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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고] 백색혁명과 푸른농촌 희망찾기- 엄영철(농촌진흥청 채소과 농학박사)

  • 기사입력 : 2009-10-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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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나라의 시설농업은 1950년대 김해와 남지지역에서 시작되어, 60년대 광산, 밀양, 순천지역으로 전파되었으며, 80년대 후반에는 전국적인 백색 물결로 이어져 이른바 백색혁명을 일구게 되었다. 이러한 농촌의 백색혁명으로 말미암아 국민들은 계절과 상관없이 사시사철 신선하고 맛좋은 채소와 과일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80년대 백색혁명이 일군 시설농업의 기반을 바탕으로, 표준화 비닐하우스 보급이 확대되고 전국 각지에 유리온실까지 건립되면서, 우리나라는 수출농업으로서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시설농업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한 대표적 작물이 바로 파프리카이다. 한국에서 생산된 파프리카의 50%는 일본으로 수출하는 등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최고의 소득 작목으로 자리매김하였다. 그러나 아직도 대부분의 시설농가는 낡은 소형 비닐하우스의 형태로 농민들이 허리를 굽혀 작업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그 규모도 영세하여 경쟁력 확보가 어렵다.

    특히 시설원예의 발상지라 할 수 있는 김해, 창녕 등지는 아직도 30년 전의 터널형 하우스를 고수하고 있어 더욱 열악한 환경이다. 이 같은 후진적 비닐하우스는 정밀한 환경 조절이 어렵고 자동화 설비도 갖추고 있지 않아 질 좋은 농산물을 재배하는 데 한계가 있다.

    더욱이 낙후된 시설은 태풍, 폭우 등으로 인해 파손, 붕괴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뿐만 아니라 천정부지로 솟는 연료비는 겨울철 가온재배를 해야만 하는 농민들에게 가장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최근 중부이북지방까지 유리온실이 광역적으로 보급되고 있는데, 이러한 중부지방의 시설농업은 남부에 비해 난방비 비중이 현저히 높다. 지역별 생산 작물에 대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기도는 장미, 오이 등 고온을 요하는 작물의 재배가 가장 많았다. 반면 경남 등 시설원예 주산지는 풋고추, 딸기, 수박 등의 재배가 두드러졌는데, 풋고추를 제외한 딸기와 수박 등은 보온재배 작물로 볼 수 있다.

    지역별 기후적 특성과 난방비의 부담을 고려할 때, 중부에서의 고온작물 재배는 남부에 비해 매우 비효율적이다. 즉 한국의 시설 농업은 에너지 절약면에서 거꾸로 가는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시설농업의 경쟁력은 초기 자본이 다소 들더라도 농업의 자동화를 일구어 정밀한 환경 조절로써 고품질의 농산물을 생산하며 노동비를 절감하는 데 있다. 또한 난방비의 절감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보온재배 위주의 농법을 구현해야 한다.

    경남지역은 겨울철 온도가 높고 일조량이 많아 지리적으로 난방비가 적게 들면서 고품질의 농작물 생산이 가능하다. 풍부한 일조량과 온난한 기후를 가졌다는 점에서 경남지역은 시설농업의 최고 적지라 할 수 있다. 더군다나 경남지역은 백색혁명의 발상지로 이미 시설원예의 기반을 갖추고 있다. 현재 경남의 신선농산물 수출은 전국 수출량의 24% 이상인 약 8000만달러 수준으로 이미 국제적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낙동강변의 시설농업 주산지 정비는 ‘푸른농촌 희망찾기’의 중심사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4대강 정비사업과 연계해 경남지역을 경쟁력을 갖춘 유리온실 단지로 개발할 때, 한국농업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엄영철(농촌진흥청 채소과 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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