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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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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락 바스락’ 가을 따라서 산사로 가는 길

☆사천 다솔사 숲길
다솔사에서 보안암 이르는 2㎞ 오솔길 걸어보자

  • 기사입력 : 2009-11-1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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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울긋불긋' 단풍에 '사각사각' 낙엽 밟는 재미 두배


    다솔사를 찾은 등산객들이 낙엽이 떨어진 산길을 따라 보안암으로 오르고 있다.



    늦가을의 만찬을 즐기기에 사천 다솔사(多率寺)만한 곳도 없으리라.

    고즈넉한 산사와 쭉쭉 뻗은 소나무, 우거진 단풍 숲과 낙엽…. 오솔길을 따라 숲을 거닐다 보면 어느새 세상 시름은 잊고 자연과 동화된 느낌이다.

    사천 다솔사의 가을 향연은 사찰 입구인 다솔휴게소에서부터 시작된다.

    굵고 가는 소나무들이 길게 늘어선 모습은 마치 전장에서 이기고 돌아오는 개선장군같이 늠름하고 당당하다.

    “소나무가 정말 멋있다. 어쩌면 이렇게 쭉쭉 뻗은 소나무들이 많을까. 그래서 절 이름이 다솔사인가?”

    사람들은 종종 소나무가 많아서 절 이름이 다솔사인 줄로 착각하지만 소나무를 뜻하는 한자는 ‘솔’이 아니라 ‘송’이다.

    ‘많은 불심을 거느린다’ ‘좋은 인재를 거느린다’는 뜻의 다솔사는 작지만 많은 사연을 담고 있는 사찰이다.

    신라 지증왕 4년(503년) 범승 연기조사가 창건한 역사 깊은 고찰로 처음 영악사(靈嶽寺)라 하였고 636년(선덕여왕 5년) 새로 건물 2동을 지은 뒤 다솔사로 이름을 바꾸었다고 한다. 이후 676년(문무왕 16년) 대사 의상(義湘)에 의해 영봉사(靈鳳寺)로 바뀐 뒤 신라 말기에 국사 도선(道詵)이 다시 손질해 고쳐 짓고 다솔사라 하였다고 전한다.

    일제강점기 만해 한용운은 이곳에서 은거하며 항일 비밀결사 ‘만당’을 조직했고, 작가 김동리는 그의 대표작 ‘등신불’을 쓰는 등 다솔사는 불교계 항일 독립운동의 거점이었다.

    다솔사 주차장을 지나 다솔사 대양루(도유형문화재 제83호)로 향하는 돌계단이 퍽 인상적이다. 크고 작은 자연석을 그대로 깔아 만든 108개의 돌계단은 대양루, 봉명산과 어우러져 고즈넉한 풍경을 자아낸다.

    더욱이 사찰 뒤편의 200~300년은 족히 된 듯한 야생 차나무밭은 진초록을 간직한 채 옹기종기 모여 있어 한결 운치를 더한다. 1만6500㎡ 규모의 녹차밭은 신라시대에 심은 것으로 추정되는데, 1960년 다솔사 주지 효당 최범술 스님이 제멋대로 자란 차나무를 다듬고 가꿔 명차 ‘반야로’가 만들어졌다고 전한다.

    다솔사를 지나 보안암으로 이어지는 약 2km 숲길은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길이다. 산이 험하지 않아 가족·연인들이 걷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적멸보궁 뒤편의 차밭에서 시작되는 숲길을 따라 약 50분 정도 걷다 보면 보안암에 이른다.

    ‘봉명산 군립공원 등산로’ 이정표를 따라 조금만 안으로 들어서면 이내 울창한 숲이 나타난다.

    ‘사각사각’ 떨어진 낙엽을 밟으며 오르는 산길이 정겹다. 신갈나무, 굴참나무, 이팝나무, 자귀나무, 붉나무, 누리장나무, 졸참나무, 층층나무 등 노랗게 물든 낙엽수들은 바람이 불 때마다 잎을 우수수 떨어뜨린다.

    조금은 가파른 산길을 10여분 오르니 이내 휴게소가 나타난다. 이정표는 목적지인 보안암까지 아직 1.5km가량 남았음을 알려준다. 이곳에서 잠시 숨을 고른 후 이정표를 따라 보안암으로 향한다.

    보안암으로 가는 산길은 평탄한 편이지만 이리저리 꺾이고 오르막과 내리막이 교차하면서 산행의 재미를 더한다. 지저귀는 산새소리와 겨울 채비에 나선 청솔모가 우리를 반긴다.

    산이 깊어질수록 나무들이 내뿜는 향은 짙어진다. 얼마나 걸었을까. 저 멀리 나무 사이로 보안암이 나타난다. 보안암으로 오르는 이끼 낀 돌계단과 층층이 쌓은 돌담이 인상적이다. 보안암의 비구니 스님은 오랜만에 만난 외지인을 정겹게 맞아준다.

    돌담 위에 ‘고구마 빼떼기’가 가을 햇살에 여물어 가는 풍경은 오색 단풍에 물든 가을 분위기와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연상케 한다.

    고려 말 승려들이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보안암 석굴 안의 커다란 돌부처는 우리를 반기기라도 하듯 미소를 머금은 모습이다.

    가을의 산사는 이렇듯 우리에게 삶의 여유를 전하며 깊어만 간다.


    보안암 돌담과 가을 단풍이 어우러진 풍경이 정겹다.

    ▲찾아가는 길= 남해고속도로 곤양나들목- 곤양 방면 우회전- 12km 간 후 ‘다솔사’ 이정표- 다솔사

    ▲먹을거리= 사천 읍내 앞들식당은 재첩국과 낙지볶음 전문식당으로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또 정동면 고읍리의 한일식당은 삼겹살 김치찌개로 유명하다. ☏852-7981

    ☆가을에 걷기 좋은 사찰

    ▲합천 해인사= 가을을 만끽하며 산사를 즐기기에 합천 해인사의 홍류동 계곡도 추천할 만하다.

    가야산 어귀에서 시작된 홍류동 계곡은 해인사 입구까지 약 4km 구간에 흐른다. 가을 단풍이 워낙 붉어 계곡물마저 붉게 보인다는 홍류동 계곡은 불그레한 물빛에 가슴이 저릿할 정도다. 홍류동 계곡을 따라 융단처럼 깔린 단풍과 수백년은 됨직한 노송들이 어우러진 풍경은 선경(仙境)이 따로 없을 정도다.

    가야산 하면 당연히 해인사에 들러 고찰과 어우러진 붉은 산세를 둘러봐야 하겠지만 성철 스님이 기거했던 백련암의 기암절벽과 사명대사가 입적했다는 홍제암을 둘러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고성 옥천사= 산의 형상이 연꽃을 닮았다 하여 이름 붙여진 연화산은 산림청이 지정한 100대 명산의 하나로 옥녀봉, 선도봉, 망선봉의 세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으며 산의 북쪽 기슭에 옥천사와 백련암, 청련암, 연대암 등의 암자가 있다.

    연화산 자락에 자리 잡은 천년 고찰 옥천사는 화엄 10대 사찰의 하나로 풍광도 아름답지만 절 곳곳에 전통의 향기가 피어올라 순례 자체만으로도 의미 있는 곳이다. 소가야의 영토였던 이곳이 신라에 병합되고 민심이 흉흉해지자 의상대사가 옥천사를 지어 나라 잃은 이들의 마음을 보듬어 주었다고 한다.

    입구에서 옥천사까지 2km가량의 숲길을 걷다 보면 물속까지 불타는 저수지 단풍 풍광도 좋거니와 노송과 늙은 활엽수들이 만들어 내는 숲길이 예사롭지 않다.

    일주문을 지나 부도전, 청련암, 옥천사, 백련암에 이르는 활엽수 숲길은 걷는 것만으로도 세속의 번뇌를 잠시나마 잊게 한다.

    글·사진=이준희기자 jhle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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