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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민원, 부산으로 문의하라고요?/조고운기자

  • 기사입력 : 2009-08-1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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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루 10명도 찾지 않는 역이 있었다. 하동군 북천면 북천역. 이 간이역이 한 달간 4만여명이 몰리는 전국적인 명소가 된 지는 1년이 채 안 됐다. 지난 2007년, 코레일(한국철도공사) 경남지사와 북천면장의 우연한 만남이 시발점이었다.

    북천의 ‘코스모스’를 매개로 지역을 일으켜보자는 이들의 결의(?)는 황량했던 역사 인근을 코스모스 꽃밭으로 꾸몄고, 칙칙했던 역을 핑크빛으로 변신시켰다. 많은 노력과 시간이 걸렸다. 그 결과 볼품 없던 북천역이 북천 코스모스축제의 마스코트가 됐다. 당시 사업을 추진했던 코레일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경남지사가 생기기 전이라면 꿈도 못 꿀 일이죠. 2006년 이전 제가 부산경남본부에서 근무할 때만 해도 지역의 간이역에 대해선 고민도 해보지도 않았거든요.”

    지역민과 공사가 이뤄낸 작은 기적(?)이었다. 그런데 이제 더이상 이 같은 희소식을 접하기가 힘들지도 모르겠다. 지난 3일 발표된 코레일의 조직개편안 때문이다. 경영의 합리화를 이유로 산하 17개 지사를 12지역본부로 통폐합하면서 독립지사였던 경남지사가 부산으로 흡수통합됐다. 경남지사가 발걸음을 뗀 지 불과 3년 만이다. 진주수목원역 신설, 진해 경화역사 개발 등 경남과 함께 꾸준히 발맞춰온 그들의 행보를 알기에 아쉬움이 더 크다. 어쩌면 우리는 경남의 입장을 대변할 창구를 잃어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물론 혹자는 부산으로 통합돼도 큰 영향이 없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실제 경남도와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이번 통폐합에 대해 공식발표 전에는 몰랐으며, 발표 후에도 문제의식을 갖지 않았다. 그런 반면 강원도와 경북 등지에서는 7월부터 통폐합 내용을 알고 존치 운동을 활발히 했고, 두 곳은 모두 그대로 남았다. 왜 다른 지자체는 그렇게 기를 쓰고 막으려 했을까. 과연 경남도와 의원들이 독립기관과 하부조직의 차이점에 대해 한번쯤 진지한 고민을 해봤는지 묻고 싶다.

    현재 부산고등법원, 부산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 부산지방국세청, 부산지방노동청, 부산지방국토관리청 등 굵직한 기관은 모두 부산이다. 민원이 있어도 부산으로 가야 하고, 경남의 현황자료를 받으려 해도 쉽지 않다. 코레일 지사 흡수통합으로 인해 지금 당장은 큰 변화가 없을지라도 불편함은 분명히 생길 것이고, 아마 그때는 이미 너무 늦었을지도 모른다.

    조고운기자(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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