대부분 붕괴되었고 하단부 혹은 기단의 석축 흔적만 군데군데 남아 있었다.

    땀 흘리고 올라와서 멀리 펼쳐지는 아름다운 자연의 조망을 바라보며 자연과의 행복한 어울림에 젖어 보았다.

    (마산제일고등학교 학생부장, 옛그늘문화유산답사회장)

    △tip. 맛집

    ◆자연산민물횟집= 진주시 진성면 동산리 497. ☏754-5531. 자연산 민물고기로 요리를 만드는데 손님이 많아 들어가 봤다. 어탕국수 5000원. 장어 구이 1만5000원, 메기매운탕 7000원.

    ◆반성관광농원= 진주시 일반성면 가선리 373 ☏754-7777. 3만여 평의 넓은 산자락 속에 2만여 평의 과수원이 함께 자리 잡고 있다. 갈비구이, 등심, 불고기 전골, 냉면, 돼지갈비, 갈비찜 등의 다양한 먹거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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