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09월 22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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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강보의 논술탐험] (66) 빅뱅, 왜 떴는지 알겠어

책 ‘세상에 너를 소리쳐’와 독후감 쓰기
학생들이 좋아하는 가수의 역경을 담은 책으로 독후감과 친해지자

  • 기사입력 : 2009-08-1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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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짱: 고1 여학생인데요. 개학할 날이 얼마 안 남았어요. 여름방학 과제 독후감 쓰기에 어떤 책이 좋을지 추천해 주실래요?

    글샘: 방학 동안 책을 많이 읽었겠지. 그중에 어느 책에 기억에 남니?

    글짱: 사실, 한 권밖에 못 읽었어요. 그마저도 독후감 쓰기에 적합한 책이 아니라서…. 아이돌 그룹 ‘빅뱅’이 쓴 ‘세상에 너를 소리쳐’라는 책이거든요.

    글샘: 그 책이 어때서? 인기가수가 쓴 책은 독후감용이 아니라고 누가 그러든? 학생들에겐 도움이 될 내용이 많던데. 문학적으로 작품성을 지닌 책은 아니라 할지라도, 청소년들에겐 꿈과 희망을 심어줄 수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어.

    글짱: 그래요? 대개 부모님들이나 선생님들이 그러잖아요. 연예인들이 돈 벌려고 쓴 책을 쓸데없이 비싼 돈 주고 사 본다고.

    글샘: 나도 처음엔 빅뱅이라는 이름만 걸고 쓴 책이 무슨 베스트셀러냐고 그리 좋지 않게 봤거든. 어떤 책인지 읽어나 보자 싶어 마을도서관에서 빌려 읽었지. 그다음 날부터 아내도 읽고, 아들도 읽겠다기에 ‘연체 경고’까지 받으며 온 가족이 읽었단다.

    글짱: 청소년들에게 유익한 책 맞죠? 빅뱅의 글 솜씨도 뛰어나더라고요. G-드래곤이 “적당히는 하지 말자. 공부든, 꿈이든, 사랑이든!”이라고 말하는 대목에선 완전히 감동먹었걸랑요.

    글샘: 그래도 하나는 알아야 해. 책 표지에 <빅뱅 지음/김세아 정리>라고 쓰여 있지. 빅뱅 멤버 5명이 써 온 글과 이야기한 내용을 ‘스토리텔러(Story Teller)’라는 글쓰기 전문가가 잘 다듬은 글이라고 보면 돼. 물론 멤버 중 일부는 글을 아주 잘 썼다는 뒷얘기도 있지만 말이야. 일단 스토리텔러의 글솜씨가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 낸 건 사실이야. 그렇지만 글 다듬기 과정을 감안하더라도 각 멤버의 느낌이 잘 드러나 있는 건, 그들이 자신의 얘기를 잘 풀어냈기 때문일 거야. 그래서 마음으로 쓴 글은 거짓말을 안 한다고 하지.

    글짱: 어쨌든 그 책으로 독후감을 한번 써 보라는 거죠? 어떤 방식으로 쓰면 좋을까요?

    글샘: 좀 전에 네가 감동먹었다고 했잖아. 왜? 아마 네가 ‘적당히’ 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겠지. 공부든 꿈이든, 그 경험을 빅뱅의 경험과 견줘 느낌 글로 표현하면 돼. 난 우리나라 선생님들이 이런 책으로 독후감을 써 오라는 숙제를 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학생들이 좋아하는 연예인의 얘기가 담긴 책으로 자연스럽게 독후감을 접하게 하는 교육 방법은 아주 효과적일 거야.

    글짱: 와, 글샘은 정말 우리 학생 편 같아요. 아직 독후감을 쓰진 않았지만 아주 재미있고 제 마음이 담긴 글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어요.

    글샘: 빅뱅 멤버 5명의 도전과 고난, 그리고 성공까지의 얘기라서, 어느 대목이 좋다고 말하긴 어려워. 눈에 띄는 몇몇 대목을 글샘이 골라 소개할 테니 참고해서 네 경험과 견줘 생각해 보거라. 먼저 G-드래곤(권지용)은 “그냥 쓰고 싶어 미칠 것 같은 상황이 있다. 작곡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순간부터 주변의 모든 것들이 음악과 연결이 된 듯하다. 거리의 간판을 봐도, 영화를 봐도, (……) 곡에 대한 발상으로 연결시키는 버릇이 생겼다”고 말하는 대목이 있어.

    글짱: 미칠 정도로 몰두하던 G-드래곤의 열정적인 모습, 제겐 그런 부분이 너무 부족해요.

    글샘: 이번엔 다른 멤버들이 말한 몇 대목을 골라 볼게. “지적을 받고 기분이 나빠지거나 우울해지면, 문제에 다시 집중해서 그것을 조각조각 나눠서 하나씩 살펴본다. 마치 제3자가 된 것처럼 그 상황을 하나하나 분석한다.”-태양(동영배), “안 좋은 상황이 오더라도 ‘괜찮아! 아직 최악의 상황은 아니잖아’하고 툭툭 털고 일어서게 만드는 긍정 방정식”-대성(강대성), “인간이 가지는 욕심 중에 선하지 않은 것도 있지만, 진정한 욕심은 내가 만들어 가고 싶은 대로 나를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생각”- T.O.P(최승현), “나는 탁월한 재능 따윈 타고나지 못했다. 스스로 강점이라고 생각하는 자신감도 열등감에서 벗어나기 위한 발악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포기하지 않는 나여서, 그럴수록 열심히 하는 나여서, 나는 내가 참 좋다.”-승리(이승현)

    글짱: 최종 오디션에 떨어지고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선 승리오빠의 모습은, 제가 지난해 특목고 시험에 도전했다가 떨어져 좌절했던 것과 너무나 비교돼요. 이 대목도 독후감에 넣어야겠네요. 이 책의 어디에선가 “최선을 다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은, 털어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 세상에 ‘미련’만큼 미련한 일도 없다”고 했잖아요.

    글샘: 그렇지. 고교입시 때문에 한때 좌절하기도 했던 네 경험과 가수로 성공하기 위해 고된 연습 과정에서 시련을 겪은 빅뱅 멤버들의 경험이 ‘입에 쓴 약’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 이 책은 나이 든 내가 읽어도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대목이 많아. 빅뱅이 인기가수로 뜰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겠더구나. 독후감을 쓰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어. 빅뱅 멤버 중 한 명을 골라 ‘△△오빠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독후감도 괜찮을 거야. 독후감이 아니라 자유롭게 쓰는 글이라면, 이 책의 출판을 놓고 이러쿵저러쿵 비판한 글에 대한 반론을 다룬 논술 글도 써 볼 만할 거야.

    글짱: 글샘의 조언을 듣고 나니 이제 독후감을 쓰는 데 큰 부담이 사라진 것 같아요. 상을 받기 위한 글이 아니라 제 마음을 솔직하게 담은 글을 쓸 거예요.

    글샘: 그렇게 생각한다면 정말 다행이구나. 네가 스토리텔러가 된 듯이 한번 멋진 글을 써 보려무나. 그리고 이번 방학 때 책을 한 권밖에 읽지 않았다는 건 조금 심하구나. 개학이 며칠 안 남았지만 그동안 몇 권 더 읽었으면 좋겠어. 오늘 논술탐험은 이 정도에서 마치자. 아 참, 빅뱅의 책이라는 데에 거부감을 갖는 부모님들께도 한마디하고 싶어. “이 책은요, 연예인 화보집 같은 책이 아니라, 재능과 노력은 다르다는 것을 알게해 주는 ‘괜찮은 책’이랍니다.”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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