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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논술수업] (7) 통합 독서논술- 학교폭력 예방 반별 모의재판 대회 ④

모의재판 후 느낀 점을 글로 써보게 하라

  • 기사입력 : 2009-06-1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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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의재판을 하고 난 뒤 학생들에게 느낀 점을 써 보도록 하였다.

    학생들이 직접 겪어보거나 토의를 한 뒤 글을 써 볼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 모의재판만 하면 재미있는데 왜 글쓰기를 해서 괴롭히느냐고 투덜대는 학생들도 있었지만 대체로 글을 자세하게 썼다.

    모의재판 과정을 요약할 수 있도록 요약표를 배부하고 요약과 글쓰기까지 반별 평가에 반영한 것도 글을 열심히 쓰게 한 요인이었겠지만, 이보다 더 직접 모의재판을 해 본 것이 글을 자세히 쓰는 데 도움이 된 듯하다.

    모의재판 1차전의 폭력사건에 대해 학생들은 이렇게 글을 썼다.

    “폭행을 하지 않은 ‘강욕쟁이’와 ‘최까칠’도 피해자들에게 정신적인 피해를 입혔다고 생각한다. 비록 겉으로는 피해를 입히지 않았지만 ‘왕주먹’과 ‘박치기’와 똑같이 벌을 받아야한다고 생각한다. 정신적으로 피해를 줬으면 그에 따른 처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돈을 빼앗긴 ‘심소심’도 마냥 잘했다고 볼 수 없다. 빼앗겼으면 바로 신고를 해야 한다.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 반성해야 할 점이 있다.”

    “모의재판을 하면서 얻은 것이 많다. 혹시라도 내가 알게 모르게 상처를 준 친구는 없을까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고 내가 커서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가 한 재판은 모의로 한 것이지만 실제 재판처럼 실감나게 하기 위해 노력했다. 실제 피해자 입장이 되어 가해자, 판사, 검사 입장이 되어 사건을 바라보고 공정한 판결을 내리기 위해 깊게 생각했다. 검사를 맡았던 나는 지금에도 사건 속에 들어가 있는 느낌이다.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왕주먹이 괘씸하게 느껴진다. 이번 모의재판을 하면서 학생들의 집단폭력 피해와 위험성도 크다는 걸 실감했다.”

    모의재판 2차전의 주제인 집단 따돌림에 대해서 쓴 글들은 1차전의 글보다 더 자세하게 쓴 글들이 많았다. 실제로 보거나 겪은 경우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나도 따돌림 같은 걸 당한 적이 있다. 무관심이나 다름없었다. 원래 친한 친구였는데 내 부주의 때문이었다. 내가 친구들에게 조금 못되게 굴었다. 그때 정말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함께 밥 먹으러 가는 친구도 없었고 이동 수업 때도 외롭게 다녀야 했다. 나도 ‘김싸가지’처럼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무도 나에게 신경 써주지 않았다. 심지어 선생님까지도 무관심했다. 너무 서러워서 틈만 나면 집에서 운적도 있었다. 하지만 곧 친구들이 생겼고 지금은 잘 다니고 있다. 날 무시했던 친구들과도 관계가 좋은 편이다.”

    “초등학교 때 나도 왕따를 시킨 적이 있다. 그 아이는 예쁜 척, 약한 척하였다. 그것에 나는 신경질이 났던 것 같다. 그 아이가 나에게 욕 쪽지를 보낸 적이 있어서 왕따를 시켰다. 철이 없어서 그랬나 보다. 하지만 그대로 내가 받은 것 같다. 물론 내가 왕따 시킨 아이는 아니지만 그대로 당한 것 같다. 하지만 무너지지 않고 친구들을 만들었다. 이제부턴 절대로 왕따 시키지 않고 친구들과 잘 지내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가끔 난 생각한다. 잘못하면 나도 왕따를 당할 수 있겠구나. 왕따를 당하는 아이들의 기분을 알 것 같다. 초등학교 때 우리 반에서 조용하던 애가 왕따를 당한 적이 있었는데 불쌍했다. 도와주고 싶었지만 솔직히 무서웠다.”

    “우리 반에도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친구가 있는데 이것도 일종의 집단 따돌림인 것 같다. 그 친구에게도 사정이 있는데 우리는 그 사정에 꼬투리를 잡고 함께 어울리지 않았던 것이 후회되기도 한다. 하지만 내 생각과는 달리 다른 친구들처럼 그 아이와 어울리는 것이 조금 그렇고 나도 혼자가 될 것 같다는 생각에 다가가서 손 내밀어주는 것조차 못하겠다. 분명 우리 반에서 단 한 명이라도 그 아이에게 말을 걸어준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텐데 이런 현실이 안타깝다. 우리가 직접적으로 왕따를 시키고 괴롭히지 않아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것이 바로 따돌림 시키는 것 같다. 지금부터라도 그 친구와 대화를 나누고 같이 놀러가고 급식시간에도 같이 밥을 먹어야겠다.”

    “이번 왕따 모의재판을 하면서 여러 가지 해결 방안을 생각할 수 있었다. 재판 판결에는 들어가지 않았지만 내 생각에는 학교에서는 협동을 중시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거나, 수시로 반 친구들과 함께할 수 있는 행사를 열어 이러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모의재판을 준비하고 진행한 교사로서 학생들의 글에 재미있고 유익했다는 내용이 많아 무척 기뻤다. 준비하면서 반이 단합되었다는 것과 다음 해에도 했으면 좋겠고 더 잘할 수 있겠다는 내용도 많았다.

    모의재판을 진행하면서 아쉬운 점도 있었다.

    첫째, 1차전과 2차전을 토너먼트식으로 진행하는 바람에 2차전의 왕따를 전체 학생들이 고민해 볼 기회가 없었다는 점이다. 이는 심사를 공정하고 쉽게 하기 위해 그랬던 것인데 대회의 취지와 맞지 않았다. 그러므로 종합 점수제로 하여 1차와 2차에 모든 반들이 참가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둘째, 학생들의 글에서도 지적이 나온 것처럼 보다 많은 학생들이 직접 참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건 개요를 구체적으로 정해 주기보다 학생들이 스스로 사건의 경위를 짜게 하면서 참가 인원이 많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

    셋째, 프로그램이 보다 통합적이어야 한다. 관련 교과 수업에서 배경지식을 제공하는 수업이 이루어진다면 실질적이고 창의적인 내용이 더 많아질 것이다.

    배종용(김해여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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