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19일 (금)
전체메뉴

[신앙칼럼] 포도원 허무는 작은 여우를 잡으라

이정희 목사(진해 영광교회)

  • 기사입력 : 2009-05-15 00:00:00
  •   


  • 지난 10일 미국의 어느 언론인 대회에서 여론조사 전문가인 조지 바나가 이런 내용의 주제 강연을 했다. “지금 미국은 경제위기뿐 아니라 다른 선진국과 비교할 때 이혼, 낙태, 배우자 학대, 각종 범죄비율이 훨씬 높다. 그래서 지금 미국은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서 “미국의 적은 이라크도, 아프가니스탄이나 공산주의도, 소말리아 해적도 아닌 도덕의 붕괴와 영적인 침체에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런 면에서 현재 우리나라의 형편은 어떠한가? 경제 위기, 전직 대통령의 부정과 정치의 계속적인 악순환, 조폭 수준 같은 북한의 벼랑 끝 정치, 신종 인플루엔자의 공포….

    어느 하루 평안할 날이 없는 혼돈의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0대 중반의 필자로서는 크게 경악해하거나 놀라지는 않는다. 그동안 이러한 일은 수없이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보다 필자가 더 놀라는 일은 지난 9일 군인 장병 둘이서 휴가 중 동반 음독자살을 한 사건이다. 흔히 일어나는 일이긴 하지만 이것이 더 가슴 아픈 일로 여겨진다. 이것이 곧 바로 많은 현대인의 정신적 현주소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회적 환경 속에서 우리는 일명 가정의 달로 일컬어지는 5월의 하늘아래 우리는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부의날, 스승의날, 그리고 이 모든 것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석탄일까지 참으로 아름답고 의미 있는 날들을 보내고 있다. 그야말로 가정과 사회의 모든 면에서도 각양 꽃들로 만발하고 신록이 우거져야 할 계절이다.

    그러나 조지 바나의 말대로 도덕 불감증과 정신적인 황폐함으로 인한 생명경시의 풍조와 가정의 파괴, 흉포화 되고 있는 사회 범죄에 있어서는 내면 깊은 곳에서의 안타까움과 한숨이 저절로 나온다. 이런 면에서 구약성경 아가서 2장 15절에 보면 ‘포도원을 허무는 작은 여우를 잡으라’는 말씀이 있다. 포도원이 무엇인가? 우리의 모든 아름다운 공동체를 의미하는 말씀이다. 그러나 포도원을 허무는 작은 여우가 있어서 날마다 포도원을 허물기 위해 노략질을 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의 모든 공동체의 울타리를 허물고 침입하는 작은 여우는 과연 무엇인가? 경제 위기인가? 정치적 불안인가? 아니면 사회의 특수한 현상인가?

    보편적으로 본다면 이런 허무는 여우의 가장 공통적 요인은 거의 대부분 외부적이 아닌, 내면의 여우, 나 자신 속에서 기생하는 여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오늘 나의 현실 앞에서 나를 유혹하는 작은 여우는 과연 어떤 존재인가? 인류 최초의 에덴동산을 허문 작은 여우는 아담 하와 부부의 내면적인 욕구를 이기지 못한 어리석음이었다. 그들의 눈에 보이는 ‘보암직, 먹음직, 탐스러운 선악과’의 유혹을 이기지 못한 그들의 실수였다.

    오늘 내가 속해 있는 포도원은 어떠한가? 도덕 불감증과 올바른 정신적 사고를 방해하는 작은 여우에게 나를 내어주고 있지는 아니한가? ‘조지 바나의 말 그대로 가장 무서운 적은 다른 어떤 것도 아닌 나 자신의 마음에 집을 지은 작은 여우이며, 이것을 잡는 일이 오늘을 사는 진정한 지혜인 것이다.

    이정희 목사(진해 영광교회)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양영석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