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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재판과 인권/이병문기자

  • 기사입력 : 2009-08-1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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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프 파문으로 일부 경남지역 기관장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여름을 보내고 있다. 평생을 공직에서 자기 자리를 지키면서 일을 하던 공인이 하루 아침에 이명박 정부의 역적(?)이 됐고, 제대로 된 소명도 없이 자리를 떴다.

    지역 기업인과 골프를 친 행위, VVIP회원권의 약관에 따른 서비스 허용범위와 제공받은 편의 중 어디까지가 접대인가 등이 이번 파문의 상수(常數)이자 핵심 쟁점이다.

    공직 기강 및 도덕적 해이, 현 정부의 친서민정책에 반하는 행위, 이명박 대통령이 강조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위배되는 것 등은 종속변수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상수인 접대의 성립 여부 등 사실을 따진 뒤 접대가 사회적 허용범위인가 아닌가에 따라, 정서법에 따른 종속변수의 법적 대응 수위가 조절돼야 한다.

    왜냐하면 아무리 큰 잘못을 저질렀다 하더라도 일에는 경위와 이유가 있을 것이고, 잘못을 저지른 사람에게도 최소한의 인권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보름 간 흐름은 여론의 뭇매만 난무했고 인권을 찾기는 어려웠다.

    “자유 없는 질서는 있어도 질서 없는 자유는 없다”는 말로 ‘미스터 법질서’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김기춘 전 국회의원은 2007년 10월 전국적으로 무능 공무원에 대한 여론재판식 퇴출이 진행될 때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에서 권오룡 중앙인사위원장에게 “‘철밥통’을 깨고 능력을 향상시킨다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무능 공무원에게도 헌법에 보장된 기본적 인권과 최소의 명예를 지켜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전 의원의 발언이 무능 공무원 퇴출이라는 대세를 꺾지 못했지만 ‘여론이 아닌 법과 원칙이 우선’이라는 보수주의자의 충고라는 점에서 기억에 오래 남았다.

    “흔히 위정자들의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은 사실 ‘평등하면 단결하지만 불평등하면 분열한다’는 앞말 보다 더 큰 의미의 뒷말이 있다”는 것을 어느 책에서 읽었던 기억이 난다. “태어날 때부터 불평등한 조건이나 사회적 시스템을 합리적으로 조정, 불평등을 최소화하여 단결토록 하는 것이 정부의 책무라면, 이번 파문도 여론몰이가 아닌 법과 원칙, 차별 없는 평등으로 풀 수 없습니까” 하고 ‘미스터 법질서’에게 묻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진다.

    이병문기자(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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