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4일 (수)
전체메뉴

세월 쌓인 돌담길 돌고돌아 추억 만나기

☆고성 학동마을

  • 기사입력 : 2009-09-03 00:00:00
  •   
  • 고성군 하일면 학임리 학동마을. 옛 정취를 그대로 간직한 돌담길을 지나는 경운기가 정겹다.

    어린 시절 추억이 담긴 돌담길. 친구들과 땅따먹기, 술래잡기하며 하루종일 뛰놀던 골목길은 바로 우리들의 추억이 아로새겨진 돌담길이다.

    이제는 찾아보기 힘들지만 돌담길은 오랜 세월 추억을 함께한 삶의 한 부분으로 기억되고 있다.

    도내에서는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산청 남사·단계마을과 거창 황산마을, 의령 오운마을, 고성 학동마을에서 돌담길을 만날 수 있다.

    옛사람들의 정서가 담긴 묵은 돌담길을 찾아 아이들과 추억 속의 놀이를 함께하며 옛것에 대한 소중함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들녘의 곡식들이 따가운 햇살에 알알이 영글어가는 8월의 마지막 날, 단아한 돌담길의 옛 정취와 고즈넉한 시골마을의 넉넉한 풍경을 만끽하기 위해 고성 학동마을로 향했다.

    고성읍을 지나 상족암 군립공원 방향으로 길을 잡으니 꼬불꼬불한 산길과 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언덕을 지난다. 머릿속은 벌써 학동마을의 돌담길을 거닐고 있지만 가는 길이 예사롭지 않다.

    창원을 출발한 지 1시간30여분 만에 도착한 고성군 하일면 학림리 ‘학동마을’.

    학이 알을 품은 형상이라 붙여진 학동마을 어귀에 접어들자 큰 바위에 鶴洞(학동)이라고 새겨진 큰 글귀가 길손을 반긴다. 전주최씨 안렴사공파의 집성촌인 마을은 임진왜란 여파가 잠잠해지자 들어섰다고 한다.

    넉넉한 들녘을 앞에 두고 길고 아담하게 조성된 마을(표주박 형태)은 쉬엄쉬엄 느린 걸음으로 돌담길의 옛 정취를 느끼기에 그만이다.

    오래된 돌담은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족히 300~400년은 된 듯하다.

    이곳 학동마을 담장은 마을 뒤 수태산에서 채취한 변성암 계통의 정판암을 사용하여 바른층 쌓기를 했는데 그 모양새가 예술적이다.

    마을을 휘감아 도는 학림천을 건너 마을 끝자리 언덕에 자리한 서비정(西扉亭)을 먼저 찾았다.

    유학자인 최우순(1832~1911) 공(公)이 일본의 강제 을사조약에 반발해 일본이 있는 동쪽이 싫다며 호(號)인 청사(晴沙)를 서비(西扉·서쪽사립문)로 바꾸고, 회유책으로 준 은사금(恩賜金)마저 거부하다 스스로 자결하자, 그의 우국충절을 기린 전국 각지의 유림과 지사들이 세운 사당이다.

    서비정을 내려와 한적한 마을 안 돌담길을 따라 걸으니 단아하면서도 깔끔한 모습의 돌담길에서 정겨움이 물씬 묻어난다.

    지방문화재 제178호로 등재된 최씨고가는 아쉽게도 문이 잠겨 들여다볼 수 없었지만 주변의 대숲과 고목 등으로 어우러진 고택은 예스러움과 청량감이 감돈다. 이 고택은 현 소유자의 5대조 최태순이 고종 6년(1869년)에 지은 집이란다. 하지만 아직 아쉬움은 금물, 정작 볼거리는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최씨 종손댁이다.

    사랑채의 축담을 오르는 기단석축이 절묘하다. 적당한 돌을 눈대중으로 이리저리 맞추어 놓았는데도 빈틈이 없다. 안채로 들어서면 더욱 눈이 휘둥그레진다. 안채를 지나 사당인 가묘에 이르기까지 층층이 쌓인 기단석축이 가히 예술의 경지다.

    인기척에 놀라 돌아보니 할머니가 텃밭에서 잡초를 뽑고 있다. 전주최씨 종부인 박종혜 할머니다.

    할머니는 텃밭에서 수확한 오이를 깨끗이 씻어 건네며 길손을 반갑게 맞이한다. 예전엔 안채와 사랑채 등을 포함해 9채가 있었으나 혼자 관리를 못해 4채는 허물었단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안채 기단석축 앞의 작은 돌담 공간. 할머니는 “이게 어디에 사용된 줄 아시오?” 하며 은근슬쩍 질문을 던진다. 아무리 둘러봐도 용도를 알 수가 없다.

    할머니는 “예전에는 산에서 짐승들이 많이 내려와 안채 축담 앞에다 닭장을 만들었지”라며 빙그레 웃으신다. 옛 어른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순간이었다.

    부엌에서 세작을 우려낸 차를 내오신 할머니는 이런저런 세상 이야기를 들려주시며 농촌의 풋풋한 정을 나누신다.

    메말라가는 도심의 풍경에 익숙한 길손에게 할머니의 따뜻한 말 한마디는 온기를 전했다.

    고성 학동마을 최씨 종손댁.

    ▲찾아가는 길= 창원→마산(국도 14호선)→고성읍→진주 국도 33호선→상리·부포사거리 좌회전→ 13번 국도(중촌삼거리 우회전)→77번 국도(삼천포방면)→정곡삼거리→학동마을. ☏고성군 문화관광과 670-2223.

    ★산청 단계·남사마을 옛 담장= 산청군 신등면 단계리의 ‘단계마을 옛 담장’은 2006년 등록문화재 제260호로 지정되었다. 돌담과 토석담이 전형적인 농촌 가옥들과 어우러져 독특한 풍경을 이룬다. 담 하부는 큰 돌로 진흙을 사용하지 않고 60~90cm 정도 메쌓기 방식으로 쌓았으며 그 위에는 작은 돌과 진흙을 교대로 쌓아 올렸다. 담 높이는 2m 정도로 높은 편이다. 담 위쪽에 기와가 흘러내리는 것을 막기 위해 넓고 평평한 돌을 담장 안팎으로 6~7cm 정도 내밀게 한 것이 특징이다.

    단성면 남사리의 ‘남사마을 옛 담장’도 같은 해 등록문화재 제281호로 지정되었다. 토담과 돌담이 한옥과 어우러져 고풍스러운 풍경을 이루고 있다. 최씨고가나 이씨고가 등 양반가와 연일정씨 문중 재실인 사양정사, 이사재 주위는 토담이 잘 남아 있으며, 민가에는 돌담이 많이 사용되어 전통사회의 신분에 따른 담의 구조와 형식의 차이를 볼 수 있다. 토담 하부에 길이 50~60cm의 큰 막돌을 2~3층 메쌓기하고 그 위에 황토를 편 다음 막돌을 일정한 간격으로 벌려 놓고 돌 사이에 황토를 채워 쌓았다. 담 상부에는 전통 한식기와나 일식(日式) 평기와를 얹어 비로 인한 붕괴를 막았다. ☏산청군 문화관광과 970-6443.

    ★의령 오운마을 옛 담장= 등록문화재 제365호로 지정된 의령군 낙서면 전화리 ‘오운마을 옛 담장’은 마을의 토석담과 돌담 1000m와 탱자나무 울타리 200m가 그 대상이다.

    50여 가구가 모여 살고 있는 오운마을의 형태는 표주박 모양으로, 재실과 정자, 그리고 한옥들마다 돌담과 토석담, 탱자나무 울타리가 둘러쳐져 있어 전형적인 양반촌의 멋스러운 정취를 자아낸다. 여기에 마을 입구의 한옥에 둘러쳐진 탱자나무 울타리는 돌로 단정하게 쌓은 기단 위에 조성되어 있어 더욱 멋스럽다. ☏의령군 문화관광과 570-2442.

    ★거창 황산마을 옛 담장= 거창군 위천면 황산리의 ‘황산마을 옛 담장’은 2006년 등록문화재 제259호로 지정되었다. 거창신씨 집성촌인 황산마을의 담장은 대개 토석담으로 담 하부 2~3척 정도는 큰 자연석을 사용하여 진흙을 사용하지 않고 대부분 메쌓기 방식으로 쌓았다. 활처럼 휜 담장길은 고즈넉하면서도 절제된 풍경이 운치를 더한다.

    마을의 시한당 앞 연못은 일반적인 한국전통의 연못양식인 방지원도형(方池圓島形)이 아닌 원지방도형(圓池方島形)으로 구성되어 있어 독특하다. ☏거창군 문화관광과 940-3185.

    글·사진=이준희기자 jhlee@knnews.co.kr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이준희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