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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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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힐부득과 달달박박의 설화’ 따라가 볼까요

△창원 북면 백월산

  • 기사입력 : 2009-10-0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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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원시 북면 월백리 백월산의 정상 사자암.



    백운사 마루기둥을 떠받치고 있는 돌.

    창원시 북면에 위치한 백월산(白月山·428m)은 그리 높지 않지만 서기(瑞氣·상서로운 기운)를 뿜어내는 신비로운 전설과 역사의 향기가 감도는 유서 깊은 명산이다.

    백월산은 세 개의 큰 봉우리가 있어 일명 ‘삼산’이라고도 하고, 삼산 동쪽 끝 봉우리의 커다란 바위 형세가 사자가 누워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여 ‘사자암’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삼국유사에 전해지는 백월산의 당나라 궁궐 연못 전설과 ‘노힐부득·달달박박’ 두 승려의 득도 이야기는 창원 최초의 불교 성지인 백월산 남사를 탄생하게 할 정도로 역사적 의미가 깊다.

    가을 햇살을 잔뜩 머금은 들녘이 황금 물결을 이룬 10월, 신비로운 전설이 감도는 백월산을 찾아 길을 나섰다.

    이날 산행에는 김일태 창원예총회장, 김종찬 사무국장, 안병상 창원시립예술단무장 등이 함께했다.

    창원시 북면 월백리 월산마을에 도착한 일행은 20여 분을 걸어 백월산 남사지(南寺址)로 향했다.

    이른 아침 운무에 휩싸였던 백월산은 어느덧 햇살에 밀려 살며시 고개를 내민다. 향긋한 풀내음과 길가에서 딴 홍시의 달콤한 맛이 세상사에 찌든 마음에 위안을 안긴다.

    길을 안내하던 김 회장이 백월산의 명명(命名)에 얽힌 전설과 남사의 유래에 관한 이야기를 늘어 놓는다.

    옛 당나라 황궁 안, 아름다운 연못에 매월 보름날이면 사자처럼 생긴 바위산 형상이 비쳤다. 이를 신기하게 여긴 황제가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사자 형상을 한 산봉우리를 찾을 수가 없었고 화공에게 그 모습을 그리게 했다. 황제는 그 산을 찾도록 했고 사자는 해동(海東)에 이르러 그림 속의 산을 발견하게 된다. 그는 사자 바위 꼭대기에 신발 한짝을 걸어 놓고 돌아와 황제에게 그 사실을 아뢰었다. 보름이 되자 연못 속에 바위산이 비쳤는데 바위 위에 걸린 신발이 선명하게 보였다. 이에 감탄한 황제가 그 산을 보름달과 같이 연못 속에 하얗게 비친다 하여 ‘백월산’이라 부르게 하고, 정상의 기암석 세 개는 사자가 하늘을 보고 울부짖는 형상을 하고 있어 사자암이라 불렀다고 전한다.

    가을의 정취와 백월산 유래에 귀 기울이며 한걸음 한걸음 발걸음을 내딛자 어느새 백월산 남사에 이르렀다. 한눈에 들어오는 산세가 절경이다.

    김 회장은 “신라 경덕왕(764년) 때 세워진 백월산 남사에는 ‘노힐부득과 달달박박’ 두 승려의 득도에 관한 이야기가 삼국유사를 통해 전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달달박박은 백월산 사자 바위에서 작은 움막을, 노힐부득은 동쪽 바위 아래 물이 있는 곳에 돌집을 짓고 불도에 정진했다. 3년이 지난 어느 날 밤, 난초와 사향 냄새를 풍기는 묘령의 여인이 달달박박이 거처하는 곳에 찾아와 하룻밤 머물기를 청했으나 ‘절은 깨끗해야 하는 곳이니 그대는 어서 다른 곳으로 가시오’라고 말한 후 불도에만 전념했다. 발길을 돌린 여인이 다시 노힐부득이 있는 암자에 찾아가 하룻밤 묵기를 청하자, ‘이곳은 여자와 함께 있을 곳이 아니나 중생을 따르는 것도 역시 보살들이 하는 착한 행동 중의 하나인 것, 깊은 산속 밤이 어두운데 어찌 소흘히 대접할 수 있겠소’라며 낭자를 머무르게 했다.

    여명에 이르러 여인이 산기(産氣)를 보이며 짚자리를 깔아 줄 것을 청하자, 부득은 이를 거절치 못하고 시키는 대로 행했다. 여인이 아이를 낳은 후 목욕하기를 원하자 부끄러움과 두려움에 갈등하던 부득은 여인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더해 물을 데워 목욕시키자 물에서 향기가 나면서 황금빛으로 변했다. 여인은 노힐부득에게 이 물에 목욕하기를 권했고 그녀의 말을 따르자 갑자기 정신이 맑아지고 살결이 금빛으로 변했다.

    여인은 자신을 ‘관음보살’이라 소개하고 ‘스님을 도와 최고의 진리를 깨닫게 하려 한 것이다’는 말을 마치고 홀연히 사라졌다.

    노힐부득의 파계를 예상하고 그를 찾은 달달박박은 연화대 위에 ‘미륵존상’이 되어 빛을 발하는 부득을 보고 자신을 찾아온 귀인을 알아보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달달박박이 노힐부득에게 자신을 이끌어 줄 것을 청하자 지난 일을 말해주며 남은 목욕물에 몸을 씻게 했다. 이에 달달박박도 물에 몸을 담그고 ‘무량수불’이 되었다.

    삼국유사에는 신라 경덕왕이 이 일을 듣고 정유년(757년)에 사람을 보내 백월산 남사를 세우게 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절은 764년에 완공되었으며, 미륵존상을 만들어 금당에 모시고 ‘현신성도미륵지전’이라 하였으며, 아미타상을 만들어 강당에 모시고 ‘현신성도무량수전’이라고 하였다고 한다.

    창원지역에 9산 선문의 하나인 봉림사가 신라 제54대 경명왕(917~924) 때 세워졌다고 하니 백월산 남사는 이보다 약 200여 년 앞섰으며 경주 불국사가 조성되던 바로 그 시기에 창건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쉽게도 신라 때 번창했던 당시의 백월산 남사는 흔적조차 없이 사라지고, 지금은 최근에 지어진 ‘남사’가 대신하고 있다.

    절터를 벗어나 산길을 따라 조금만 오르다 보니 너덜지대 아래에 ‘백운사’라는 암자가 하나 나온다. 암자의 마루기둥을 떠받치고 있는 돌을 유심히 보니 백월산 남사의 석등 연화 대석과 화사석으로 추정되는 희귀한 모양의 돌들이 눈에 들어온다. 절 주위로 부서진 기와와 토기편, 석축 등이 발견되는 것으로 보아 이 일대가 당시 절터임을 알 수 있었다.

    가파른 돌산길 중턱에 돌탑 6~7개가 쌓여져 있다. ‘누가, 무슨 소원을 빌며 돌을 정성스레 하나하나 올려 놓았을까.’ 궁금증이 머리를 맴돈다.

    얼마나 더 올랐을까. 갑자기 시야가 트이면서 백월산 정상의 암릉이 눈에 들어온다. 3개의 큰 암봉으로 이뤄진 백월산 정상은 어디를 둘러봐도 멋진 조망을 선사한다. 사자암에서 바라본 주남저수지와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 황금빛으로 변한 창원 대산들녘의 풍광은 가히 장관이다.

    ‘산은 높지 않되 삼봉(三峰)이 태산을 압도하는 진산’이라는 말이 백월산을 두고 하는 말인 것 같다.

    정상에서 하산 지점인 월산마을까지는 대략 30분. 넉넉한 가을 풍경을 즐기며 내려오는 길이 심심치만은 않다.


    백월산 정상에서 바라본 주남저수지와 대산들녘.

    ▲찾아가는 길= 창원역 → 태광주유소(좌회전) → 현대약국 앞 사거리(좌회전 직진) →북면 마금산온천 →마산리 백월산(창원역에서 13km 위치)

    ▲정열공 최윤덕 장군 묘= 북면 대산리 사리실마을 뒷산에 위치한 최윤덕 장군의 묘는 봉분의 사면을 호석으로 치장한 조선 초기의 방형원분으로 묘 안에는 상석이 있고 2단 계절이 있으며, 계절의 전방 좌우측에 문인석이 배치되어 있다. 최윤덕 장군은 세종 때 대마도의 왜군을 소탕하고 평안·황해의 여진족을 물리쳐 무인으로서 좌의정에까지 올랐으며, 조선 세종 27년(1445)에 별세했다.

    ▲먹을거리= 동읍 주남저수지 인근 창원향토자료전시관 1층 밀밭에서 찰떡궁합인 시원한 막걸리와 해물이 씹히는 파전으로 입가심하면 배가 든든해진다. 막걸리와 파전으로 부족하다면 이 집의 주력 상품인 칼국수를 추천한다. 각종 해물이 듬뿍 들어간 해물칼국수와 고소한 들깨칼국수 둘 다 등산 후 당기는 입맛에는 퍽이나 매력적이다.

    ▲잠잘 곳= 인근에 북면 마금산 온천이 있다. 창원시 의창동에서 지방도 1045선을 따라 북쪽으로 13㎞ 지점, 자동차로 약 20분가량 소요되는 마금산(해발 200m) 기슭에 있으며 55℃ 이상의 약알카리성 온천으로 관절염, 부인병, 신경통, 잠수병 등에 효험이 있다고 하여 많은 사람이 찾고 있다. 마금산원탕 298-4400, 우성온천 299-4000, 마금산찜질여행 299-5915, 자연온천 298-1145, 신라온천 299-9301, 천마산온천 298-7111.

    글·사진=이준희기자 jhle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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