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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기사의 한숨/김정민기자

  • 기사입력 : 2009-07-2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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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섭고 참 서운하네요. 택시운전하기 겁납니다.”

    택시운전 중 강도를 당해 돈을 뺏기고 몸까지 다친 박점용(58)씨는 요즘 밤잠을 설치고 있다. 당시 다친 상처도 서러운데 치료비마저 자비로 내야 하니 억울하기 그지없는 것.

    마산의 자택에서 만난 박씨는 “지난 7일을 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박씨가 손님을 태운 것은 새벽 1시께. 창원시 도계동에서 손님 3명을 태운 박씨는 목적지인 동읍 본포 인근에서 “다 왔습니다”라고 말을 건네는 순간, 아찔한 상황을 맞았다.

    뒷좌석에 있던 이가 목을 졸라 숨이 막혔고, 옆사람은 쉴 새 없이 때려 앞을 볼 수 없었다.

    택시 밖으로 나와 주먹과 발로 또다시 두들겨 맞았다. 그러기를 10여분. 이 3인조 강도는 박씨가 “돈을 다 주겠다”고 말하자 황토색 박스테이프로 입을 막고 손발을 묶은 뒤 트렁크에 가뒀다.

    다행히 범인들이 통장의 돈을 찾으러 간 사이 발로 트렁크를 연 박씨는 청소부에게 도움을 요청해 목숨을 건졌지만 어느 한군데 성한 곳이 없을 정도로 상처를 입었다. 병원치료를 받았지만 박씨의 고통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박씨는 “범인이 잡히긴 했지만 사건 이후 2명 이상의 승객이 탈 때면 몸서리가 쳐지고 어둑어둑 해가 저물면 더이상 손님을 태우기가 겁이 난다”고 하소연했다.

    택시기사를 상대로 한 범죄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기에 다시 운전대를 잡기가 불안한 까닭이다.

    지난 3월 발생한 창원시 명서동 택시기사 살인사건에 앞서 지난해 4월에도 마산에서 택시기사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도내에 택시강도 및 살인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손님을 태워야만 벌이가 되는 택시기사들은 목격자나 제지자가 없어 항상 강도에 노출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택시강도는 범죄 후 이동하기 쉬우며 불특정다수를 상대로 재범이 용이하기에 승객까지 위험할 수도 있다. 운전사와 승객 모두를 위한 안전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김정민기자(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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