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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고] 손원일 제독과 11월 11일- 박강수(왕건함 부장 중령)

  • 기사입력 : 2009-11-1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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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원일 제독(1909~1980)은 우리나라 해군 역사상 해상왕 장보고, 충무공 이순신과 더불어 가장 존경받는 위인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초대 해군참모총장을 역임하고 예편 이후 국방부 장관과 대사 등 많은 자리를 거쳤지만 여전히 ‘해군의 아버지’로 기억된다.

    손원일 제독은 8·15광복 후 극심한 정치적 혼란 상황에서 해군 창설의 큰 뜻을 품고 단신으로 미군정청 해사국장 칼스텐 육군 소령을 찾아가 해방병단 창설을 요청한다.

    1945년 11월 11일 오전 11시, 손원일과 70명의 조선해사협회 회원들은 해사대 본부였던 서울 안국동 옛 충혼부에서 해방병단 창설식을 가졌다.

    이는 1894년 7월 15일 조선수군이 폐지된 지 51년3개월26일 만에 다시 해군이 탄생된 것이다.

    해방병단 창설일인 11월 11일에는 손원일 제독의 신사도 정신이 담겨있다. 손원일 제독은 신사는 세 가지 예의(禮儀), 정직(正直), 겸손(謙遜)을 항상 습관적으로 잘 지켜 몸에 지니고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한자 十一을 세로로 쓰면 士(선비 사)자가 되어 오늘날의 신사라는 뜻이 된다. 그래서 선비사 2개가 붙는 11월 11일에 해군을 창설한 것이다.

    신사도 정신은 1947년 1월 17일 해군병학교(오늘날 해군사관학교)의 교훈에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진리를 구하자’는 사관생도들의 교육목적을 제시한 것이고, ‘허위를 버리자’는 군이나 사회에서 생활하는데 가져야 할 정신적 기본자세를 말하며, ‘희생하자’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데 가져야 할 군인으로서의 처신과 행동을 나타내는 말이다.

    또한 손원일 제독은 1952년 해병대 창설 3주년 격려 방문 때 “실로 우리 해병대는 가장 정예(精銳)하고 우수(優秀)한 부대다. 오직 해군만의 자랑이 아니라 나라와 겨레의 자랑인 것이다. 이 자부와 긍지를 잃지 마라. 그러나 결코 대성했다고 자만은 말라. 언제나 겸손하고 부족함을 알아야 크게 되고 굳센 군인이 된다. 소성에 기고만장해서는 아니됨을 늘 명심하기 바란다”며 신사도의 정신인 겸손(謙遜)을 강조했다.

    1949년 12월 17일 모금운동을 통해 확보된 해군 최초의 전투함 백두산호를 비롯한 4척의 군함이 다음 해 6·25전쟁의 승패를 가른 인천상륙작전 때 빛을 발하게 된 일화는 겸손한 자세로 정직하게 미래를 준비하는 그의 신사도 정신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손원일 제독의 신사도 정신이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Gentlemen-ship’만을 내포하고 있지는 않다. 현실을 겸손하게 직시하고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정직하게 대비하는 선견지명의 자세가 진정한 신사도 정신인 것이다.

    지금 우리 해군은 64년 전 창설 때보다 양과 질에서 엄청난 발전을 했다. 이는 우리 해군 선배님들이 손원일 제독의 신사도 정신을 이어받아 피눈물 나는 고난을 극복해가며 맨손과 맨주먹으로 해군을 일으키고 해군의 미래를 준비하였기에 가능했다.

    대양해군 건설의 기로에 선 지금 소성에 기고만장한 자만으로 사사로운 일신의 안녕과 영달을 좇는 건 아닌지 우리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고 손원일 제독의 신사도 정신의 의미를 자문해 볼 일이다.

    박강수(왕건함 부장 중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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