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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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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통합보다 중요한 ‘절차 민주주의’/이상목기자

  • 기사입력 : 2009-08-2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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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6일 당정이 확정한 시·군 자율 행정통합 로드맵과 관련, 몇가지 확인이 필요해 행정안전부에 전화를 돌렸다.

    행안부 실무자에게 ‘통합 대상 단체장과 의회가 찬성하면, 주민투표 없이 통합을 확정한다’는 방침이 절차적 비민주성으로 인해 풀뿌리 자치를 훼손할 소지가 있다고 제기했다. 이에 그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며 다음과 같이 답했다.

    “투표로 확인된 주민의사가 다 합리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주민들이 골고루 높은 수준의 교양을 갖추지 못했는데, 지혜로운(?) 대표자들이 내린 결정을 뛰어넘을 수 있겠느냐는 뜻으로 들렸다. 아울러 내년 6·2지방선거 전 통합을 위해선 촉박한데 여론조사에서 50% 이상 찬성하고, 단체장과 의회도 찬성하면 굳이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드는 투표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주장이었다. 일견 타당한 듯도 했다.

    학계의 입장이 궁금했다. 잘 아는 행정학과 교수에게 물어보았다. 그러나 그는 “그럴 리가 없다. 기자가 로드맵을 잘못 파악한 것 아니냐”며 놀라운 반응을 보였다. 비록 대의(代議)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고 해도 행정통합과 같이 주민생활과 직결되는 정책은 반드시 투표 절차를 거쳐야 정당성을 확보한다고 강조했다.

    본지는 이런 사실을 바탕으로 행안부의 행정통합 절차가 비민주적 소지가 있다는 보도를 했다. 하루가 지난 27일. 기자는 마산의 한 시민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행정통합은 재정효율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고, 시민 대다수가 염원하는데 연이틀 경남신문이 반대하는 듯한 보도를 하고 있다’는 요지였다.

    15~16세기 군주시대를 살았던 마키아벨리는 지혜로운 군주가 우둔한 민중을 위해 펴는 정책이라면 어떤 수단도 정당화된다는 주장을 폈다. 소위 ‘군주론’이다.

    그러나 현재는 민주주의 시대다. 민도는 높아졌고, 참여와 평등의 실질 민주주의 못지않게 절차 민주주의도 중요하다. 본지의 행정통합 논조에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다.

    이상목기자(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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