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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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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안전불감증에 빠진 대한민국/조고운기자

  • 기사입력 : 2009-10-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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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기 집에 불이 나 봐야 다들 정신 차리지.”

    심각한 주차난으로 유명한 창원시 모 아파트 경비원이 내뱉은 푸념이다. 이 아파트는 관할 소방서인 창원소방서에서도 ‘진입 장애 건물’로 악명(?)이 높다. 정기적으로 소방활동 훈련이나 계도활동을 해도 그때뿐, 주차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답도 없고 효과도 없다는게 소방서 관계자들의 말이다.

    그렇다면 만약 이 아파트에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 소방차 진입 장애로 대형참사로 이어진다면, 이중·삼중 주차를 일삼은 주민들의 잘못이 클까. 아니면, 평소 제대로 단속·계도를 하지 않은 관할 소방서나 지자체의 잘못이 더 클까.

    “주차공간이 없는데 어떡하느냐”는 주민들의 호소도, “아파트 안까지 불법주차차량을 단속할 권한이 없다”는 소방서와 지자체의 변명도 일리가 있다.

    이쯤 되면 갑갑해진다. 문제의 심각성이 눈앞에 뻔히 보이는데도, 마땅히 책임을 물을 곳도, 당장 내놓을 마땅한 대안책도 없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초, 창원시 대호빌라 화재 시 불법주차 등으로 소방차가 진입을 하지 못해 40대 주부가 투신하고 일가족이 참사하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그랬다. 당시 소방서가 질타를 받았지만, 일상 속 불법주정차를 일삼는 국민들도, 적당한 대안책을 내놓지 못한 정부도 떳떳할 수 없었다. 소방출동로 미확보 문제는 누구의 잘못이 아닌, 심각한 안전불감증을 앓고있는 ‘우리 사회’의 문제인 것이다.

    그런 가운데 지난 7일 한나라당 권경석 의원이 <화재현장 인명 피해 최소화를 위한 맞춤형 민생 소방안전 대책 designtimesp=21665>의 일환으로 소방출동로 확보 등 6개 관련 법률 개정안을 정기국회서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개정안에는 본지(6월 17·18·19일) 보도에 따라 소방출동로 미확보와 관련된 여러 문제를 법안개정으로 재정비하고자 하는 내용이 담겼다. 고질적인 소방출동로 문제를 풀어낼지도 모를 희소식이다.

    물론 권 의원의 개정안이 완벽한 답은 아니다. 그렇기에 내 생명과 직결된다는 국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국민의 생명 보호를 위하는 정부의 앞장서는 추진력이 필요한 때인 것이다.

    조고운기자(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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