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6일 (금)
전체메뉴

■ 제철별미- 고랑치 미역국&성게 미역국

진해 앞바다 ‘진미’만 모았답니다

  • 기사입력 : 2009-05-28 00:00:00
  •   

  • 고랑치 미역국(아래 왼쪽)과 성게 미역국(아래 오른쪽).


    미역을 넣고 끓인 미역국은 1년에 한 번, 생일날 먹는 음식이라는 것 말고는 특별할 것이 없는 평범한 음식이다.

    하지만 국 속에 미역과 함께 무엇이 들어가느냐에 따라 이야기는 달라진다. 미역국의 주인공인 미역을 젖히는 색다른 재료는 고랑치와 성게다.

    제철을 맞아 오동통하게 살이 오른 고랑치를 넣은 고랑치 미역국과 귀한 성게를 듬뿍 넣은 성게 미역국이 초여름 사람들의 입맛을 뺏기 위해 진해 용원 안골에서 세게 한판 붙었다.

    진해 용원항을 지나 안골에 들어서자 굴을 까는 작업을 하는 막사인 일명 ‘굴막’이 줄지어 서 있다. 굴막이 거의 끝나는 지점에 위치한 ‘바다 비바리 횟집’에 도착했다.

    조금 생소한 이름의 고랑치는 지금이 딱 제철인 바다 생선이다.

    미역국에 들어가면 담백하고 시원한 국물 맛으로 미역을 밀어내고 미역국의 주인공이 된다.

    상에 오르자마자 지체 없이 한술 떠 입속에 넣으니 저절로 감탄이 터졌다.

    담백하고 시원한 맛의 비밀은 토실토실 살이 제대로 오른 고랑치의 뽀얀 흰살이다. 살이 단단해 국에 들어가서 삶겨도 잘 풀리지 않는 것이 특징인데 꼬들꼬들하고 쫄깃쫄깃한 살점을 씹는 맛도 놓칠 수 없는 재미이다. 국물 한입, 살점 한입씩 맛보기에 여념이 없는 기자에게 비바리 횟집의 주인장은 “고랑치 미역국은 보리가 익어갈 즈음에 먹어야 가장 맛있다”며 맛을 더해 준다.

    가시옷을 입은 성게는 스태미나 식품으로 이름나 있는데 미역국에 들어가면 더욱 매력을 발산한다.

    이 집의 성게미역국은 무엇보다 들어가는 성게의 양에서 차별화를 내세운다.

    성게를 듬뿍 넣어 성게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성게미역국은 인기만점 메뉴이다.

    성게의 쌉쌀한 뒷맛이 쉴틈 없이 입맛을 당기는데 밥을 한 숟가락 슥슥 말아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각 미역국의 가격은 한 그릇에 7000원이다. 상 위에 두 미역국을 나란히 얹어 놓고 보니 마치 권투 링 위에서나 들릴 법한 공 치는 소리가 ‘땡’하고 나는 듯하다. 쉽게 우열을 가릴 수 없는 두 미역국의 대결이다.

    이 집 미역국 맛의 비밀은 100% 자연산이라는 데 있다. 자연산 해산물의 비밀은 따로 있다. 바로 식당의 이름이기도 한 ‘비바리’가 바로 그것이다. 비바리, 즉 해녀가 자연산의 숨겨둔 비밀이다.

    비바리 횟집에는 7~8명의 해녀가 매일 물질을 나가 명동, 우도, 가덕도 등의 바닷속을 돌며 싱싱한 해산물을 따온다. 덕분에 자연산 성게를 비롯해 다양한 해산물의 맛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해녀 덕분에 인심도 후하게 쓰는데 미역국에 들어가는 성게도 듬뿍, 밑반찬으로 나가는 해삼은 리필이 된다.

    운이 좋은 날에는 주먹만 한 소라가 한 접시 무료로 제공되기도 한다.

    메뉴판이 따로 없다는 것도 특징인데 제철 생선만을 회로 올리기 때문에 두말할 것도 없이 “회 주세요”라고 주문하면 제철 생선으로 한 접시 차려져 나온다. 요즘에는 참돔, 가자미, 도다리 또는 고랑치가 나오는데 4인 기준으로 4~10만원에 한 접시를 맛볼 수 있다.

    매실엑기스와 레몬, 생강, 마늘즙이 들어간 특제 초장에 찍어 먹거나 물에 씻지 않은 신김치에 회를 싸서 먹으면 초장, 간장과는 비교할 수 있는 별미이다.

    제철 만난 고랑치와 성게가 든 미역국 한 그릇으로 속을 든든하게 채우고 나면 남은 오후는 생일을 맞은 것처럼 특별하게 마무리될지도 모르겠다.

    글= 김희진기자 likesky7@knnews.co.kr

    사진= 전강용기자 jky@knnews.co.kr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김희진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