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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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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고] 향기로운 소똥 냄새를 맡으며- 조용찬(한국수자원공사 남강댐관리단)

  • 기사입력 : 2009-10-3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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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년 봄과 가을에 기술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시골마을을 돌아다니다 보면 잠시나마 어린 시절의 내 모습으로 돌아가곤 한다.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타임머신만 있다면 한 번쯤은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의 고향이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나에게 있어 마음의 고향은 시골마을이다. 중학교 입학하기 전까지 매년 여름방학만 되면 시골에 계신 할머니 집으로 가서 열흘가량 집 앞 도랑에서 개구리도 잡고 가재도 잡고 하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뛰어다녔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시골 마을이 오히려 더 정겹게 느껴진다. 시골에 나 있는 도로변을 달릴 때에 창문을 통해 내 코를 자극하는 소똥 냄새가 그렇게 어색하지 않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이다.

    매년 댐 주변지역 농촌으로 기술봉사활동을 나가서 전기와 수도, 농기계 등을 수리하고 있는데, 시가지에 근접해 있는 농촌마을은 최근에 새로 지은 집들이 많아 주택 등의 시설물 유지상태가 양호한 반면, 시가지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농촌마을은 흙으로 지은 옛날 집들이 많아서 여름철이면 낡은 전선과 고장난 차단기 등으로 누전이나 감전의 위험이 높은 편이다.

    더군다나 마을 주민 대다수가 60~70대 어르신들로 혼자서 고장난 부위를 수리하는 게 불가능해서 그냥 그대로 방치한 채 어두워도 눈이 어두워서 그럴거라 생각하며 지내는 분이 많다.

    필요한 부분을 고치기 위해 집안 구석구석을 살펴보다 보면 곳곳에 자녀와 손자 사진이 많이 걸려 있는 걸 보게 된다. 그리고 가끔씩 할머니가 손자 녀석이 내 또래 정도 된다면서 내 손을 잡을 때면 마치 예전의 내 친할머니를 대하는 것 같아 나 또한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지곤 한다.

    처음에는 봉사라는 나눔을 통해 시작했지만 이제는 봉사라는 사랑을 통해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지혜와 기쁨을 알게 되었다. 내가 가진 물질적인 양식을 나눔으로 인해 내게 되돌아오는 마음의 즐거움이 이토록 큰 것인지 예전에는 미처 몰랐다.

    앞으로도 어르신들이 필요로 할 때면 언제든지 찾아가서 말벗이 되어드릴 수 있게 봉사활동을 지속적으로 할 계획이다.

    조용찬(한국수자원공사 남강댐관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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