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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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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고] 아! 여자다- 배필순(창원시 교육삼락회장)

  • 기사입력 : 2009-09-3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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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며칠 전 처음 대하는 5만원짜리 지폐! 5만원권의 심벌인 신사임당의 모습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아! 여자다” 라고 중얼거렸다.

    그리고 10년 전 어느 봄날의 오후 일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당시 나는 창원의 한 중학교 교장실에서 오후 일과를 구상하고 있었다. 갑자기 탕! 탕! 큰소리로 문을 노크하더니 어린이 3명이 나란히 줄을 서 있었다. 그리고 앞 어린이가 문을 활짝 밀치고 나를 보는 순간 “아! 여자다”라고 하면서 뒤에 서 있는 친구를 쳐다본다.

    생각건대 교장실엔 근엄한 남자 교장 선생님이 계시리라 생각하고 들어오던 발걸음이었으리라. 휘둥그런 눈을 굴리고 서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내겐 낯설지만은 않다. 많은 사람들의 그런 시선을 받아 왔기 때문이다.

    남자만이 교장이 된다는 생각은 비단 어린이뿐만이 아니리라. 후진국이었던 우리나라의 과거 한때는 남존여비 사상으로 천대와 괄시를 받아온 여자들이 아니었던가? 가정에서도 좋은 것은 대부분 아들 위주였고 심지어 여자는 공부를 시켜서도 안 된다고 했던 우리나라….

    나는 지금까지도 못마땅한 노래의 가사 구절이 있다. ‘3월 하늘 우러러 유관순 누나를 생각합니다’라는 것은 교육계마저 완전히 남성 위주의 교육이었다. 유관순 열사라고 해도 될텐데 왜 ‘누나’라고 했는지 어린 시절에도 화가 나서 나 혼자 유관순 언니라고 중얼거려 보곤 했다.

    아직도 우리 사회의 일각에서는 여성에 대한 그릇된 편견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많은 여성들이 저마다의 본분에 충실하며 인류 발전을 위해 일익을 담당하고 있음을 모르고 있는 걸까? 아니면 알면서도 모르는 체 하는 걸까? 역사 속의 훌륭했던 인물인 선덕여왕, 잔 다르크, 유관순, 신사임당까지 일일이 열거를 다 못하며, 오늘날에도 한 나라의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많은 여성들이 활약하고 있지 않은가?

    경남 교육계를 직시해보면 여자 교사가 80~90%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행정 관리직은 과연 몇 %가 될까? 극히 소수다. 이제는 찾아서 길을 열어 주어야 한다.

    배필순(창원시 교육삼락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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