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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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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고] 이 시대에 아버지로 산다는 것- 이동욱 진솔학원 원장

  • 기사입력 : 2009-09-1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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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버지로 살아간다는 것은 자녀의 성장을 보면서 자녀로부터 느끼는 대견함과 가족의 건강에 대한 걱정과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 두루 아우러져 몸에 배어 있을 것이다. 아마도 내 나이쯤의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남성이라면 대개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두고 있을 것이며, 자녀의 올바른 성장과 더불어 높은 학업성취도를 기대하면서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고 있으리라 여겨진다. 나도 마찬가지로 내 자식에 대해 다른 부모님과 비슷한 희망과 기대를 품고 있다. 자식에 대한 그 희망과 기대의 저변에는 나보다는 좀 더 나은 직업을 가지고, 좀 더 풍요로운 삶, 그리고 내가 해보지 못한 더 높은 무엇에 대한 약간의 대리만족도 없다고는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연유로 늦은 밤까지 같이 책상머리에 앉아서 공부를 돕기도 하고, 또 때로는 성적표를 쳐다보고 화를 삭이기도 하며, 또 때로는 엄포를 놓은 적도 왕왕 있었던 것으로 기억난다.

    나같이 크게 사회적, 경제적 지위가 없는 소시민으로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는 더욱더 자녀의 성적에 많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나름대로 자신의 공부 방법을 찾아 열심히 하는데도 부모의 욕심만큼, 자신의 노력만큼 성적이 오르지 않아 속상해 하는 애들을 보면서 그리고 그 애들의 모습과 행동에서 언뜻언뜻 비치는 내 모습을 보면서 한번씩 내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는 시간이 자연스레 만들어지기도 한다. 바쁘게 살아가는 톱니바퀴 속에서 잠시 잊고 살아왔던 과거의 나 자신 역시도 크게 공부를 잘하지도 못했고, 또한 아주 모범생도 아니었음에도, 지금의 나는 열심히 노력하는 우리 애들에게 더 열심히 하라고 윽박지르고 있지 않은가?

    옛말에 자식은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고 자란다고 하지 않았던가? 내가 올바른 모습으로 살아가면 분명 자식도 그 모습을 보면서 성장할 것이고, 그 반대로 살아가면 자식 또한 그렇게 성장해버리고 만다는 평범하고도 무서운 말이 있다. 오늘부터라도 우리 아들 딸에게 지금까지 수없이 했었던 공부해라는 말을 줄이는 대신 더 많은 고민을 들어주고 나 자신 더욱더 반듯한 뒷모습을 자식에게 보여 주며 살아야겠다.

    아직도 한낮에는 여름의 기운이 여전한 요즘에 서산대사의 시가 생각나는 하루이다. “눈 덮인 길을 가더라도 결코 어지럽히지 마라. 오늘 내가 가는 이 길은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

    이동욱 진솔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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