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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강보의 논술탐험] (64) ‘양성평등’ 주제 학생 글짓기대회 글은 어떻게 쓸까

청소년의 눈으로 사회구조 모순을 지적하라

  • 기사입력 : 2009-05-1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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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짱: 안녕하세요. 지난번 논술탐험 때 글짓기대회 응모글 조언을 받은 김보람이에요. 그때 배운 걸 참고해서 다시 한번 글을 써 봤어요. 시험기간이 겹쳐 짬짬이 쓰다 보니 한 편을 완성하는 데 굉장히 오래 걸리네요.

    글샘: 오랜만에 다시 만나니 반갑구나. 이번엔 어떤 주제로 글을 썼니?

    글짱: 양성평등에 관한 글인데, 너무 기대하지는 마세요. 솔직히 자신 없거든요. 제겐 참신한 발상이 정말 힘든 것 같아요. 글 쓰는 건 익숙한데 말이죠. 사고의 전환, 이런 게 필요한가 봐요. 글을 어떻게 하면 잘 쓸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은 무의미하지만, 그래도 구체적인 방법 같은 건 있지 않을까요? 좀 알려주세요.

    글샘: 참신한 발상이 힘든 건 ‘글의 목적성’ 때문이란다. 멋진 글로 평가받고 싶은 욕심이랄까. 공모전에 내놓을 글을 쓸 땐 더욱 그러하지. 사고의 전환도 중요하겠지만 글감의 확보 또한 중요해. 그런데 글감이 마땅치 않다는 게 늘 문제지.

    글짱: 맞아요. 이번엔 예전에 써놓았던 글이 식상해 보여서, 그 글에 살을 붙여 제 딴엔 논술을 쓰듯 논리적인 글로 전개했어요. 근데 마음에 들지 않아 응모를 포기할까 망설이는 중이에요.

    글샘: 그냥 ‘일기를 쓴다’는 마음으로 글을 시작해 보거라. 그런 글이라면 공모전에 도전해도 생각지 못했던 수확을 가져올 수 있으니까. 그게 글샘이 답하는 ‘구체적인 방법’이란다. 예전 글이 식상해 보여서 다시 살을 붙여 쓰는 방법은 난 반대야. 과감히 버리는 게 좋아. 이번에 쓴 네 글을 보니 더욱 그런 생각이 드네. 또한 청소년의 눈으로 사회의 모순을 지적하는 메시지가 담기도록 해야 한단다.

    글짱: 그러면 어떻게 해야죠? 다른 소재를 찾아 완전히 새로운 글을 써 보라는 건가요?

    글샘: 지난번에도 얘기했지. 양성평등 글쓰기 입상글 대부분은 ‘결론’보다 ‘자기 주변 소재’였다고. 이번 글에서도 ‘우리 집 얘기’라는 느낌이 없기 때문에 심사위원의 공감을 이끌어 내기 어려울 것 같아. 우리 집 또는 친척집 이야기로 정감 있는 글이 되게 하는 소재의 확장이 필요하다는 뜻이지.

    ● 양성평등 글짓기대회 공모 글 - 김보람(고2)

    온 가족이 모인 명절날 아침, 비좁은 부엌은 여자들의 분주한 발길로 북적댄다. 그들은 그 수많은 차례음식들을 준비하느라고 쉴새 없이 움직여야 한다. 드디어 시작된 차례. 잠깐 동안 한시름 놓은 여자들은 다같이 음식을 먹고, 다시 또 일해야 한다. 설거지와 잔반 정리 역시 여자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중략) 어떤 여성들은 군대를 가는 건 국가를 위한 당연한 의무이며, 여자들은 대신 출산을 하기 때문에 동등하게 국가에 기여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남성들의 적개심을 살 수밖에 없다. 군대에서 겪는 선임병들의 비인격적 폭력과 강제적인 훈련에 따른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일부 남성들은 군대에 가기를 꺼려하며, 남자만 군대에 가는 것에 대해 남성차별이라고 여긴다. 또, 남성에 대한 막연한 사회적 기대는 상당히 크다. ‘Lady first’라는 말은 남자들이 일방적으로 여성들에게 많은 혜택을 양보하기를 요구하고, ‘아버지’라는 지위가 한 가정을 무조건 책임지는 역할을 수행하도록 강요받는다. 이렇듯 우리나라가 성리학적 남성중심주의에 기반을 둔 사회라고 해서 꼭 여성에 대한 차별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중략)

    흔히들 프랑스 사회를 ‘똘레랑스 사회’라고 표현한다. ‘관용’이라는 말과 같은 뜻으로 쓰이는 ‘똘레랑스’는 ‘견디다’, ‘참다’를 뜻하는 ‘tolerare’라는 라틴어에 비롯된 말이다. 서구의 역사에서 가톨릭 구교와 신교사이의 극심한 대립으로 수많은 희생을 치렀는데, 그 두 종교 사이의 갈등이 개선되지 못하고 악순환 되는 과정에서 탄생한 단어가 바로 ‘똘레랑스’이다. 바로 다른 사람의 성별, 나이, 국적, 인종 그리고 종교적, 정치적 이념이나 사상 등에 상관없이 그 사람을 인정하는 태도를 말한다. 이러한 태도는 종교적, 정치적 입장뿐 만이 아니라, 모든 일상생활 전면에 적용된다. 남과 생각이 다를 때, 강제하거나 강요하지 않고 대신 열심히 토론하며, 설사 자신의 의견이 수용되지 못하더라도 그대로 깨끗이 물러난다. 그리하여 프랑스 사회 안에서는 단지 ‘나와 다르다’는 것을 이유로 차별되는 것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중략)

    현대에 들어와, 그동안 관습적으로 행해지던 남녀차별에 대해 많은 사회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아직도 남녀간 의견 사이에 벽은 높고 남녀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갈 길은 멀기만 하다. 가장 근본적이고 해결하기 힘든 부분이지만 개인이 먼저 서로를 대하는 태도를 바꾸어야 한다. 그리고 사회적으로는 그러한 태도를 가진 개인들이 모여 하나하나 합의점에 도달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남녀평등 사회를 향한 희망의 한 걸음이 될 것이다.

    글짱: 새롭게 쓴다면 어떤 형식을 택하면 좋을지 구체적으로 짚어주기를 해 주실래요?

    글샘: 좋아. 글샘이 보람이의 글을 참고해서 어느 집의 설날 아침 풍경을 체험 글처럼 가상으로 한번 써 볼게. 완벽한 글은 아닐지라도, 어떤 점이 다른지 참고해 보렴.

    ●수정 글 - ‘큰어머니의 명절날’

    올해 설날 아침 큰집 풍경은 내가 초등학교 때와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 비좁은 부엌엔 큰어머니와 숙모들, 그리고 어머니가 차례 음식 준비를 하느라 정신 없이 바쁘다. 할머니도 뭐 하나 빠진 게 없는지 이것저것 챙기느라 부엌을 들락날락한다.

    남자들은 예전 설날과 다름없이 안방에서 술상을 앞에 두고 산소 얘기와 세상 얘기로 한담이 오간다. 차례를 지내고 나서도 여자들은 설거지와 뒷정리를 하느라 다시 바빠진다. 내가 조금이라도 손을 덜어드리려고 부엌엘 갔더니 큰어머니께서는 손사래를 친다.

    “요즘 고등학생은 입시 때문에 명절도 없다는데, 큰집에 온 것만도 고맙다. 그냥 옆방에 가서 공부나 하거라.”

    외갓집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오늘 내가 느꼈던 얘길 했더니 어머니는 한술 더 뜬다.

    “우리 딸은 나중에 장남에게 시집가면 안 될 텐데….”

    “아니, 왜요? 사람만 좋으면 되지. 장남이 무슨 문제예요?”

    어머니마저 전근대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아 토를 달았더니 어머니는 한숨을 쉬며 말하셨다.

    “넌 아직 모른다. 모든 며느리가 힘들겠지만, 큰며느리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힘들다는 걸….”

    어머니의 말씀은 계속됐다.

    “네 큰어머니는 이번에도 친정집에 못 갈 것 같다고 그래. 돌아오는 일요일에나 시간 내서 들를 참이라더라.”

    여자들이 왜 명절을 달가워하지 않는지는 알고 있지만, 이 정도까지인 줄은 정말 몰랐다. 이날 큰집에서 눈으로 보고 느낀 것만으로도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으니….

    이러한 명절 아침 풍경이 우리 큰집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대부분 가정에서 일어나는 상황이라고 하니, 우리 사회의 인식전환이 얼마나 필요한지 알 수 있다. 명절뿐만이 아니다. 요즘에는 많은 남편들이 가사를 돕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가사와 육아는 여자의 몫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인 것 같다. 심지어 맞벌이 부부인데도 가사를 분담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후략)

    글샘: 어떻니? 이 뒷단락을 어떤 내용으로 전개할지는 보람이의 몫이지. 큰어머니의 내면 아픔 같은 사연 등을 추가할 수만 있다면, 마무리 글과 연계해 천칭구조로 엮어볼 수도 있겠지. 아래 단락은 보람이의 글 일부 대목을 수정해 본 거란다. 굳이 새로운 글에 써먹을 요량이라면 어느 정도 다듬어야 할 것 같거든. 글샘이 첨삭을 해봤는데도 위의 가상 사례 형식에 맞춰 연결하기엔 ‘따로 국밥’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구나.

    ●수정 단락

    양성평등을 주장할 때 어떤 여성들은 “군대를 가는 건 국가를 위한 당연한 의무이며, 여자들은 대신 출산을 하기 때문에 동등하게 국가에 기여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남성들의 반대논리에 부딪힌다. 2년간 의무 복무에 따른 시간적, 정신적 부담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남성에 대한 막연한 사회적 기대 또한 큰 편이다. ‘Lady first’라는 말은 남성들이 여성들에게 많은 혜택을 양보하라는 ‘강요된 에티켓’이고, 아버지라는 지위는 한 가정을 책임지는 역할을 수행하도록 강요받는다.

    글샘: 아, 그리고 마무리 단락은 글감의 소재에 따라 바꿔줘야 천칭구조를 이룰 수 있단다. 글머리의 주 내용이나 글감이 ‘명절 풍경과 큰며느리’라면, 마무리 단락엔 주제를 환기시키는 메시지 또는 여운형 단락이 포함되는 게 좋겠지. 예를 들면, 큰어머니의 사례를 희망 메시지 쪽으로 바람을 담는 거야. “큰어머니! 내년엔, 아니 다가오는 추석엔 가족 모두가 드리는 특별휴가를 받아 명절날 친정집에 꼭 다녀오세요!” 같은 대목이 들어가도록 마무리 부분에도 신경 써야 한단다. 신세대의 생각이 담긴 글이 되려면 다음과 같이 쓸 수도 있겠지.

    ● 마무리 글 예문

    큰어머니! 다가오는 추석에도, 또 내년에도 명절날 친정집에 다녀오기 힘들지 몰라요. 그러나 아직 어른이 되지 않은 우리 세대는 다를 거예요. 그렇게 살지는 않을 겁니다. 세상은 지금 조금은 느리지만 양성평등사회로 가는 중이니까요. 다만 그런 세상이 더 빨리 와서 큰어머니가 당당히 명절날 친정가는 날이 앞당겨져야겠죠. 그러기 위해선 우리 여성, 아니 남성 또한 서로의 성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배려의 마음을 실천해야겠지요, 우선 나부터요.

    글짱: 정말 글샘은 상상력이 풍부하시네요. 꼭 청소년이 쓴 글 같아요.

    글샘: 그냥 방법론을 설명할 뿐이야. 공모전 글의 마무리 부분은 주장을 넣어도 되지만, 여운이나 메시지성 어구로 끝내는 게 창의적인 글로 보이거든. 그건 글샘 같은 글쓰기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공공연한 비밀’이야. 중요한 건, 글은 나의 생각이요, 메시지라는 사실이야. 그러니까 전문가가 아무리 다듬어 주어도 글을 쓰는 학생이 진솔하게 ‘나의 글’로 재창작하지 않으면 거짓글이 되어 읽는 이의 공감을 얻기 힘들어. 그 점을 유의해서 보람이만의 글로 완성해 보거라.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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