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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취업모(워킹맘)의 또 다른 걱정- 심인선(경남발전연구원 여성가족정책센터장)

  • 기사입력 : 2009-11-0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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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사이 신종플루의 증가세가 심상치 않은 수준을 넘어 우려 수준이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신종플루의 전염병 위기 단계를 연일 올리고 있고, 신종플루로 인한 사망자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학교의 휴교조치 여부가 연일 관심사이고, 자녀를 둔 가정뿐 아니라 어른들도 언제 어디서 백신접종이 가능한지 수근거린다.

    지난주 토요일 작은아이를 데리고 한 문화센터에 갔던 필자는 무심하고 눈치 없는 엄마가 되어 버렸다. 토요일이면 늘 북적대던 어린이 대상 문화센터 대기실이 텅 비어 있었기 때문이다. 선생님께 “오늘 수업해요?”라고 물어보면서, 겨울학기도 등록한 자신을 질책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에 갔다 온 큰아이는 왜 아직 휴교를 하지 않는지 투덜대고, 자기 반에는 확진환자 없이 의심환자만 1명이 있다고 ‘청정지역’이라고 했다는 담임 선생님의 말씀을 전한다. 아침마다 아이들의 체온을 측정하며 오늘은 괜찮을까 걱정이다.

    직장을 가진 필자로서는 아이들이 휴업을 하여 학교를 가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것이 또 다른 걱정이다. 아이들 간 전염을 우려해 학교를 휴업하는 것이 당연한 것 같으면서도 꼭 그래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과 같이 의심환자의 경우 집에서 휴식을 취하도록 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건강한 아이들까지 휴교를 하여 집에 둔다고 해서 해결될 일은 아니다. 학교에 가지 않는 아이들이 가 있을 곳이 어디일까? 휴교를 하면 집에 얌전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안일한 생각이다. 얼마 전 언론에서도 보도된 바와 같이 학교에 안 가면 마땅히 갈 곳이 없어서 학원 외에 PC방이나 노래방 등 자신들이 좋아하는 오락장소에 가기도 할 것이다. 이런 곳은 학교보다 더 관리와 통제가 안 된다는 것은 경험으로 다 알고 있다. 환기도 안 되고, 소독제 사용을 의무화하지도 않는다. 이런 곳에서는 성인까지 가세해 상황이 더 악화될 수도 있다. 이런 곳에 가지 않는 저학년이라면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삼삼오오 놀이터에서 쓸쓸히 놀 텐데, 이것은 더 걱정이다.

    현재 30·40대 경남여성의 고용률은 22.7%이다. 즉, 30·40대 여성 4명 중 1명 정도는 일을 하고 있는 취업모일 가능성이 크다. 다시 말해, 휴업을 해서 집에 가더라도 돌보아 줄 어머니가 없어 앞서 말한 무풍지대에서 아이들이 방황하고 있을 확률이 크다. 과연 휴업만이 능사인지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한편, 자녀가 정말 신종플루에 걸리게 되면 취업모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나라는 여전히 가족의 간호는 여성의 몫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나라는 법적으로 가족간호휴가제를 보장하고 있지 않다. 자녀 혹은 부모님이 편찮을 시 대부분 여성들이 직장의 연월차를 사용해 돌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와 같은 여성들의 가정 내 역할이 때로는 직업의식 부족이라는 미명하에 공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처럼 비치기도 하여 기업주들로 하여금 ‘사연이 많다’는 말로 여성근로자를 기피하도록 하는 빌미를 제공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외국은 어떨까? 미국은 가족의료휴가법을 통해 가족과 건강, 예컨대 출산, 입양, 가족간호, 자신의 건강 등을 이유로 12주까지 무급휴가가 가능하고, 많은 회사에서 가족부양휴가 사용을 가능하도록 보장하고 있다. 또 어떤 직장은 필요시에 휴가를 직원들 간에 공유 또는 양도하거나, 자신의 휴가일을 저축했다가 응급시에 활용하는 것을 유급휴가로 가능하도록 하기까지 한다. 일본은 육아·가족간호 휴직법에 따라 가족의 부상·질병·장애로 인한 가족간호 휴직을 보장하고 있고, 정부는 육아를 포함한 가족간호 휴직제도 실시를 위한 장려금을 지급하기도 한다.

    요즘과 같이 대규모의 질병이 발생할 때, 가족의 간호에 대해 생각해 볼 때이다. 직장을 가진 여성 혹은 남성이 가족의 간호를 위한 휴가를 쓸 필요가 있다면, 이것이 눈치를 보아야 하고 불이익이 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배려되어야 하는 일이다. 가족의 간호를 위한 휴가가 법과 제도로 보장되어 건강한 가족을 이끌 수 있는 뒷받침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심인선(경남발전연구원 여성가족정책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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