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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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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고] 통계 수치의 위력- 방대홍(동남지방통계청 진주사무소 농어업통계팀장)

  • 기사입력 : 2009-07-1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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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국 수상을 지낸 디즈레일리는 항상 통계 수치를 인용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국회에서 의원들의 날카로운 질문에 대해 각종 통계 수치를 조목조목 인용해 대답함으로써 의원들의 예봉을 잘 피해 나갔다고 한다. 그리고 대답할 때마다 항상 메모지를 보면서 각종 통계 수치들을 인용했다고 한다.

    디즈레일리 수상이 국회에서 답변을 하던 어느 날 일어난 일이었다. 수상은 그날도 자신의 특기를 살려서 숫자가 포함된 조리 있는 대답으로 의원들의 말문을 막았다. 그런데 수상이 자기 자리로 돌아올 때 실수를 해 그의 메모지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그러자 수상의 통계 수치 인용에 대해 평소에 감탄해 온 한 호기심 많은 국회의원이 그것을 주웠다. 도대체 메모지에 무엇이 써 있을까 매우 궁금했던 것이다. 그런데 메모지를 본 의원은 깜짝 놀랐다. 수상이 열심히 들여다보며 참고한 메모지는 숫자 하나 적혀 있지 않은 백지였던 것이다.

    우리에게 주어지는 숫자로 된 정보의 상당수는 추정치, 즉 어림잡아서 추측된 값이다. 상대방이 이런 어림수를 들이댈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어림수로 남을 속이려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그들이 사용하는 어림수가 어떻게 계산됐는지를 설명하는 법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상대방이 사용하는 어림수가 상식적으로 볼 때 이상하다고 생각되면 그 어림수의 근거에 대해 질문을 해 보라. 상대방이 근거를 대지 못하고 당황한다면 억지로 꾸며낸 숫자가 틀림없다.

    믿을 만한 근거를 댄다고 해도 여전히 아전인수 격으로 꿰어 맞춘 것일 수도 있으므로 상대방의 주장을 입증하는 추가적인 증거(숫자)가 있느냐고 물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상대방이 숫자의 권위를 이용해 숫자놀음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면 어림수의 계산 근거와 추가적인 증거를 요구해야 한다.

    그리고 또 한 가지를 더 소개하자면 로치(Hal Roach)라는 코미디언이 자연사 박물관의 안내원에 관한 이야기를 소개한 적이 있다. 어느 날 방문객이 선사시대의 공룡의 뼈를 구경하다가 그 뼈가 얼마나 오래된 것인가를 안내원에게 물었다. 안내원은 머뭇거리지도 않고 300만17년이 된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 연대의 정확성에 놀란 방문객이 그렇게 정확한 숫자의 근거를 다시 물었다. “내가 여기에서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 그 뼈는 300만년 된 것이라고 들었다. 그 후로 나는 여기에서 17년 동안 일을 했다”고 대답했단다.

    요즘 우리들이 대화를 할 때 약간의 수치만 곁들여도 상대로부터 “아! 그렇구나”라는 감탄사를 연발할 수 있다. 대화 속에서 나오는 수치는 말하는 사람이 그 내용을 빠삭하게 알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두서없는 주장이라도 그 말 속에 몇 개의 수치를 인용하면 사람들은 쉽게 수긍한다.

    이처럼 숫자는 과학적이라는 이미지와 설득력 있는 힘을 갖기 때문에 노련한 말꾼들은 필요한 경우에 숫자를 가져다 붙인다. 세상에는 수많은 수치가 있다. 그러나 그것이 과장이나 허세를 부리기 위함인지, 받아들여도 좋은 정확한 수치인지 잠깐이나마 따져보는 습관을 들이면 잘못된 정보를 보고 놀라거나 감탄하는 실수를 피할 수 있다.

    방대홍(동남지방통계청 진주사무소 농어업통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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