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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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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그리고 경찰과 언론/김호철기자

  • 기사입력 : 2009-06-0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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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호관을 믿었던 경찰, 경찰을 믿었던 언론, 거짓말을 믿어 줄 것으로 믿었던 경호관. 경호관은 거짓말을 했고, 경찰은 그 거짓말을 발표했고, 언론은 그 거짓말을 그대로 보도했다. 경호관은 또다른 거짓말을 했고, 경찰은 이 거짓말을 언론에 발표하고, 언론은 또다시 보도를 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일 행적을 알아내는 과정은 경호관→경찰→언론으로 이어지는 ‘거짓말 퍼레이드’였다.

    10여일 동안 이어지던 ‘거짓말 퍼레이드’는 다행히 지난 1일 경남지방경찰청 이노구 수사과장이 기자간담회 형식의 자리에서 노 전 대통령 사저 주변 CCTV와 휴대전화 통화 기록을 재조사한 수사결과를 내놓으면서 멈춰섰다. 경호관은 사법 처리 여부와 청와대 경호처의 처벌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경찰과 언론은 남탓 하는 형국이다. 경찰은 “경호관이 거짓말을 했기 때문에…”라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고, 언론은 “경찰이 수사를 똑바로 못해서…”라며 불평을 퍼붓고 있다.

    이유야 어쨌든, 경호관은 경찰에게, 경찰은 언론에게, 언론은 국민에게 모두 거짓말을 반복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는 없다.

    경찰은 객관적인 증거자료조차 확보하지 않은 채 추정되는 사건 경위를 사실인 양 성급하게 발표했고, 언론도 치열한 속보경쟁으로 사실 검증 절차도 없이 일단 내고 보자는 식으로 오보를 퍼뜨렸기 때문이다. 네탓 내탓 할 것 없이 스스로 반성해야 할 일이다. 굳이 따지자면 경찰의 책임이 더 크다. 수사를 통해 확실하게 밝혀진 내용만 발표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

    노 전 대통령 서거 13일째를 맞고 있다. 경찰 수사도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고, 조만간 종합적인 수사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수사 관계자에 의하면 노 전 대통령 서거 당일 발견된 시간을 오전 6시52분으로 단정짓지 않고 6시47분에서 51분 사이로 결론을 내린다고 한다. 생색 내기보다 사건의 본질에 충실하겠다는 의미다.

    거짓말 노이로제에 시달린 언론도 본질을 벗어난 꼬투리를 잡고 왈가왈부하고 싶지가 않다. 이제 그만 남탓은 접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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