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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 딸에게 희망 준 분이었는데…”

/시민기자의 분향소 취재기/
노 전 대통령 진주시청 분향소에서 만난 조문둘씨 사연

  • 기사입력 : 2009-05-26 07:5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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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람내음 나는 다양한 생전의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오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26일 백혈병으로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진주의 성민영양을 초대, 봉하마을을 거닐면서 보듬어주고 쪼그리고 앉아 사인을 해줬다. 이 같은 사연과 함께 사진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많은 이들이 고인의 인간적인 모습에 감동했다.

    그 후 성양은 어떻게 됐을까.

    성양의 어머니 조문둘(진주시 상대2동)씨를 25일 진주시청 앞 노 전 대통령 분향소에서 만났다.

    조씨는 “민영이는 지난해 가을 세상을 떠났지만, 우리 가족은 여전히 노 전 대통령과의 만남을 추억한다. 백혈병과 싸우면서도 삶의 끈을 놓지 않았던 어린 딸에게 노 전 대통령은 ‘희망의 증거’였다”고 말했다.

    성양은 초등학교 5학년 때 희귀병인 골육종에 걸려 투병하다 2007년 다시 백혈병으로 전이돼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백혈병 소녀의 사연은 지난해 이맘때쯤 노 전 대통령의 홈페이지 ‘사람 사는 세상’에 전해진다.

    당시 성양의 선생님은 눈물로 편지를 썼다. 노 전 대통령의 홈페이지에 남긴 편지글에서 “민영이가 낫길 바라지만 앞일을 알 수가 없기에 급한 마음에 이렇게 몇 글자 남깁니다. 민영이에게 힘내라고 한번만이라도 연락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찾아갔을 때 먼발치에서라도 민영이의 바람대로 대통령님을 뵐 수나 있을까요”라고 했다.

    사연을 접한 노 전 대통령은 며칠 뒤 소녀의 가족을 봉하마을로 초대했다. 어린 소녀의 생애 마지막 나들이는 그렇게 시작됐다.

    노 전 대통령은 함께 마을을 둘러보고, 정감 가는 이야기를 나누고, 그리고 희망을 가지라며 사인을 해줬다.

    이후 성양은 항암치료가 진전이 없던 상황에서도, 하루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희망’을 심어주었던 노 전 대통령을 추억했다. 성양은 그렇게 몇 달을 더 버틸 수 있었다고 한다.

    조씨는 “민영이를 지난해 떠나보냈지만, 어린 딸의 마지막 나들이에 환한 웃음으로 반겨주었던 노 전 대통령을 잊지 못한다”며 “꿋꿋하게 살아서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전했으면 좋았을 텐데…”라며 말을 흐렸다.

    강무성 시민기자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백혈병에 걸린 성민영양의 손을 잡고 격려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성민영양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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