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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행정구역통합, ‘야심, 용심, 꿍심’ - 이선호(논설고문)

  • 기사입력 : 2009-07-1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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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역의 행정구역통합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는 듯하다. 통술집에서도 주당들의 좋은 안줏감이 되고 있다. 그러나 찬찬히 살펴보면 하겠다는 건지 말겠다는 건지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마산시는 ‘마산·창원·진해·함안’ 통합안을 내놓았지만 여의치 않으면 함안만이라도 합치겠단다. 창원시는 ‘마창진’에다 김해 장유를 들먹이고 있고, 진해시는 아예 마창보다 부산·김해권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함안군은 마산에 손을 내밀면서도 함안이 중심이 된 의령, 합천, 창녕군 등 4개 군부 통합안도 띄우고 있다. 죽이 될지 밥이 될지 모르는 형국이다.

    지자체장 중 통합 논의에 먼저 불을 지핀 분은 황철곤 마산시장이다. 선수를 친 셈이다. 중앙의 행정구역개편 기류를 일찍 감지한 듯싶다. 문민정부 시절 도·농 통합을 해 봤던 경험도 작용했을 것이다. ‘마창진함’의 통합 이후 청사진도 그럴 듯하다. 통합시는 동남권 최고의 행정, 첨단IT, 항만·물류, 레저산업의 중심도시로 발전할 것이란다. 그러나 그의 앞선 행보를 두고 이러쿵저러쿵 뒷말이 나온다. 3선 제한으로 시장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기 때문에 통합에 적극적이란 것이다. 본인도 통합은 미래 세대를 위해 마음을 비우고 추진해야 한다는 둥 듣기 좋은 말을 하면서도 통합시장 출마를 배제하지 않고 있다. 떡 줄 사람은 차치하고 야심이 있다는 얘기다.

    박완수 창원시장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듯 싶더니 행정안전부 고위층을 만난 것으로 알려진 이후 불쑥 4개 시·군 주민들의 설문조사 결과(찬성 66.1%)를 꺼내 놓고는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며 창원시가 통합을 주도하겠단다. 또 주민의사가 최우선이라는 둥 민주사회의 당연한 전제를 강조하면서 황 시장과 애써 차별화하려는 모습이다. 그는 통합시장 출마 여부에 대해선 “정치인은 본인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시민의 뜻도 중요하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속내가 읽힌다. 대중은 알고 있을 것이다. 얼마 전 의령군청에서 열린 경남시장군수협의회에서 황·박 양 시장은 회의 내내 눈도 마주치지 않는 등 신경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야심과 용심의 묘한 조화다.

    이재복 진해시장은 신항과 경제자유구역 등으로 인구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어 진해는 독자적인 발전 가능성이 높다며 통합 논의에 대해 방어막부터 치고 있는 모양새다. 꿍꿍이속을 짐작할 수 있다. 재선에 더 미련이 많다는 뜻일 게다. 조영규 함안군수가 군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겠다는 것이 그나마 돋보인다.

    행정구역통합 과정은 산을 넘고 또 넘어야 하는 험로다. 지자체장 자신들의 유리한 셈법은 그렇다 치고 의원 등으로 구성된 협의회조차 깊은 늪까지 만드는 꼴이다. 마산, 창원 양 의회는 초장에 핏대부터 세우고 있다. 태스크포스(T/F)랍시고 지자체들이 앞다퉈 만들었지만 통합 찬반대응 논리 개발에 더 열을 올리는 듯하고 오히려 명분 축적용으로 비친다. 야심, 용심, 꿍심에다 행여 국회의원을 비롯한 지역 정치인들의 흑심까지 가세한다면 도로아미타불이 되기 십상이다.

    다행히 황 시장은 통합 추진은 철저하게 민간이 중심이 되고 행정은 필요시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박 시장도 주민들이 통합에 따른 득실과 미래 자신의 삶에 대한 가치를 따져 찬반 투표를 하고 행정기관이나 정치권은 이를 따라 절차를 진행하면 된다고 했다. 옳은 수순이다. 그렇게 하면 절반은 성공이다. 또 해당 지역 국회의원, 지자체장, 의회 의장 등이 머리를 맞댄다면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당신들은 대리인일 뿐이다. 통합이 옳은지 그른지는 주민 개개인이 판단한다. 그러기 위해선 객관적인 판단 자료가 필요하다. 지금처럼 각각의 태스크포스나 민간기구로는 ‘따로 국밥’이 될 수 있다. 통합기구를 만들어 큰 틀에서 통합의 장단점을 제시하고 해당 지역의 득실을 보여준다면 주민들은 기꺼이 투표장에 갈 것이다. 감히 한 가지 더 제안한다. 내년 지방선거에 지목되는 인사들이 시장, 군수나 통합시장 출마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하면 어떨까. ‘死必卽生, 生必卽死’(사필즉생, 생필즉사)라지 않던가. 주민들은 잊지 않고 그대를 부를 것이다.

    이선호(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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