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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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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마니아를 찾아서 (13) 양덕여중 코스프레 동아리 ‘판타지’

만화 주인공으로~ 짠! 즐거운 ‘변신소녀들’
직접 의상 꾸미고 화장해 만화 인물·캐릭터 흉내

  • 기사입력 : 2009-05-1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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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산 양덕여중 코스프레 동아리 ‘판타지’의 이희성, 김기화, 이선영, 박한나(오른쪽부터) 학생이 만화책을 보며 직접 그린 캐릭터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15일 오후 마산의 한 여자중학교 운동장을 찾았다. 독특한 취미를 가진 소녀들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만화 속의 인물을 따라하는 소녀들이라 강렬한 인상을 예상했는데 기대는 빗나갔다. 4명의 소녀들은 너무도 착하고 순해 보였다.

    운동장 벤치에 앉아 그들의 취미이자 끼의 분출구인 코스프레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둘씩 풀기 시작했다. 수줍어 하던 소녀들의 눈이 서서히 반짝였다. 반짝이는 눈망울은 아름다웠다. 좋아하는 것을 한다는 것은 행복한 일인 것은 분명했고 아름다운 일이기도 했다.

    코스프레란 코스튬 플레이(costume play)의 줄임말이다. ‘복장’을 뜻하는‘코스튬(costume)’과 ‘놀이’를 뜻하는 ‘플레이(play)’의 합성어이다. 이것은 만화나 게임,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의 의상과 외모, 행동을 따라하는 퍼포먼스인데 특히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대중스타나 만화 주인공과 똑같이 분장해 복장과 헤어스타일, 제스처까지 흉내내는 놀이라고 보면 된다. 만화, 판타지 소설, 게임 캐릭터와 친근한 캐릭터 세대의 대표적인 문화이기도 하다.

    서울 등 수도권이나 인근 부산만 가도 코스프레 문화는 비교적 활성화되어 있지만 창원, 마산 등지에서는 보기 힘들다. 어른들에게는 이름마저 생소한 이 코스프레의 창원·마산지역 선봉장에 서 있는 이들이 바로 마산 양덕여중 3학년에 재학 중인 김기화양과 같은 동아리 친구인 이희성, 박한나, 이선영양이다. 이들은 양덕여중의 코스프레 동아리 ‘판타지’의 맏얻니 4인방이다.

    김기화양은 “언니의 영향으로 초등학교 때부터 만화를 굉장히 좋아했는데 만화를 좋아하다 보니 주인공을 좋아하게 되고, 내가 그 주인공이 되고 싶었어요. 방법을 찾다가 코스프레를 알게 되었고 중학교 들어와서부터 바로 시작하게 됐죠”라며 코스프레에 빠지게 된 동기를 설명했다.

    그들은 1년에 한 번 열리는 학교 축제와 마산·창원 일대에서 열리는 청소년 문화제나 축제 등에는 빠지지 않고 달려간다. 용돈이나 시간이 허락할 경우에는 부산까지 진출하기도 한다. 1년에 3~4번 정도 무대가 생긴다. 지난해 마산 창동에서 열렸던 문화존 행사는 주제가 코스프레였는데 꽤 큰 행사였고 관심도 많이 받아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비용이나 시간도 만만치 않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아이템을 구입하기도 하고 직접 재단하고 옷감을 고른 다음 바느질까지 하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다. 옷을 직접 만들 때면 코스프레의 의미는 더욱 강해져 선호하는 편이지만 학생이다 보니 시간이 허락지 않을 때도 많다.

    인터넷에서 옷 한 벌을 살 때 드는 돈은 가장 싼 것이 10만원대다. 얼굴 분장을 해야 하기 때문에 화장품 마련비도 만만치 않다. 중학생이 하기에는 비교적 돈이 많이 들어가는 취미라, 샀던 옷을 되팔기도 하고 용돈 벌이를 위해 부지런히 움직인다.

    16세 소녀들은 ‘새로운 경험’, ‘주목’, ‘자기만족’을 코스프레를 하는 가장 큰 이유이자 매력으로 꼽았다. 현실에 없는 캐릭터로 변신해 거리를 걷고, 그 시간을 위해 고민하고 의상을 제작하는 데 쏟아붓는 시간은 그들에게 매우 특별하다. 투자한 시간만큼 되돌아오는 관심과 시선은 활력소가 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코스프레를 하고 있는 그 순간, 자신만이 느끼는 만족감이라고 얘기했다.

    취미 생활이지만 성공 여부를 판가름하는 나름의 기준은 있다. 옷과 분장이 원작과 가장 비슷한 날은 사람들의 관심도 많고 사진도 많이 찍혀 성공적인 날이란다.

    “7월에 있는 코스프레를 위해서 3~6월까지 용돈을 끊고 7월에 30만원을 한꺼번에 받기로 했어요. 중3이라 공부가 우선이다 보니 부모님이나 선생님께서 좋아하시거나 지원해 주시지는 않지만 반대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괜찮아요. 꾸준하게 코스프레를 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니까요.” 김기화양의 얘기다.

    그들은 “이게 은근히 중독성이 강하다니까요”라며 코스프레 사랑이 계속될 것임을 내비쳤다.

    김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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