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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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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고] 음식 궁합과 행정구역 통합- 문홍열(창신대학 강사, 행정학 박사)

  • 기사입력 : 2009-07-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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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합의 사전적 의미는 둘 이상의 것을 하나로 모아 다스린다는 뜻이다. 요즘 시장·군수와 의회 의원, 시민사회와 주민들 사이에서는 행정구역을 제대로 재조정하여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에서는 새 판에 새 사람을 뽑아 행정효율을 다시 한번 더 높여 보자고 하는 쇄신적 사고를 가진 사람들과 신중히 검토해 보자고 하는 배분적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마치 먹구름 모자를 쓴 여름 하늘처럼 갈피를 모르고 있다.

    궁합을 하모니(harmony), 즉 조화로운 것이라고 표현한다면 동질성은 사람이나 사물의 바탕이 같거나 성질이 같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것은 여름철 보양식품인 삼계탕에 비유할 수 있다. 닭과 인삼을 주재료로 한 음식에 인삼을 빼고 다른 재료를 넣었다고 가정해 보자. 어떤 맛을 낼까? 뿐만 아니다. 커피와 치즈, 인삼과 꿀, 초콜릿과 아몬드도 서로 궁합이 잘 맞는 음식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나는 행정구역 통합도 이러한 음식 궁합처럼 지역 동질성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본다.

    우리 지역의 행정구역은 짧게는 15~30년, 길게는 50년, 더 길게는 90년 전엔 모두 동일한 행정구역이었으나 일부 구역을 쪼개어 신도시를 만들거나, 읍면 인구가 5만이 넘으면 중소도시로 승격시키는 등 지역분화 현상이 계속되다가 1995년 도농통합 도시 모형을 도입하면서 대대적으로 줄이는 방향으로 접어들었다. 특히 MB정부 들어서는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는 인구 100만명 안팎의 통합도시 모델을 대선공약으로 내놓은 것이 지금의 정책과제이다.

    그러나 자치단체 내 소규모 읍면동구역 하나라도 합하고 폐지하는 것 역시 쉽지 않았다. 거제 신현과 양산의 웅상, 김해 장유와 마산의 내서를 꼬집어, 2년 전 모 일간지에 행정구역 변경의 시급성과 당위성을 밝힌 바 있었는데, 그곳은 인구 증가가 역U자형으로 집중화 현상이 뚜렷하여 그 어느 누구도 행정구역 변경에 대한 이견은 보이지 않았으나 지역주민들은 인식을 달리하고 있었다. 그것은 농촌행정이 도시행정체제로 전환되었지만 여전히 주민들은 읍면 형태의 농촌적 수혜와 도시적 행정서비스는 강하게 요구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

    이것은 어쩌면 어린아이가 어른이 되면서 작은 색동옷은 벗어던지고 크고 어른스러운 옷으로 갈아입어야 되는 생태적 도시현상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속내의 중심에는 농업 종사자인 원주민과 외부 전입자인 아파트 주민과의 소통 문제, 즉 정주 형태가 서로 다른 사람과 사물의 동질성 문제에 있었다.

    이렇게 작은 구역 하나를 조정하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는 통합 작업은 더 중대하다. 주민소득과 채무부담 정도가 낮거나 높고, 농촌지역에 혐오시설 배치 압력이 예상되어 꺼린다거나, 너 아니면 나 혼자라도 하겠다는 등의 통합 등식은 위험한 발상이다.

    통합이라는 의미가 둘 이상의 물리적 공간을 하나로 합치는 일이라고 본다면 지역 동질성을 어디까지 설정할 것인가가 가장 먼저 논의되어야 하겠다. 그것은 생활권 이동 영역이나 통근·통학 거리 분포, 신문 구독과 방송 청취권 같은 정보공유 영역, 도매시장 이용 같은 소비 영역 등이 구역 설정의 잣대가 돼야 음식 궁합처럼 행정구역 통합도 하모니를 이루게 될 것이다.

    문홍열(창신대학 강사, 행정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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