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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고] 롯데의 마산 야구에 대한 생각- 이진규(CS솔루션 대표)

  • 기사입력 : 2009-08-1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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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산으로 이사 오고 나서 겪게 된 최대의 이벤트(?)는 아무래도 롯데의 마산 홈경기가 아닐까 한다.

    야구장 바로 건너편으로 이사 오면서 이틀 연속 메아리치는 마산 갈매기의 함성에 필자는 경기가 한참 진행 중인 야구장을 사랑하는 약혼녀와 함께 찾았다. 10여 년 전에 가 보았던 야구장과는 달리 깔끔하게 정비된 그라운드를 보면서 감개무량함과 함께 캔맥주를 홀짝홀짝 들이켜는 맛에 제법 재미를 느꼈다.

    잦은 실책에도 불구하고 롯데를 힘껏 응원하는 팬들을 보면서 롯데는 정말 축복받은 팀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거기다가 늘씬한 치어리더의 율동을 약혼녀의 눈을 피해 곁눈질로 보는 재미는 스릴을 더해갔다. 그러나 여기까지였다.

    요즘 경기장에서는 금연이라는 것을 모두 알 만도 한데 여기저기 담배 연기가 회오리처럼 흩날리며 약혼녀의 미간을 찌푸리게 하고, 아이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욕설을 해대는 어른들 통에 재미는 반감하고 있었다. 12대 2로 크게 뒤지고 있던 5회, 외야석에서부터 관중들은 빠져나가고, 급기야 롯데는 가르시아, 이대호 등 주전들을 몽땅 빼 버리고 듣도 보도 못한 2진 선수들로 교체해 버렸다.

    경기를 하다 보면 이기고 지는 것은 다반사라 결과는 그리 중요치 않다고 생각한다. 경기의 결과보다는 그 내용에 충실한, 성의를 다한 경기를 보여야 한다. 그러나 롯데의 마산 팬들에 대한 서비스는 수준 이하였다. 일부 무지막지한 관중과 함께 더블리그를 치르는 꼴이란…. 더욱 가관인 것은 7회에 들어서 관중의 3분의 1이 빠져나가자 롯데는 작심한 듯 무기력한 경기로 헛방만 날렸다.

    롯데가 마산 경기를 꺼려한다는 이야기를 고등학교 선배로부터 들은 적이 있다. 이유인즉슨, 부산 사직야구장과는 달리 선수들이 경기 시작 두서너 시간 전까지 쉴 곳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그라운드는 인조잔디로 말끔히 정비되었지만 더그아웃이나 락커룸은 리모델링이 안 되었다는 것이다. 일부 선수는 구단 버스에 올라 쉰다고 하니, 몸 풀려다가 오히려 몸이 굳은 상태로 경기에 임하다 보니 경기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이동 경비나 선수들의 컨디션, 관중 수 같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마산에서 경기를 하게 되면 손해를 본다는 것이 롯데구단의 입장이라는 것이다.

    롯데도 롯데이지만 마산시에서도 골치 아프긴 마찬가지다. 경기 당일 주차공간이 턱없이 부족하여 야구장 인근의 주택가를 배회하던 차량과 퇴근하는 차량이 서로 뒤엉켜 교통 체증을 유발하는 것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달라는 홍보를 안 하는 건지, 아니면 관중들이 접하지 못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부산은 사직구장까지 지하철을 이용하면 지하철 요금을 할인해 준다고 한다. 지하철이 없는 마산이야 그럴 수는 없겠지만 마산시에서 무슨 대책이라도 세워야 하지 않을까 한다.

    경기가 끝나고 관중들이 자리를 다 뜰 때까지 기다렸다가 나가기로 마음먹고 빈 캔이랑 과자봉지를 비닐봉투에 싸들고 앉아 있었다. 관중은 다 나갔는데 형형색색의 쓰레기들이 패배의 아쉬움을 달래려는 듯 옹기종기 모여 앉아 마산 관중들의 뒤태를 흘기고 있었다. 다시는 오지 말자는 약혼녀의 나무람에 화가 나서 필자도 한마디 버럭 했다. “롯데야 이제 두 번 다시 마산에서 야구하지 마라.”

    이진규(CS솔루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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