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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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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해에 바다 물들 때 진한 손맛 만난다

》거제 이수도 가을 감성돔 낚시

  • 기사입력 : 2009-10-2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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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명이 밝아오는 새벽, 한 조사가 거제 이수도 포인트에서 ‘가을의 백작’ 감성돔의 입질을 기다리며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다.


    김기영 조사가 감성돔을 들어 보이고 있다.


    일렁이는 파도 위에 보일 듯 말 듯 붉은 찌가 물속으로 ‘쏙’ 사라지면 낚시꾼은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챔질을 한다. 낚싯대를 타고 묵직한 중량감과 짜릿한 전율이 온몸을 타고 전해진다. 낚시꾼들은 바로 이 맛에 오늘도 바다를 찾는다.

    가을이 깊어지면서 요즘 바다낚시 최고의 대상어인 ‘바다의 백작’ 감성돔의 입질이 왕성하다. 월동처를 찾아 먼 거리를 이동하기에 앞서 풍부한 먹이로 배를 채우고 에너지를 비축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밑밥에 반응이 빨라 무더기로 낚아낼 수 있다. 이 때문에 가을 감성돔 낚시는 풍성하고 더 재미있다. 이 시기에 낚이는 감성돔은 대부분 25~30cm가 주종을 이룬다.

    기찬주말은 왕성한 입질에 손맛을 톡톡히 전하는 가을 감성돔을 만나기 위해 지난 금요일 이상한(40·경력 13년), 김기영(39·경력 16년) 조사와 함께 거제 이수도를 찾았다.

    밤 12시30분, 일찌감치 낚시 채비에 나선 일행이 인근 낚시방에 들러 밑밥과 새우, 크릴을 준비하는 등 출조 준비에 들어갔다.

    차량을 이용해 진해 삼포항으로 이동한 일행은 이곳에서 낚시 전용선 ‘블루스카이’호를 타기 위해 잠시 머물렀다. 이른 새벽인데도 제법 많은 조사들로 붐볐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여성 조사들이 많이 늘었다는 점이다. 이날 출조에도 3~4명의 여성 조사가 참가했다.

    블루스카이호 김 선장은 “예전에는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대부분 남자들이었지만 최근에는 여성들도 많이 출조에 나서고 있다”며 껄껄 웃는다.

    마침 그곳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대성낚시 임무열 사장을 만나 거제 이수도 감성돔 포인트와 최근 조황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임 사장은 “이수도 8번 포인트는 수심 8~9m 정도로 전방 25~30m에 투척하면 제법 괜찮은 씨알의 감성돔을 낚을 수 있을 것이다”며 “벵에돔도 조황이 괜찮은 편이다”고 조언한다.

    새벽 2시, 요란한 엔진소리와 함께 출발한 블루스카이호는 밤바다를 향해 질주했다. 목적지인 이수도까지는 대략 30여분.

    그러나 깜깜한 밤바다를 가르며 도착한 이수도 8번 포인트는 이미 다른 낚시꾼들이 야영을 하며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에이, 오늘도 포인트 선점에 실패했네. 글렀다 글렀어.”

    김·이 조사의 입에서 불만이 쏟아진다. 하는 수 없이 인근 5번 포인트로 자리를 옮긴 일행은 낚시 장비 등을 배에서 내린 후 잠시 휴식을 취했다. 다행히 이수도 5번 포인트 자리에는 넓은 바위가 있어 잠시 휴식을 취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밤하늘을 이불 삼아 평평한 바위에 잠시 누우니 수많은 별들이 머리 위로 쏟아진다. 참 오랜만에 많은 별들을 보며 여유를 즐기는 것 같다.

    바쁜 일상생활에 쫓겨 마음의 여유를 잃어버린 나를 잠시나마 되돌아보는 시간이다. 온통 깜깜한 암흑천지인 밤바다에 누워 반짝이는 밤하늘을 보는 이 상쾌한 기분은 직접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 모를 것이다.

    김 조사는 곧바로 채비에 들어가 빨간 야광찌를 바다에 드리운다.

    오전 6시, 이제 얼마 후면 날이 새려나 보다. 저 멀리 수평선 아래에서 붉은 기운이 서서히 스며든다. 여명에 맞춰 일제히 낚싯대를 바다에 드리우는 조사들.

    가을 감성돔은 같은 포인트, 같은 미끼를 쓰더라도 조과 차이가 두드러지는 경우가 많다. 이는 낚시 기량 차이에서 생기기도 하지만 채비와 채비 운용기법의 정확도에 좌우되는 때가 많다. 또한 조류, 파도, 물때 등 그날그날의 상황과 변수에 따라 상당한 조과 차이를 보인다.

    특히 가을 감성돔 낚시는 ‘밑밥 싸움’으로 통한다. 그만큼 먹성이 좋아 집어가 잘되고 일단 집어가 되면 입질 또한 시원하다. 그러나 밑밥 반응이 좋은 대신 경계심도 강하다.

    그런데 한참이 지났건만 도무지 입질이 없다. 어찌된 영문일까. 원인은 날이 훤히 샌 후에야 알게 됐다. 발 밑에 수백 마리의 잡어떼가 무리를 지어 다닌다. 밑밥 품질을 할 때마다 우르르 몰려 다니며 미끼를 가로챈다. 가을 감성돔 낚시는 ‘잡어와의 전쟁’이라고 한다. 그만큼 잡어들이 기승을 부린다. 그러므로 밑밥 품질을 해 표층에서 설치는 잡어를 분리시키고 감성돔만 낚아내는 방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첫 조과는 오전 8시30분께 김 조사에게 먼저 찾아왔다. 파도를 따라 살랑살랑 흘러가던 찌가 갑자기 물속으로 ‘쏙’ 빨려 들어가자 김 조사가 힘차게 낚싯대를 치켜세운다. “벵에돔이다!” 김 조사의 환성이 터진다. 하지만 모두들 감성돔을 기대했던 터라 조금은 실망스럽다.

    다시 찾아온 입질, 이번엔 이 조사의 낚싯대에서 입질을 받아냈지만 역시 벵에돔. 그리고 계속된 잡어와의 싸움.

    1시간여가 지났을 무렵, 조류를 타고 흐르던 이 조사의 찌가 스멀스멀 잠긴다. 바짝 긴장을 하고 뒷줄 견제에 들어간 이 조사.

    힘찬 챔질과 함께 한껏 휜 낚싯대. 뭔가 이번엔 제대로 걸렸다. 바닥을 ‘쿡쿡’ 처박는 것이 ‘감성돔’ 같다. 모습을 드러낸 것은 역시나 30cm가량의 감성돔이다.

    이날 일행은 감성돔 1수, 벵에돔 3수를 낚았지만 잡어(용치놀래기, 전갱이) 등을 포함하면 헤아릴 수 없는 조과를 올렸다.

    돌아오는 배편에서 만난 다른 일행들의 아이스박스에는 25~35cm급 감성돔이 한가득이다. “역시 감성돔은 포인트가 중요해” 모두들 한마디씩 내뱉는다. 대성낚시 임 사장은 요즘 제철을 맞은 무늬오징어를 10여 수 했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500g~1kg가량의 무늬오징어가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돌아오는 길이 왠지 허전하고 아쉬웠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발길을 돌렸다.

    ★TIP-감성돔 포인트 선정

    감성돔 낚시는 포인트 선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감성돔은 수중여가 잘 발달된 곳을 좋아하며 주로 바닥층에서 입질을 하는 경우가 많다. 우선 갯바위에 내린 직후 주변 수심을 파악하고 물속 수중여가 어디에 발달돼 있는지를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집중해서 낚시해야 할 시간은 새벽 물때다. 새벽 물때란 해 뜨기 2~3시간 전부터 동틀 무렵까지를 말한다. 감성돔은 경계심이 많아 밑밥으로 유인하지 않는 이상 낮에는 갯바위 부근으로 접근을 잘 하지 않는다. 하지만 밤에는 경계심을 풀고 먹이 활동을 하므로 갯바위에 붙어 있는 벌레나 해조류, 갑각류 등을 먹기 위해 얕은 여밭이나 갯바위 부근까지 쉽게 접근한다. 따라서 해가 뜨기 전 새벽 물때에는 갯바위 부근에 채비를 바싹 붙여 공략하는 것이 유리하다.

    해가 뜨고 나면 수중여 근처를 노리는 게 유리하다. 조류의 흐름을 살펴 만약 성격이 다른 두 조류가 만나는 곳이 있다면 그 합수지점을 공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 한 가지 명심해야 할 것은 물돌이 시간을 집중 노리는 것이다. 들물과 날물이 바뀌는 시간, 즉 조류가 바뀌는 시간은 감성돔 낚시에 빼놓을 수 없는 황금물때다.

    글·사진=이준희기자 jhle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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