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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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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이 왜 좋냐고?

■ 산청 내원사 계곡

  • 기사입력 : 2009-07-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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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청 내원사 계곡을 찾은 피서객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내원사 계곡은 너럭바위가 많고 군데군데 물살이 완만해 가족 휴양지로 안성맞춤이다.



    빽빽한 소나무숲 아래로 맑은 물이 흐르는 내원사 계곡.

    여름, 계곡이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연초록의 계류는 세상을 집어삼킬 듯 소용돌이치며 포효하다가도 소를 만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고요해진다. 그 모습이 한폭의 산수화 같다. 옛 선비들이 계곡에 발을 담그고 풍류를 즐긴 것도 이 때문일까?

    짙푸른 녹음과 차가운 계곡물, 골짜기를 울리는 계류 소리가 아름다운 산청 내원사 계곡으로 여름을 만나러 가보자.

    백두산에서 설악산을 거쳐 지리산 천왕봉까지 쉼 없이 달려온 백두대간이 동남쪽으로 흘러내리다 호흡을 멈춘 산청군 삼장면 ‘대포마을’.

    내원사 계곡 탐방의 시작은 이곳 대포마을 앞 대포숲에서부터 시작된다.

    수십 년은 족히 된 듯한 소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서 그늘을 형성하고 있는 대포숲과 눈이 시리도록 맑고 깨끗한 계곡물은 자연이 인간에게 준 선물이다.

    맑은 계곡물에 살며시 발을 담그면 그 시원함이 몸속 뼛속까지 파고드는 것 같다.

    “이렇게 차가울 수가…!”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여름 피서지로 각광받고 있는 대포숲의 아름다운 계곡물은 내원사 계곡의 하류로 내원사 앞에서 내원골과 장당골로 나눠진 양 골짜기에서 흘러온 계류가 대포리 어귀에서 만나 대원사 계곡의 계류와 합쳐진 곳으로 큰 물바다를 이룬다고 해서 대포(大浦)란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내원사 계곡은 1960년대만 해도 지리산 천왕봉을 오르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가야 할 코스였다.

    예전 대원사와 중산리까지 차량 통행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시절, 버스 종착지였던 산청군 시천면 덕산에서부터 걷기 시작한 등산객들은 이곳 대포리에서 본격 산행을 시작해 내원사 혹은 장당골을 거쳐 순두류와 법계사를 통해 천왕봉에 올랐다고 한다. 그 기간이 짧게는 3~4일, 길게는 10여일 이상 소요됐다고 하는데 이들은 산행을 하다 지치면 계곡에 발 담그고, 계곡을 따라 불어오는 시원한 산바람에 이마에 맺힌 땀도 식혀가며 지리산의 속내를 몸소 느끼며 산행을 즐겼다고 한다. 요즘과 같이 당일 산행으로 속도감 있게 걷는 산행에서는 맛볼 수 없는 산행의 묘미다.

    대포마을을 지나 계곡을 따라 내원사까지 이어진 2km 구간의 도로를 달리면 한낮의 무더위가 무색할 정도로 쏟아지는 계곡물에서 시원함이 느껴진다. 세차게 흘러내리는 계곡물의 소리는 지척의 목소리조차 알아듣기 힘들 정도다.

    기암괴석을 감도는 물소리, 나뭇잎을 스치는 바람 소리, 그리고 산새들의 노랫소리가 어우러진 계곡은 마치 대자연의 합창곡을 듣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너럭바위가 줄줄이 이어진 계곡은 가족들의 휴양지로도 그만이다.

    변화무쌍한 계곡의 형태와 물살이 조심스럽지만 아이들이 물놀이하기에 좋은 완만한 곳도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계곡 중간에 마련된 내원야영장은 야외 데크와 화장실, 주차장 등 편의시설을 갖춰 피서객들이 휴가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계곡을 따라 조금만 오르면 두 갈래 길이 나오는데 왼쪽은 내원사로 가는 내원골(內院谷)이고 철문으로 막은 오른쪽은 장당골(長堂谷)이다.

    장당골은 생태계 보전을 위해 30여년째 사람의 발길을 끊은 청정지역으로 2004년에 반달곰 6마리를 방사해 화제가 됐던 곳이기도 하다. 장당골은 골짜기가 깊어서 붙여진 이름으로, 산을 즐겨 찾는 사람들 사이에서 지리산의 마지막 비경이라고 할 정도로 원시림을 유지하고 있다.

    지리산 써리봉에서 발원한 장당골은 치밭목 산장 아래의 해발 1000m에 ‘무제치기 폭포’를 품고 있다. 스스로 무지개를 만드는 폭포라 하여 ‘무지개치기’의 줄인 말인 ‘무제치기’로 불리는 폭포는 40m에 이르는 거대한 암벽 위에 3단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장당골은 사람의 발길을 허용하지 않는다.

    발길을 돌려 천년 고찰 내원사로 향했다. 내원사는 지리산의 웅장함에 비하면 규모는 작지만 그 자태는 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가람답게 당당함이 엿보인다.

    오랜 풍상의 세월 속에서도 제 모습을 잃지 않은 내원사 삼층석탑(보물 제1113호)은 신라 후기의 석탑 전형을 보여주고 있으며 석탑 뒤편 비로전 안에 안치된 석조 비로자나불상(보물 제1021호)은 현존하는 비로자나불 중 조성 연대를 알 수 있는 가장 오래된 석불로 역사적 의미를 더하고 있다.

    사찰을 한 바퀴 돌아 앞마당으로 나서니 장당골에서 흘러내려오는 계류 위를 지나는 반야교(般若橋)가 눈에 들어온다. 반야교에 서니 기암괴석 사이로 장엄하게 흘러넘치는 장당골의 호쾌한 물줄기가 모습을 드러낸다.

    반야교 아래에서 물놀이를 하며 더위를 식히는 피서객들의 모습이 한없이 여유롭다.

    ▲찾아가는 길=대전~통영 고속도로→단성IC→20번 국도 시천 방향→덕천서원 삼거리에서 우회전→59번 국도→내원사 계곡

     

    ■도내 가볼만한 계곡

    거창 북상면 월성계곡= 남덕유산 동쪽 자락의 월성천을 따라 형성된 계곡. 별칭 ‘하늘마을’. 웅장한 산세를 자랑하면서도 넉넉한 기품을 가진 남덕유산 방향으로 들어가면 병곡리와 산수리로 들어가는 갈림길 삼거리에서부터 월성계곡이 시작된다. 계곡의 폭은 그렇게 넓지 않지만 주변 산세가 워낙 거대해 수량이 풍부한 편이다. 계곡 물놀이와 더불어 젖은 옷과 몸을 말리기에도 좋은 바위들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인근 수승대에서는 제18회 거창국제연극제가 오는 16일까지 열린다. 금원산자연휴양림, 송계사, 가섭암지 마애삼존불, 농산리 석조여래입상(도유형문화재 제36호) 등도 볼거리.

    산청 백운동계곡= 조선시대 남명 조식 선생의 발자취가 살아 숨 쉬는 계곡이다. 지리산 끝자락에 안긴 웅석봉(1099m)에서 흘러내린 백운동 계곡은 산세가 깊고 물이 맑아 자연 그대로의 숨결을 느끼게 한다. 계곡은 너럭바위와 기암괴석, 소와 담, 폭포가 끊임없이 이어져 있다. 폭이 넓지 않지만 맑은 물과 새하얀 바위 등 경관이 빼어나다. 특히 목욕을 하면 절로 아는 것이 생긴다는 다지소(多知沼)는 주변에 바위가 많아 피서객들로 항상 붐비는 곳이다. 4m 높이의 백운폭포와 오담폭포, ‘영남제일천석’이란 글자가 새겨진 등천대는 물살이 거세 속을 후련하게 만든다.

    산청 선유동계곡= 선녀가 하늘에서 내려와 놀았고, 선비들이 그들의 공부됨을 시험했다는 선유동계곡은 산청군 신안면 안봉리 수월마을 뒤쪽에 있다. 굽이진 시냇물에 술잔을 띄워 보내며 술잔이 닿기 전 시 한 수 지어 읊는다는 곡수유상(曲水流觴)의 멋스러움이 있었다. 선유동(仙遊洞)은 글자 그대로 선녀가 하강해 놀았던 곳이다. 그 증거로 사람들은 계곡에 선녀가 술을 빚어 담아 두었다는 동이 2개가 아직도 있다고 하는데, 실제 폭포 위쪽에 있는 거대한 반석에 보면 지름이 50cm, 깊이가 2m에 이르는 장독 모양의 커다란 홈이 있다.

    글·사진=이준희기자 jhle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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