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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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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가을을 만나 얼굴이 붉어졌다

■ 지리산 피아골 단풍 산행

  • 기사입력 : 2009-10-2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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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리산 피아골을 찾은 등산객들이 단풍을 즐기고 있다.

    누가 지리산 피아골을 삼홍(三紅)이라 불렀을까?

    산이 붉게 물드니 산홍(山紅)이요, 단풍에 비친 맑은 소(沼)가 붉으니 수홍(水紅)이요, 골짝에 들어선 사람들도 단풍에 취하니 인홍(人紅)하여 삼홍(三紅)이라 불리는 ‘지리산 피아골’.

    참 아름답고 잘 어울리는 표현이다.

    아름답기로 따지자면 둘째 가라면 서러울 만큼 핏빛 단풍을 자랑하는 피아골 단풍은 그 아름다움이 황홀경에 빠질 만큼 절경을 자랑한다.

    계곡을 따라 붉게 타오르는 단풍 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자신도 붉게 물들어 있음을 느낄 정도다.

    피아골의 단풍 구경은 천년 고찰 연곡사에서부터 시작하면 좋을 것 같다. 절 마당 앞에 서서 고개를 들어보면 지리산 풍경이 한 폭의 산수화처럼 다가온다.

    여기서 다시 2km가량 오르면 직전(稷田)마을이다. 피아골 어원이 되는 직전마을은 말 그대로 ‘피밭’이다. 즉 피밭이 있던 마을이란 뜻이다.

    예부터 이곳 직전마을은 화전민들이 살던 곳으로 벼 대신 피를 많이 재배했다. 맨 처음 피밭골(稷田谷)이라 불린 것이 세월이 흐르면서 피아골로 변한 것 같다.

    직전마을에서 산채비빔밥으로 간단히 요기를 해결한 후 본격 산행에 나섰다.

    식당 주인 김현곤(52)씨는 “올해 단풍이 예년에 비해 훨씬 곱고 아름다운 것 같다”며 “가을 가뭄이 있었지만 올여름 내린 많은 비로 단풍이 곱게 물든 것 같다”라고 말한다.

    가을 낮의 짧은 햇살이 발걸음을 재촉하게 한다. 피아골은 계곡이 깊어 유난히 햇빛이 짧다. 그래서 오후 3~4시가 지나면 제대로 된 가을 단풍을 감상하기 어렵다. 아무래도 단풍은 햇빛에 반사될 때가 가장 아름답기 때문에 서둘러 길을 재촉했다.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소리에 리듬을 맞춰 오르는 산행길이 흥겹다.

    지리산 10경의 하나인 ‘피아골 단풍’은 그 자태와 색깔이 곱고 진해 ‘핏빛 단풍’이라 부르기도 한다.

    6·25전쟁 당시 지리산 피아골은 빨치산과 군인들이 치열한 전쟁을 벌였던 격전지로 유명하다. 피아골 단풍이 다른 지역보다 더 붉은 것은 그들이 흘린 ‘피’ 때문이라는 일화도 전해진다.

    단풍은 직전마을 어귀에서부터 고운 자태를 드러내며 이방인을 맞는다. 계곡을 따라 가지마다 내걸린 빨갛고 노란 오색 단풍 물결이 계곡의 기암괴석과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한다.

    단풍 산행은 연곡사로부터 주릉으로 향하는 코스가 많이 알려져 있다. 그 가운데서도 직전마을에서 연주담, 통일소, 삼흥소에 이르는 1시간여 구간이 으뜸이다.

    잠룡소, 통일소, 연주담 등 피아골의 명소인 소(沼)에 빨간색, 노란색, 분홍색 등 화려한 빛을 띤 오색 단풍이 잠겨 환상적인 자태를 펼쳐 보인다.

    지리산 단풍의 깊은 맛을 느끼려면 삼흥소와 피아골산장을 거쳐 전라남북도와 경상남도가 만나는 삼도봉까지 올라야 제맛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단풍 구경이 목적이라면 소와 커다란 바위, 단풍이 어우러진 표고막터까지만 가도 충분하다.

    표고막터 인근의 철제 다리(선유교) 위는 계곡을 따라 울긋불긋 곱게 물든 오색 단풍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 등산객들로 붐빈다.

    “와! 우째 이리 이쁘노, 언니 우리 여기서 사진 한 장 찍자. 얼마나 좋노.”

    여기저기서 등산객들의 감탄사가 쏟아진다.

    단풍놀이에 나선 김재진(49·여·경기도 광명시)씨는 “지리산 피아골 단풍을 보지 않고 단풍을 논하지 말라는 옛말이 사실인 것 같다”며 “피아골 단풍은 정말 곱고 아름답다. 무엇보다 굽이굽이 이어지는 계곡과 어우러진 단풍은 정말 일품인 것 같다”고 말한다.

    올해 ‘지리산 피아골 단풍축제’는 신종플루의 여파로 인해 30일 오전 10시30분 표고막터 일원에서 단풍제례와 살풀이 공연, 소원지 적기만 진행돼 아쉬움이 남는다.

    돌아오는 길에 천년고찰 연곡사에 들러 고즈넉한 산사의 풍경에 취해 보자. 연곡사 경내의 동부도(국보 제53호)와 북부도(국보 제54호), 삼층석탑(보물 제151호), 현각선사탑비(보물 제152호), 동부도비(보물 제153호), 서부도(보물 제154호) 등의 문화재와 조선 말기 왜군과 싸우다 순절한 의병장 고광순(高光洵)의 순절비를 둘러보며 역사의 숨결을 느껴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찾아가는 길= 남해고속도로- 하동IC- 19번 국도- 하동읍- 화개장터- 외곡검문소에서 우회전- 연곡사- 직전마을

    ▲먹거리 △산채비빔밤= 직전마을 ‘지리산 식당’의 ‘산채비빔밥’이 등산객들의 입맛을 돋운다. 송이와 표고, 고사리, 더덕 등 지리산 자락에서 채취한 산채 나물들은 더할 나위 없는 무공해 식품이다. 별미인 동동주와 파전은 등산 후 허기진 배를 채우는 데 그만이다.

    △매운탕= 매운탕은 깨끗한 섬진강에서 직접 잡은 쏘가리, 민물 참게, 붕어, 메기 등을 사용해 다른 어느 지역보다 맛은 말할 것도 없고 건강에도 좋다.

    ▲잠잘 곳= 직전마을에는 다양한 민박 시설이 마련돼 있다. 단풍철인 요즘은 미리 예약을 하는 것이 편리하다. 피아골 지리산 산장 ☏782-7445

    ☞잠깐, 단풍 상식 알아두기= 단풍이란 가을철 잎이 떨어지기 전 나뭇잎의 색깔이 노란색이나 붉은색으로 바뀌는 현상을 말한다.

    가을로 접어들면서 생육 활동 막바지에 잎이 수분과 영양분을 제대로 공급 받지 못해 잎을 푸르게 해주는 엽록소가 햇빛에 노출돼 파괴되면서 푸른빛을 잃고 색조 변이가 일어나는 것이다.

    단풍은 크게 노란색과 주황색 (혹은 갈색), 붉은색 단풍으로 나뉜다. 노란색 계통의 단풍은 엽록소 합성이 중지·파괴된 뒤 잎 속에 남아 있던 색소인 크산토필과 카로틴이 드러나면서 잎 색깔이 변하는 것이다. 붉은색 단풍은 나뭇잎 속의 붉은 색소인 안토시안이 만들어져 나타나게 된다.

    단풍은 주로 햇빛이 드는 쪽부터 물들기 시작한다. 또한 평지보다는 산지에, 강수량이 많은 곳보다는 적은 곳에 먼저 든다. 기온의 일교차가 큰 곳 등에서 더욱 활발하게 일어난다.

    기상청은 산 전체 높이로 보아 20% 정도가 단풍으로 물들었을 때를 ‘첫 단풍’으로, 단풍이 80%를 덮을 때를 ‘단풍 절정기’로 본다. 기온이 낮은 북쪽 지방에서 시작된 단풍은 남쪽으로 하루 약 25km의 속도로 내려간다.

    글·사진=이준희기자 jhle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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