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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혜경의 NIE] (76) 인간의 진화, 그 끝은 문화적 진화로

노 전 대통령 서거로 본 우리 사회의 가치관

  • 기사입력 : 2009-05-2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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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59년 다윈은 <종의 기원>에서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의 원리와 나무가 가지를 뻗듯이 생명이 진화한다는 이론을 통해 자연 속에서 인간이 어떤 위치를 점하고 있는지 설명하려 했어요.

    진화론에서, 우리 인간과 침팬지는 약 500만년 전에 공통 조상에서 갈라져 나와 서로 독립적으로 진화한 사촌지간이에요. 잔가지들을 타고 거슬러 내려가다 보면 곧 줄기를 만나게 되고 이내 뿌리에 닿듯이 다윈은 자연계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나무일 뿐이라고 생각했어요. 거기서 인간은 하나의 잔가지일 뿐이고요.

    창조론이 대세였던 19세기 후반의 서양에서 다윈의 진화론은 당시의 세계 질서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이론이었지만 출판 당일 매진될 정도로 베스트셀러였어요.

    민주주의 원리는 진화론처럼 다양성

    올해는 <종의 기원> 출간 150주년일 뿐만 아니라 다윈 탄생 200주년으로 전 세계가 그의 사상과 인생을 조명하기에 바빠요.

    진화론의 핵심은 자연선택이에요. 자연선택이란 생명체의 생식능력은 잠재적으로 무한한 데 비해 자원은 유한해요. 또한 동일한 종에 속하는 개체들은 서로 다르며 생식력도 차이가 있어요. 그래서 개체들 사이에서 생존 경쟁이 일어나고 생존 능력을 인정받은 개체들은 여러 세대를 걸쳐 종의 변화를 주도한다, 이것이 바로 다윈이 말한 진화의 핵심이에요.

    진화론은 가장 성공한 현대 과학 이론 중 하나예요. 생물학은 물론이고 화학, 물리학, 우주론, 심리학까지 거의 모든 분야의 학문이 진화론의 영향을 받고 있어요.

    특히 개미와 인간에게서 동시에 발견되는 이타성의 진화를 설명하는 진화 윤리학, 인간의 마음과 행동에 대한 이해를 다윈의 눈으로 보기 시작한 진화 심리학, 게임이론과 진화론의 만남인 진화 경제학, 진화의 원리로 병을 이해하고 고쳐 보려는 다윈 의학까지 다윈의 생각은 150년이라는 짧은 지식의 역사에서 생산적인 분화를 계속하고 있어요.

    <종의 기원>은 원래 제목이 ‘자연선택에 의한, 또한 생존 경쟁에서 유리한 부류의 보존에 의한, 종의 기원에 관해’였어요.

    진화가 일어나려면 ‘유전자 재조합과 돌연변이 등 유전적 변이에 의한 우연적이고 조절되지 않은 생식’이 있어야 해요. 모든 개체가 똑같다면 자연선택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진화의 원동력은 유전적 다양성에 있어요.

    바로 이 점이 오늘날 우리가 다윈을 돌아봐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원리도 다양성이에요. 자본주의 역사에서 보기 드문 경제위기를 우리는 겪고 있어요. 꼭 진화론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일수록 위기를 이겨내고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데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요.

    오늘 우리 사회의 다양성은 잘 지켜지고 있나요? 촛불집회와 언론소비자 운동에 대한 집요한 수사, 미네르바의 구속, PD수첩 관련자 체포 등 오늘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에요.

    기득권 구조 바꿔보려는 싸움의 연속

    지난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투신으로 온 사회가 참담한 충격에 빠져 있어요. 그는 누가 뭐래도 우리 사회의 고정관념과 금기에 온몸으로 맞서 싸운 정치인이었으며, 그의 정치 역정은 우리 사회의 기득권 구조를 바꿔보려는 끊임없는 싸움의 연속이었어요.

    우리 사회의 물줄기를 일부 바꾸어 놓은 것도 사실이고, 계속 시도한 그의 노력은 아무리 높게 평가해도 지나치지 않아요.

    하지만 그는 우리 사회의 비주류였어요. 탐탁지 않은 비주류 권력의 등장에 대한 기득권의 공격은 집요했고, 그 공격은 대통령 재임 기간에도, 퇴임 뒤에도 변함없었어요. 하지만 그를 뽑은 건 우리 시민들이었어요. 우리가 직접, 우리들 편에 서서 정치해 줄 사람을 뽑은 거죠.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은 바로 이 점이에요. 지금 우리는 물질적 가치를 너무 숭상한 나머지 진정 찾아야 할 것들을 잃어버리고 있어요. 민주주의와 진보, 정의와 같은 단어들은 지나간 단어가 아니라 앞으로 우리가 더 만들어 나가야 할 가치예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은 우리 사회가 잠시 이런 가치들을 밀쳐둔 점을 반성하게 하는 꾸짖음은 아닐까요?

    진화에는 우열 없고 다양성만이 존재

    스티븐 제이굴드는 그의 저서 <인간에 대한 오해>에서 마지막 한 줄을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채우고 있어요.

    “빈곤의 비참함은 자연법칙이 아니라 우리의 사회제도에서 비롯되었다면 우리의 죄는 중대하다.”

    이 문장은 다윈이 <비글호 항해기>에서 쓴 말을 스티븐 제이 굴드가 인용한 말로 다윈의 진화론은 사회적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생물학적 결정론과는 거리가 멀어요. 노예제도는 인간이 만들어낸 사회적 제도이지 생물학적 우위에 의한 우생학의 입장과는 거리가 멀다는 말이에요.

    진화에는 우열은 없어요, 다양성만이 존재하지요. 그들의 삶이, 그렇게 사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그들이 그렇게 만든 건 아닐까요?

    소외된 이웃을 보듬는 것, 그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제도를 만드는 것, 바로 인간이 진화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유혜경 부산·경남 NIE 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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