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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친환경 무상급식에서부터 간식까지- 정한진(창원전문대 식품조리과 교수)

  • 기사입력 : 2009-08-2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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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몇 달 전부터 경기도에서 무상급식 확대 문제로 여러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올해 2학기부터 도서벽지와 농산어촌, 도시지역 300인 이하 소규모 학교의 모든 초등학생에게 실시하고자 한 무상급식 예산의 50%가 삭감되어 무상급식 확대가 좌절되었다.

    그래서 주목 받기 시작한 곳이 이곳 경상남도이다. 경상남도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는 이미 100명 이하 초·중학교에 무상급식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에는 100% 실시를 계획하고 있으며, 2010년까지 이를 도내 모든 초·중학교에 확대할 계획이란다. 요즘에는 사석에서 무상급식 문제가 나오면 은근히 경상남도를 부러워하는 눈치다.

    초등학교 1학년에 들어갔을 때다. 오전수업만 마치고 돌아가려는 우리들에게 빵 하나씩을 나눠주는 것이 아닌가. 미국이 원조한 옥수수가루로 만든 속이 노란 옥수수빵. 그 빵이 주었던 행복한 느낌은 지금도 생생하다. 그래도 모든 학생들이 빵을 받았던 것은 아니었다. 빵이 부족해서인지 절반의 학생이 받고 다음 날에는 나머지 학생들이 받았다. 받지 못하는 학생의 부러움을 사면서 집에 돌아가는 길은 즐거웠다.

    중고등학교 때는 남의 도시락을 빼앗아 먹는 급우들이 귀찮은 적이 있었다. 점심시간 전에 몰래 남의 도시락을 싹 비워놓아 점심시간에 도시락 뚜껑을 열고 황당해 했었다. 게다가 점심시간에 젓가락도 없이 손으로 이 친구 저 친구의 반찬과 밥을 냉큼 집어먹는 친구도 있었다. 지금이야 모두 즐거운 추억이지만 이런 생각이 든다. 도시락을 싸 올 처지가 안 되는 친구들 가운데 상당수는 몰래 교실을 빠져나가고 넉살 좋은 친구들만이 장난스럽게 도시락을 나눠 먹자 했던 것이다. 초등학교 1학년 시절 옥수수빵을 돌아가면서 한 학급의 절반의 학생에게만 나눠주었던 것도 어쩌면 결식아동에게 공개적으로 줄 수가 없었던 이유에서 나온 고육책이 아니었을까.

    넉살 좋음과 고육책의 배려가 필요 없는 것이 모든 학생에게 무상급식을 확대하는 것이다. 현재 많은 지역에서 시행하고 있는 저소득층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무료급식 지원은 소득수준에 따른 위화감을 숨길 수 없다. 아무리 알려지지 않게 한다고 해도 다른 급우들과 달리 지원을 받는 어린 학생 스스로의 심리적 위축은 교육적이지 않다.

    헌법에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는 조항이 있다. 1981년에 제정한 학교급식법에서는 ‘학교급식은 교육의 일환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무상급식의 확대는 당연한 일이다. 물론 의무교육이 초등학교에서 중고등학교로 확대되듯이 무상급식 또한 점차적으로 확대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모든 이가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가 있고 기회를 갖기 위해서도 무상급식의 확대는 필요하다.

    경상남도에서는 더 나아가 무상급식을 친환경 무상급식으로 수준을 높이고 있다. 도내 각 지역에서 생산하는 유기농 농산물을 생산자와의 직거래를 통해 공급하고 있다. 당연히 학생들에게는 안전하고 건강한 먹을거리를, 지역 농민에게는 안정된 판로를 보장해 주고 있다.

    최근 주목할 거리가 있다. 서울시에서는 중고등학교 교내에서 ‘건강매점’을 시범 운영하기로 한다고 한다. 건강매점은 빵·과자·음료수 등만 팔던 기존 학교 매점과 달리 사과·복숭아·자두와 같은 신선한 제철 과일 등 건강친화적인 간식거리를 판매하게 된다. 물론 학생들의 소비수준에 맞춰 소량 단위로 묶어 판매할 계획이다. 외국에서도 학교 내 탄산음료나 고열량 간식의 판매를 금지하고 과일과 같은 간식거리의 판매를 권장하고 있다.

    이제 학교에서는 친환경 무상급식에서 건강한 간식거리 판매까지 이루어지게 되었다. 학교에서 모든 학생들이 평등하게 유기농 점심을 즐기고 싱싱한 제철 과일을 간식거리로 먹는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즐겁다. 그런데 더 즐겁게 하는 것은 사람들이 서로를 보듬고 자연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고자 하는 우리의 의지다.

    정한진(창원전문대 식품조리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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